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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I Jan 08. 2023

5. '직업'이라는게 '회사원'일 필요는 없잖아요

대학원 입학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2학기부터는 부조교를 신청했고, 실장님께 말씀드린대로 UX라는 학문에 푹 빠져보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니, 얜뭐 맨날 열심히 하겠대.. 또 의욕이 먼저 앞섰다.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대학원 생활은 마치,
엽기 닭꼬치 눈물 콧물맛을 먹다가 소금맛을 먹는것과 같았다.(?)


친해지기

어렸을때부터 친화력 하나는 좋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대체로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아니 사실 몸에 배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웃고 떠들었고.


사소한것에 기뻐하며 힘든것에 슬퍼하기도 참 많이 했다.


나는 원래 어떠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특정한 사람을 보고 세상을 많이 배우는 편이었다.

쉽게 말하면 영향력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이다.


기회를 디자인해라

관련해서 대학원에서 전공 교수님이 정말 닮고 싶은 사람이었고, 깊은 울림이 두가지 정도가 있었다.


첫번째는 '내가 단순히 열심히 잘해야지라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연구와도 직결이 됐는데. 지식이라는 것도 트랜드가 있기때문에, 그 시대에 연구를 했었어도, 지금 빛을 바라지 못하고 그 다음에 안되고, 나중에 다시 중요해질 수 도 있다는 내용이었고.


2018년 어느날, 교수님 수업을 듣고 날려 끄적인 내용 중


두번째는 '나는 무엇을 디자인하는 사람인가'. 기회를 디자인해야한다. 우리는 점점 기회를 만들어가야한다.

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하는 디자인은 사회, 또는 조직, 문화에 필요에 의해서 디자인을 한다. 앞서 두번째의 회사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땐 '조직'을 위한 디자인이다.


그렇다면, 나는 여기서 무엇을 디자인 하는 사람인가? 조직에 속해서 인하우스 디자이너로서 회사의 얼굴을 더 이쁘고 세련되고 멋지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사람. 응. 그렇다면 내가 정말 격하게 공감하고 그런 사람이 됨으로서 만족하는가.


아. 이제야 내가 디자인을 왜? 하는 지에 대한 이유가 생겼다.

나는 내가 회사 조직내에 '회사원'으로 속해 디자인을 하는 것에 대해 만족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내 또 생각했다. 나에게는 기회라는게 아직 오지 않았구나.

인연은 노력하고 찾는다고 찾아지지 않는다. 자신의 삶에 집중하면서 좋은 사람이 되다 보면, 다른 좋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때문에 그 기회가 왔을때 잡을 수 있도록 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가끔 일과 사랑을 동일시 하여 정의내릴때가 있는데 위와 같은 구절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래, 넌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좀 갈고 닦을 필요가있어

두번째 회사를 퇴사하고는 2, 3학기 즉 1년은 각종 프로젝트와 부조교의 업무, 동기들과의 협업 그리고 각종 개인적인 활동들로 꽉꽉 채워졌다.


그렇게 나는 차츰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무기들을 쌓았고 마지막 4학기를 앞두고 논문을 쓰기 전에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갑자기? 쌉 J입니다만..)


기간으로는 약 3주 정도 다녀왔는데, 미국에 있는 동안 개인 차량이 있었어서 여행자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다.


기름값을 받는 대신 그들을 어디론가 대리고 다녔고. TMI지만 레토나 운전병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를 따라 나의 여행지도 정해지는 그냥 그 순간이 좋았다.


하루는 한명의 여행자가 내게 물었다.


"대학원생이라구? 전공이 뭐야 그럼?"

"UX.. 좀 어렵네, 좋아하는 일인거지?"


여행이라는게 그렇다. 왠지 낯선곳에서의 나는 내가 아니게 되고, 인생에 안면 하나없던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희안하게도 삶의 선택을 결정하기도 한다.


아. 오해는 말길, 기차를 타고 가다가 어느 낯선 곳에 떨어진것도 아니며, 언덕위에 올라가서 노랑원피스를 입고 보라색 하늘을 보며 춤을 추진 않았으니 말이다.


"응 그런데 나는 그림을 그려왔어, 그리고 이곳에서 미술관을 정말 많이 다녔지"

"한국으로 가면 내가 그린 그림들을 한번 더 전시하고싶어"


이게 무슨, 무지개 달이 높고- 가고 싶어도 지금은 갈 수 없는 저먼 우주 같은 말인가. 안드로메다 급 쌩뚱맞은 답변이었지만. 나는 그랬나보다. 그때의 나는 그게 좋았나보다. 싶었다.


그렇게 나는 한국에 와서 내가 취미로 그리던 그림의 전시를 열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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