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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 e Y Jul 12. 2023

엄마에겐 오프 스위치가 필요해

이혜선 지음 / 호우 출판사 

저는 호우 출판사를 좋아합니다. 호우 출판사에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호우를 더욱 자세히 알아볼 생각도 없지만, 호우에서 나온 책은 모두 보려고 합니다. 많지는 않지만요. 김은경 작가님의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를 읽고 출판사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에 이어서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도 단 한 줄도 놓치고 싶은 책이더라고요. 


출판사에 대한 신뢰 하나로, '엄마에겐 오프 스위치가 필요해'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이 책은 워킹맘에게 가정과 일의 양립이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공감 에세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워킹맘이라고 하면 보통 회사에 9 to 6 출퇴근을 하는 엄마를 지칭하기에 저는 워킹맘도, 그렇다고 전업맘도 아닌 일할 때는 프리랜서맘, 일하지 않을 때는 낫워킹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를 규정하는 소속이 어디든, 미래를 키우는 엄마의 수고를 그리 인정해주지 않으며 그럼에도 내 아이 행복하게 키우고자 노력한다면 그건 또 엄마의 욕심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이 사회에서, 심심찮은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육아로 인해 잘하는 일을 포기했습니다. 곰곰이 따져보면 정말 잘하면 포기했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그런데도 가만히 있는 성향이 아닌지라 아이가 걸어 다니지도 말하지도 못할 때 어린이집을 보내고 일하고자 유난을 떨었습니다. 남들은 한 번 정도 걸린다는 수족구가 세 번이나 걸리고 수차례 콧물로 고생하는 아이를 보자니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일은 엄두도 나지 않더라고요. 결국 업을 바꾸고 출퇴근을 하는 직장이라는 선택지를 인생에서 지웠습니다. 급하게 마감을 앞둔 날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월 - 금 얼굴도 보기 힘들 정도로 바쁜 남편이 휴가를 씁니다. 


제 동생은 워킹맘입니다. 약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병원에 소속되어 있기에 여느 회사원가 다를 바 없습니다. 친정 엄마는 사정상 도와주지 못하고 전 너무 멀리 살고 시댁의 도움 또한 얻을 수 없는 상황에 어린 아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감기에 걸리고 등하원 이모님이 사정상 못 오시는 날도 있어요. 2 -3 년 전 저처럼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동생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저라도 아이를 키워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 코가 석자인데요. 결국 휴가를 밥먹듯이 쓰다가 그만두겠다고 말했습니다. 


제 동생이 그만두겠다고 말한 시기에 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워킹맘의 삶은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버티는 거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동생에게도 그렇게 말해주긴 했지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정말 버티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사정이야 함부로 말할 순 없지만 작가님의 육아는 시댁에서 어느 정도 덜어주시고 있다는 이유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동생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부분이 부각돼 속상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여자와 남자가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루면 이 가정의 힘으로만 온전히 살아갈 수 없는 걸까요. 




아이는 잘 키워야 합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행복한 아이로 키워야 우리 모두에게 미래가 있습니다. 아이는 미래의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이 너무 상투적인가요? 하지만 진리입니다. 그런데 이 자산을 키우려면 엄마의 평안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엄마의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바로 엄청난 영향을 주니까요. 이 책에서 어느 비가 거세게 오는 날 이야기가 기억에 납니다. 둘째를 임신한 몸으로 평소보다 늦게 하원을 했는데 아이는 칭얼거리며 안아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비에 홀딱 젖어 택시를 타니, 기사님이 "아이가 춥겠어요"라고 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구절이 있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라면 모두 찡하게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우는 존재이기에 모든 부모 탓이 맞습니다. 하지만 엄마에게도 숨 쉴 수 있는 잠깐의 시간, 오프 스위치가 필요합니다. 엄마가 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모습이면 좋으련만 엄마도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개인적인 경험 탓에 안타까움도 묻어나지만 전체적으로 나와 같은 누군가를 보며 위로받을 수 있습니다. 일상 공감 에세이를 보고 함께 느낀다 한들, 사회가 순식간에 변화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개개인의 목소리, 작은 공감이 모여 언젠가 우리가 사는 공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목소리를 내고 싶어 집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엄마에겐오프스위치가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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