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두쫀쿠 사상 최악의 날

by 지크

두쫀쿠의 열기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자 하루에 몇번씩 언론에서도 다루며 이 광풍의 원인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예능 등에서도 찾아다니고 먹어보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며 이 인기에 영합하려고 헸고 이것이 두쫀쿠의 인기에 더 부채질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장님, 뉴스 보셨어요? 이 얘기 아니에요?”


출근하자마자 직원이 내민 휴대폰 화면 속에는 자극적인 자막이 흐르고 있었다.


[열풍인가 광풍인가, 두쫀쿠의 추악한 민낯]


화면 속 작업실은 한눈에 봐도 불결했고, 유통기한이 지난 정체불명의 가짜 스프레드가 가득했다. 비정상적일 만큼 뜨거웠던 열풍 뒤편에서, 누군가는 자격도 없이 이름값에만 기댄 채 오물을 쌓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인기에 편승해서 그저 만드는데 급급했던 두쫀쿠 업체들의 실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공기부터가 달라졌다. 매일 아침 우리를 반기던 달콤한 향기는 어느새 의심의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식약처와 구청에서 나왔습니다. 위생 검열 및 원재료 출처 확인하겠습니다”


서슬 퍼런 공무원들이 들이닥친 날, 공장 안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평소 결벽증 소리를 들을 만큼 바닥을 닦고 생산시설을 정비해왔지만, 무표정한 그들의 시선이 조리대 구석구석을 훑을 때마다 등 뒤로 서늘한 소름이 돋았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본사 지침이라서요”


우리를 입점시켰던 백화점 담당자의 연락은 더욱 차가웠다. 그는 평소의 친근한 말투를 지운 채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여론이 너무 안 좋습니다. 사장님 제품 몇 개 무작위로 수거해서 자체 정밀 검사 맡길게요. 결과 나올 때까지는 저희도 장담 못 드리는 거 아시죠?”


믿음으로 맺어진 관계라 자부했건만, 거대한 불신의 파도 앞에서는 그저 ‘잠재적 가해자’일 뿐이라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다행히 결과는 ‘적합’이었다. 모든 재료는 정직했고 공정은 투명했다. 하지만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건너 건너 알고 지내던 옆 동네 업체 사장님들의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결국 그 집 걸렸대요. 백화점에서 당장 짐 싸라고 했다는데... ”


"파주랑 춘천에 공장들 다 걸렸다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던 두쫀쿠 생산 업체들이 ‘가짜’로 낙인찍혀 쫓겨나듯 퇴출당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뒤숭숭해졌고, 매장은 활기를 잃었다. 그때 백화점 담당자가 다시 찾아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사장님, 일주일만 판매 중단하시죠. 쉬는 셈 치고요”


“판매 중단이요? 저희는 아무 문제 없다고 결과 나왔잖아요”


“압니다. 사장님 정직하신 거 세상이 다 알아요. 근데 지금은 누가 진짜고 가짜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두바이’라는 글자만 봐도 신물이 난 상태거든요. 잠시 소나기를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그의 제안을 들으며 나는 텅 빈 작업실 의자에 주저앉았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죠. 안 그래도 좀 쉬고 싶었습니다”


몇달만에 공장이 완전히 멈췄다. 직원들을 돌려보내고 홀로 공장에 남았다. 밀려드는 주문을 쳐내느라 잊고 살았던 본질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이 인생의 순리라지만, 이번 폭풍은 유독 매서웠다. 쏟아지는 가짜들 사이에서 진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인생은 어쩌면 썰물과 같다. 물이 빠졌을 때야 비로소 누가 옷을 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누가 바닥 깊숙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지 드러나는 법이다.


우리의 뿌리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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