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돈이 되어도 문제는 생긴다

by 지크

인생은 참 얄궂다. 돈이 없을 때는 없어서 문제지만, 돈이 벌리기 시작하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균열이 생긴다. ‘두바이 쫀득 쿠키’를 만들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박을 터뜨렸을 때, 나는 비로소 그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매일 아침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몸은 고됐지만 마음은 충만했다. 하지만 브랜드의 몸집이 커지자,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조력자가 얼굴을 바꿨다. 백화점 입점을 도와주던 벤더사가 커져 버린 수익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내게 청천벽력 같은 요구를 해왔다.


"이미 쌓인 인지도는 우리와 함께 만든 것이니, 앞으로 온라인 판매나 외부 활동에서는 지금의 브랜드 이름을 쓰지 마십시오"


화려한 조명 뒤에서 마주한 민낯은 차가웠다. 함께 고생하며 성장을 일궈온 파트너라 믿었기에 배신감은 더 컸다. 우리는 긴급히 회의를 소집했다.


"백화점에서 워낙 많이 팔려서 브랜드 자체가 힘인데.."


"방송도 탔지, 두쫀쿠 관련 앱에 보면 우리 브랜드가 제일 먼저 뜨는데..이거 너무 아까운데"


"사실 레시피도 우리가 만든거고..법적인 대응을 할까?"


걱정스러운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좋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분노가 앞선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구조가 이상적이지 않은건 사실이었다.


어차피 백화점에서 안그래도 부족한 물량 온라인으로 뺀다고 삐죽거리고 있었고 온라인으로 판매가 많이 될 수록 한 배를 탄 벤더사도 CS 등 부담이 커지고 리스크도 커지는 건 맞았다.


이 모든것보다 우리도 벤더 이상의 역할을 하며 애매한 관계였던 벤더사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우리만의 사업을 시작하기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결단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그 이름 안 쓰겠습니다"


싸우기 싫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름은 껍데기일 뿐이라 애써 자위했다.


그날부터 폭풍 같은 시간이 흘렀다. 급하게 새로운 브랜드를 기획하고, 밤을 새워 로고를 그리고 스티커를 다시 제작했다. 이름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무엇보다 백화점과 방송 등으로 쌓은 브랜드를 믿고 물건을 가져가던 공구 대표님들이 "이름이 바뀌면 곤란하다"며 등을 돌릴까 봐 심장이 조여왔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한 분 한 분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으로 따뜻하고 단단했다.


"대표님, 우리가 파는 건 브랜드 글자가 아니라 대표님이 만든 '제품'이에요. 맛이 그대로인데 이름이 무슨 상관입니까? 걱정 마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속 응어리가 녹아내렸다. 돈이 안 될 때도 문제지만, 돈이 될 때 생기는 수많은 풍파를 견디게 하는 건 결국 '사람'과 '실력'이라는 본질이었다.


또 벤더사가 보유한 신고증을 통해 판매하던 방식을 벗어나고자 각종 영업 신고 등을 준비해서 문제없이 마쳤다. 어차피 이랬어야 하는 일이었다.


채팅을 통해 직접 구매를 원하는 고객이 있어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혹시 저희가 브랜드명이 바뀌어서 다른 디자인으로 나가야하는데 괜찮을까요..? 아니시면 백화점 가서 사셔도 괜찮습니다"


"맛만 좋으면 상관 없어용"


브랜드 이름은 바뀌었지만 우리 두쫀쿠의 쫀득함은 여전하다. 아니 어쩌면 이 혹독한 성장통을 겪으며 우리 마음이 더 단단해진 만큼 이전보다 더 깊은 맛을 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우리는 브랜드에 기대지 않는다. 진짜 실력은 간판이 바뀐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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