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주중에는 음식을 잘 하지 못한다, 아니 잘 하지 않는다.
주중에는 동네 반찬 집에서 반찬을 1회 정도 배달시키고
익숙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또는 순두부찌개 중에 한 가지를 끓이거나
닭볶음탕이나 고기를 구워서 (가끔 다른 것도 ^^;;)
주중 저녁 식사를 대충대충 처리한다.
불금인 금요일 저녁에는 배달 음식을 시켜서 해결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의 아점은 라면이나 우동,
이른 저녁은 외식을 하면, 어찌어찌 1주일을 먹고 살아가게 된다.
주방에 있는 건 설거지 외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지라
일요일 늦은 오후부터 느린 손놀림으로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짓는다.
3시경부터 나름 부지런하게 반찬 2-3개를 만들고 찌개 하나 끓이고 밥을 지으면 5-6시경..
이 시간에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서는 밀린 집안일을 예능과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처리하면
어느새 10시가 되어버린다.. (주말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간다..)
어제도 이와 동일한 일요일 한때를 보내는데, 첫찌 아이가 말한다.
"일요일에는 엄마 냄새가 있어."
응? 이건 무슨 소리지? 싶어서 물으니
"엄마가 일요일에는 음식을 꼭 만들잖아.
엄마가 반찬 만들고 밥하는, 그래서 엄마 냄새가 나."
"엄마 냄새가 좋아"
이러면서 연주하던 '말할 수 없는 비밀' 피아노 연주곡을 띵가띵가 친다.
그 순간은 "그렇구나~ 그게 엄마 냄새구나." 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만 남게 된 자리에서 저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다.
"남편님아, 첫찌가 아까 저 얘기 하는데 마음이 좀 그렇네." 하니,
"일하면서 어쩔 수 없지. 괜찮아, 이렇게 주말에 먹으면 되지."
이따금씩 생각한다.
내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 어떨까 하고...
그다지 자상한 엄마도 아니고
아이들 체험을 늘려준다고 촉감놀이를 해주거나
쿠키나 빵 만들기 같은 베이킹을 하는 엄마도 아니고
하자고 해도 귀찮다고 안해주는
무심하고 심심한 엄마인 사람인지라,
사실 평일에 집에 있어도 지금과 크게 다를 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집에 있는다면
좀 더 온기 있고 고소한 음식 냄새를 만들어 내면서
하나라도 좀 더 챙겨줄 수 있는 엄마는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쓸쓸하게 마음을 떠다닌다.
이따끔
"엄마가 음식을 잘 못 챙겨줘서 미안해. 맨날 배달만 시키고." 하고 말을 건네면,
"나는 배달음식도 맛있어. 엄마 피곤하잖아." 라고 말해주는 첫째 아이.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해서 무심하게 전하지만
내심 엄마가 전하는 미안함을 줄여주는 아이의 말에
더 미안해지는 마음이 들곤 한다.
그런 아이의 말이어서 그럴까..
"일요일엔 엄마 냄새가 있어" 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