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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y 02. 2024

지크의 뒷골목식당 1부

손재주가 아주 훌륭한 지인이 있습니다. 손재주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지 음식이든 액세서리든 뭘 만들어도 감탄이 나올 정도입니다. 


작년 말 이 지인은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하고 마카롱 등 디저트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도 판매 전 맛을 봐달라며 몇 가지 디저트를 보내왔는데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본인이 늦은 밤~새벽 시간에 직접 다 만들고 재료도 좋은 재료만 고집함에도 박리다매 전략으로 많은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며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대충 알아봐도 경쟁업체에서 판매하는 비슷한 퀄리티의 디저트보다 가격도 15%에서 30%까지 저렴했기에 꾸준히 판매가 잘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올해 초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에 좀 잘 되다가 지금 많이 어렵네요. 배달 플랫폼에도 입점해서 평점도 좋고 블로그 후기도 좋은데 다른 가게보다 판매량이 눈에 띄게 적어요. 먹어본 분들은 거의 단골이 될 정도로 맛도 좋고 거의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는데 왜 그럴까요?"


지인의 한숨 섞인 말에 저에게 하루정도만 시간을 주면 대박 날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원인이라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인의 스마트스토어와 배달 플랫폼을 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건 맞는데 정상가와 할인가가 따로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할인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박리다매로 판매하는 만큼 여기서 더 가격이 내려갈 필요는 없었지만 뭔가 전략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정상가를 좀 비싸게 잡으시고 거기서 할인을 해서 지금 가격에 맞춰보세요"


제 말에 지인은 갸우뚱한 목소리로 되물었습니다.


"어차피 최종가격은 똑같은데 그게 효과가 있을까요? 쿠폰 다운로드하는 게 더 귀찮을 것 같은데 괜한 그렇게 해서 더 안 좋은 이미지 될까 봐 걱정이네요"


"버거킹 같은 데서 할인 쿠폰 뿌리는 것 많이 보셨죠? 그런 프랜차이즈도 그냥 할인 쿠폰 하지 말고 그냥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며 될 텐데 왜 그러지 않을까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마카롱을 3,000원에 사겠다는 사람과 2,000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할까요? 3,000원으로 책정하면 2,000원 고객은 다 놓치는 거고 2,000원에 책정하면 판매자는 더 벌 수 있는 1,000원을 포기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이때 가격은 어떻게 세팅해 두는 게 좋을까요?"


"그래도 2,000원 아닐까요?"


"정답은 아니지만 판매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마 정상가를 3,000원으로 하고 1,000원 할인쿠폰을 세팅해 놓는 걸 거예요. 3,000원을 생각한 사람 중에는 그 가격 그대로 사는 사람도 있을 거고 할인쿠폰을 쓰고 득템 했다고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2,000원 사고 싶은 사람들도 쿠폰 다운로드라는 약간의 번거로움만 거치면 본인이 원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거죠. 사람마다 가격 민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선택권을 주셔야 고객 저변을 넓힐 수 있어요"


기존 고객들이 장난질이라며 싫어할 거라는 말과 함께 반신반의하던 지인은 그다음 주 실제로 높은 정상가를 책정해 두고 할인쿠폰을 통해 현재 판매하던 가격으로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만드는 사람도, 상품도, 가격도 똑같은 상황에서 할인 쿠폰이라는 장치가 하나 들어간 것입니다.


한 달쯤 뒤 지인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신기하네요.. 진짜 매출이 늘었어요. 구매자도 좀 늘고 객단가도 올라갔어요"


사실 저도 확신을 할 수 없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사장님! 그러면 이제 2단계로 들어가 보실까요?"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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