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회사
그림팔이
전시는 나름 만족하며 끝이 났다. 주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것을 공공연하게 알렸으니 말이다. 전시를 하고 나서는 가지고 나갔던 굿즈, 그림들과 함께 시에서 하는 청년 창업도 지원 해보고, 굿즈를 판매하는 프리마켓도 나가보았다.
하지만 작가 생활은 길게하지는 않았어서 이야기를 풀고 싶진 않다. 왜냐하면 본업으로 엄청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작가 생활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럽다. 추후 내가 이 직업에 도전한다면 이전의 경험들을 시드로 삼아 꽃을 피우리.
그냥 나는 내가 해보았던 경험을 그림팔이로 정의하기로 했다.
6개월동안 내가 그린 그림을 판매하기 위해서 노력했으니 말이다. 그림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판매가 아닌 그림 자체로서의 애정을 가지고 디벨롭은 시키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추운 겨울날 발로 뛰던 나
외부에서 그림을 팔면서 n000만원 이상의 학비를 들인 대학원생의 종지부를 찍고싶지 않던 이상주의자는 결국 또 등따시고 배부른 쉬운길을 선택했다.
아니, 쉬운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제목 그대로 내가 하고싶은것과 해야만 하는일은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고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배고픔도 참을 줄 알고, 뜨거운 여름날에도 겨울을 위해 고단히 움직였어야 했다.
그저 나는, 결국 추운 겨울 조차 못참고 따뜻하고 안락한 개미의 집을 똑똑 두드리는 베짱이가 된것만 같았다.
세번째 회사 입사
하지만 베짱이도 자신이 선택한 삶에선 최선을 다해야한다. 깨달았으면 개미집에서 열심히 일하자.
이번에도 졸업학기 쯤에 회사를 입사하였다. 교수님이 다수의 학생에게 추천을 했고, 학생들 중 면접을 봐서 최종합격을 하였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결론적으로 여기서는 2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근무했고 배운점도 많았고 아쉬운점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요즘 인간의 세계에서 2년 반이라는 시간은 멀티버스를 거치지 않는 이상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하는 일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랩을 졸업한 인간은 연구소에 UX디자이너가 되었다.
3개월 인턴동안은 알앤디사업에 기획을 하는데 주력했고, 정직원이 되고는 기획한내용을 디자인을 하고 결과물로 내는데 주력했다.
UX/UI를 마음껏 해볼 수 있게 소장님께서는 가이드를 잡아주셨고, 나는 실행하고 움직였다. 제일 일찍 출근하고 가끔 야근을 하더라도 좋았다.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었고 열심히 일했다.
그도 그럴것이 회사에서 하는일 자체가 미술과 인터랙션 테크의 결합으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그 어딘가, 예술과 기술의 중간쯤의 일들을 고민하는 프로젝트를 업으로 했기 때문에 정말 즐겁게 일했다.
마치 '운명'같다고 해야될까 연금술사 도서의 어느 대목처럼 '마크툽'. 삶은 정해진 순리대로 가는걸까? 라는 감성에 빠져있기도 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사람들이었다. ordinary specialist. 그림으로 그렸던 사람들이 바로 여기있었다. 평범하지만 자기 자신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사람들.
이때는 몰랐다.
6번의 회사를 거쳐간 이유가 단순히 업무나 급여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업무는 내 삶에서 회사를 결정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되지않았다.
이유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