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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울지 못하는 나이가 되었다

by 지크

*아주 결론 없고 맥락 없는 글이 될 예정입니다.


브런치글이 뜸했습니다.


30화를 꽉채운 브런치북을 연달아 연재한 탓도 있었지만 최근 이래저래 삶의 부침이 느껴져 차마 글을 쓰기 위해 앉지를 못했습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20대를 지나 내가 최고인줄 알았던 30대마저 정신없이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거울 속에 흔하디 흔한 40대 남자가 보입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무거워진 책임감을 어깨에 올려두고 현실화 될 것 같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 떨고 있는 초라한 남자.


누구나 삶의 굴곡이 있었을테고 저 역시 나름 힘든 시간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와 지금 상황이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2, 30대 시절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가 있었고 술이 있었고 그리고 눈물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위로를 받으며 연거푸 술을 들이키다 펑펑 울면 참 마음이 많이 진정되고는 했습니다.


지금도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예전처럼 많이는 아니지만 술도 마실 수 있습니다.


유독 그때와 다른 점은 눈물을 흘리기 참 어렵다는 것입니다. 40이나 먹은 남자가 운다는 것이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저를 바라보는 소중한 사람들이 걱정을 할까봐 쉽사리 마음을 내려놓기가 어렵습니다. 또 이 나이 먹고 눈물을 무기로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도 꽤 달갑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예전같으면 이때다 싶어 울먹거리며 감정을 터트리고 후련해졌을텐데 혹여 눈물이 나올까 노심초사하며 참고 또 참다보니 감정의 뒤틀림이 더 심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절제하고 절제해온 식욕이 한번 터지면 무섭듯이 어떤 계기로 한번 울음이 터지게 되면 나라 잃은 듯이 지칠때까지 울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흉한 꼴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수많은 걱정 위에 또 쌓아봅니다.


어제 퇴근을 하다 삼겹살집 앞 가로등 아래에서 전화를 하며 울먹거리는 중년 남성분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한 손으로 입을 꽉 막고 나오는 울음소리를 어떻게든 낮춰보려고 애쓰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며 괜시리 저도 괜시리 코 끝이 찡해짐을 느꼈습니다.


제 마음대로 정해버린, 이제 눈물을 흘리면 안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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