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일주일 휴식이 생기자 판매를 못한다는 불안감보다 오랜만에 얻은 여유가 좋았다. 모든 파트타임 직원들에게 일주일간 휴식을 선언하고 나 역시 어디 바람이나 쐬러 갈까 검색을 신나게 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지역과 숙소 등을 정하려는 무렵 생산 인원 중 한 명에게 연락이 왔다.
"혹시 미리 생산을 해두는건 어려울까요?"
"왜 그러세요?"
"사실 계속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갑자기 이렇게 되어서 일주일 다른 일 알아보기도 힘들고.. 저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가 연락을 드려봤어요"
"아..그럴 수 있겠네요"
비용 측면에서 큰 부담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몇달 간 고생해준 그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고민 끝에 조용히 공장 불을 켰다. 그렇게 설렁설렁 만들다보니 3,000개가 넘는 두쫀쿠가 공장 한쪽 벽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거 어쩌지? 유통기한이야 걱정 없는데 계속 쌓아두기만 할 수는 없잖아"
"일단 온라인으로 꾸준히 나가고는 있으니까.. 근데 좀 걱정이긴 하네"
동료가 조심스럽게 아이디어를 냈다.
"혹시 기부하면 어때? 솔직히 말하면서도 순수한 의도라 말은 못하겠어. 세액 공제 겸 하는 거니까"
"기부? 좋은 것 같은데.. 내가 한번 알아볼게"
나는 곧장 한부모 가정과 소외 아동, 국가 유공자분들을 돕는 재단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들려온 사무국장님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훨씬 밝고 따뜻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실까요?"
"아..네. 저는 두쫀쿠를 만드는 업체인데요. 혹시 두쫀쿠 같은 것도 기부가 되나요?"
민망한 내 말에 사무국장님은 더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상에! 물론이죠! 안그래도 하도 인기라니까 아이들이 먹고 싶어했는데 가격도 그렇고 구하기도 어렵고 어디 맛볼 수나 있나요. 저희야 너무 감사하죠"
사무국장님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겠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가슴 한구석에 아주 작은 온기가 피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예상치 못한 연락이 왔다. 모 지역 아울렛의 담당자였다.
"저희 지역이 두쫀쿠 노출이 적기도 하고 유동인구가 많은데 마침 주말에 행사를 해서 더 많이 몰릴거에요. 3천개 정도면 다 팔릴 것 같은데 어떠세요?"
판매가로 치면 2,000만 원이 넘는 거액이었다.
흔들리는 내 눈빛을 읽었는지 동료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기부는 다음에 여유 생기면 하고 일단 이번엔 팔아볼까? 재단에는 사정이 생겼다고 말하면..."
회사를 생각하면 동료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던 사무국장님의 그 밝은 목소리가 자꾸만 발목을 잡았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그 진심 어린 기대감을 돈 몇 천만 원 때문에 저버릴 수는 없었다.
"에이. 그냥 기부하자. 약속은 약속이니까"
결국 우리는 아울렛행 트럭 대신 복지 시설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추운 날씨임에도 몇몇 아이들은 시설 밖에서 뛰어다니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3,000개의 두쫀쿠가 담긴 상자를 내리는 순간, 쏟아져 나온 아이들의 환호성과 어르신들의 인자한 미소, 그리고 지쳐 있던 자원봉사자들의 밝은 표정이 우리를 맞이했다.
"이게 두바이 쫀득 쿠키라는 거야? 맛있다!"
"사장님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두쫀쿠 하나에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2,000만 원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기쁨을 얻었다.
꽉 찬 마음을 안고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유난히 맑았다.
우리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달콤한 공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