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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 Feb 06. 2023

9. 열정적일 줄 알았더니, 뭐야 밀레니얼이네

네번째 회사

뉴미디어 회사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고 쓰러졌다.

꿱-


전시나, 실내공간에 설치 되는 영상위주의 디자인을 하던 뉴미디어 업계는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

1년동안 있어야할 프로젝트가 대다수 취소되었다.

회사는 급격하게 어려워졌고, 인사팀에서 내려진 결정은 3개월 동안 50%월급 삭감이었다.


누군가는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항의를 하기도하고, 누군가는 회사를 떠났다.


나는 사직서사유에 '일신상의 사유'를 적지않고 '장기적 월급 삭감' 이라는 글자를 적고

그렇게 세번째 회사를 퇴사를 했다.



네번째 회사 입사

먼저 회사를 나가셨던 A소장님의 추천을 받아 H회사의 대표님, 이사님과 면접을 보고 곧 바로 이직을 했다.

AI를 업무로 하는 IT회사였는데, UX팀에서 B이사님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이직을해서 어느 회사를 들어가게 되면 늘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져야하고,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해야하고, 나의 업무 능력을 새롭게 증명해야 한다.


많은 회사원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들었다.


추후 글을 적겠지만, 이쯤되면 약간 그런게 있다.

추후 네번째, 다섯번째 회사를 경험하다보니 매번 반복되는 새로움에 오히려 새로울게 없었다.

이직도 결국 회사를 오래다니는 것만큼 진부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기하게 어느 회사를 가도 마음 잘 맞는 사람은 늘 있고, 싫은 사람도 여전히 존재하며(꼭 한명), 새롭게 하게 되는 일도 결국 일이다.


'트루먼 쇼'도 아닌데 회사생활이라는건 이렇게 똑같은지?



트루먼쇼에도 정해진 업무가 있듯이 나에게도 정해진 일이 있었다.

UX디자이너로 입사를 하게 됐는데 말 그대로 유저가 원하는 일은 뭐든지 했던 것 같다. 외부 유저가 아닌, 회사 내부 유저까지도.


하아


할말은 많은데, 막상 글에 적으려니까 너무 일들이 많았어서 다 정리하기엔 시나리오 20장까지 나올것 같아서 대표적인 일만 남겨보고싶다.


네번째 회사를 가서는 일주일에 4번을 야근하고 금요일은 왠지 금요일이라며 일찍 퇴근을 하였다. 당시 신혼이었는데 집에 오면 항상 11시-12시가 됐던걸로 기억한다. 

B이사님이 일 욕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때문에 UX디자이너로 들어갔음에도 이것저것 업무를 많이 했다.


회사의 로고 제작부터 시작해서, 홈페이지 제작, 회사의 브랜딩을 맡아서 디자인을했고 이 부분은 UX의 영역은 아니였음에도 기존 시각디자인 영역이여서 곧 잘 재밌게 일을 마무리 했던것 같다.


일은 여기서 끝이 아니였다. UX조직이라는 이름 하에 정말 이곳 저곳 팀을 들쑤시고 다녔는데.

나중에는 다른 팀들이 조금 눈초리를 줄 정도 였다.(이 마저도 B이사님은 즐겼던 것 같지만)


허나 한가지 배운점은, 회사안에서도 엄연히 계급이 있고 실적이 있기때문에 대표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을 해야하는거구나. 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팀을 대표님은 좋아했고, 그런점에 있어서 B이사님이 정말 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때의 나에겐 이 모든것들이 조금 버거웠다. 언제 한번은 B이사님과 크게 다툰날이 있었다.


"야근이 계속 지속되고, 출근도 빨라지는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해놔야 나중에 좋은거야"

"네, 알고 있는데요.. 벌써 한달째 정시퇴근 한적이 없습니다."

"열심히 한다더니, 너가 말하는 열정적인 성격이랑은 다른데?"

"저는 충분히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정맨인줄 알았더니, 밀레니얼이네"


밀레니얼. 


맞다. 밀레니얼세대 MZ는 아니지만 낀세대인 밀레니얼. 80년생의 마인드를 이해해야하지만 90년생의 아랫세대까지 이해해야되는 낀세대.


아니 근데, 대놓고 밀레니얼이라고 말하는거 너무하다. 

그럼 "이사님은 꼰대세요?"라고 내가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상사의 말을 계속 곱씹었다. 


'하긴, 너무 업무시간만 지켜서 일하려고했네..'

'나는 내 직무의 일을 열심히 하고있지 않은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렇지도 않은가보네..'


많은 물음표들이 내 안에서 계속 떠올랐다.

하늘 높이 올랐던 나의 자존감은 네번째 회사에서의 조금씩 조금씩 하강하고 있었다.


나를 모르면 나를 미워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된다. - 드로우앤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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