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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 Jan 05. 2023

3. 성장과 성공에 대한 욕심은 퇴사를 결심하게 한다.

두번째 회사

물론, 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아니 뒤로갔나. 아닌가 문워크를 했나.  


사회생활 그리고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앞서 장그래 이야기를 살짝 꺼냈지만 나의 대기업 생활도 미생과 많이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5화까지 봤던 미생을 최근에 정주행 해서 다시 봤는데 어쩜 그리 그때와 똑같은지 신기했다.


다만, 다른점들도 많았다.


출처 : 구글이미지 미생검색


다른점이 무엇이었나


일단, 난 디자이너였다. 역할이 명확했다고 해야할까? 친해진 알동기와 업무를 비교하며 얘기해보겠다.


당시에 동기라고 할 수 있는 같은 해에 입사한 사원이 있었는데 인사교육 담당이었고 사내 메신저가 있었기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oo님은 디자이너여서 좋겠어요"

"왜요~?"

"디자인만 할 수 있잖아요, 저는 너무 이것저것 하는게 너무 많아요.."

"저는 오히려 oo님이 부러운걸요"


나는 그랬다. TV에서 보던 회사원들은 막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경쟁도하고 PT를 벌여서 누군가가 승리하고 누군가는 패배하고 그 주인공은 뭔가 고난과 역경이 있는데 딛고 일어나는. 이런 삶이 부러웠다.


아주 드라마를 써라..


그에 비해 나의 업무는 아주 단순했다. 기획팀에서 내려오는 기획을 가지고 그냥 예쁘고, 세련되며, 심플하면서, 화려하면서, 정갈하지만 언밸런스하게 디자인만 해주면 되었다. (응?)


사실 그런데 디자이너면 숙명과도 같은 저런 고민까지도 필요하지 않았다. B회사 내에는 정해진 색감이 있었고, 정해진 폰트가 있었고, 정해진 가이드가 있었기에 그 안에서 정해진대로 나는 *Tool(어도비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만 했으면 됐다. 말그대로 툴러(툴+er의 합성어)였다.


둘째로, 우리팀 10명에 반은 정규직이였고 반은 계약직이였다. 정확히 말하면 과장위급부터는 신입공채, 정규직이였고 다른 분들은 계약직이었다.


때문이었을까 미생처럼 막 경쟁하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오히려 선후배끼리도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하면서 지낼 수 있는 좋은 사이 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항상 기다려졌다

.

"oo아 우리 이거 해볼까?"

"oo이가 관심 있는건 뭐야?"

"요즘엔 어디가 맛집이야, 주로 친구들하곤 뭐하고 놀아?"


막내로 들어간 나에게 주는 관심이 좋았다.

사람들이 좋았고, 나를 정말 많이 챙겨주셨고, 퇴사하고 기억이 미화됐는지 좋은 기억들만 남았다. 어쩌면 첫번째 회사에서 없다면 있었던 경쟁에서 좀 멀어졌기 때문일까. 디자인 팀이라는 소속감이 나에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같은점이 무엇이었나

계약직의 설움이 있었다. 이건 지금 생각해보면 계약직이여서가 아니라 신입이여서 였는데 지나고 보니 엄청 단순한 업무만 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에는 온갖 팀에서 디자인 요청이 왔다. 엑셀시트에 한달 동안 쳐낸것을 정리해보면 항상 일주일에 15~20건씩 한달이면 80~100건씩 쳐냈던것 같다.


"초콜릿 좋아하시죠? 여기요. 드시구 저희 것 좀 빨리 부탁드립니다"

"어이 신입- 언제쯤 되나? 실장님한테 말하면 되나?"

"아 이거 진짜 간단한건데.."


나도 다 안다. 너무 간단하고, 왠지 빠르게 될것 같으면서 디자인은 굉장히 쉬워보인다는거

그런데 말이다. 원래 군대에서도 자신의 보직이 세상 제일 킹왕짱 울트라 캡숑 힘든법이다.


그럼에도 난 잘 해냈어


이 대목에서 왜 갑자기 잘난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해냈다. 그림을 그릴때부터 손이 빨랐고 이런 단순 업무에는 제격이었다.


가끔은 일을 처리하고도 시간이 남아서 디자인 서적을 읽고, 시키지도 않은 디자인을 바레이션하면서 실장님께 들켜(?) 회사일 외에도 일을 만들어서 했다.


외국계 기업을 다니셨던 실장님께서는 그런 나를 또 마음에 들어 하셨는지 가끔은 진심 어린 조언을 받았다. 그중에 기억나는건 디자인과는 관련이 없이 쌩뚱맞게


"oo은 영어 공부를 좀 해봐, 더 성장할 수 있을거 같아" 였다.


아무 임팩트가 없는말 같지만. 나는 실장님의 이 말 때문에, 아니 덕분에
.

.

.
B사의 퇴사를 결심했다.

재계약을 해야되는 시점에 나는 조심스럽게 윗분들께 말씀드렸다.


"과장님, 실장님 저 회사 그만두겠습니다."


20대에 나에게 성공과 성장이라는 단어는 퇴사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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