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시청자 vs 라이브커머스 시청자

by 지크

"아 홈쇼핑이랑 정말 다르네요. 많이 힘들었어요"


홈쇼핑 PD로 오랜 기간 일하다가 얼마 전 라이브커머스 회사로 이직하여 방송이며 편성이며 여러 가지를 담당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분이 컨설팅을 요청해왔습니다. 일단 홈쇼핑처럼 방송을 해봤는데 반응이 너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방송을 진행하며 나름 야심차게 기획한 부분들이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홈쇼핑 방송 업무를 하던 분들이 라이브커머스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 가장 당황스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너무 다른 시청자들의 특성입니다.


홈쇼핑 방송을 가장 큰 대목은 뭐니 뭐니 해도 공중파 프로그램이 끝난 광고타임입니다. TV가 예전 같지 않다지만 여전히 이 광고타임에 수없이 많은 시청자들이 채널을 이리저리 옮기며 그 중간중간 채널을 차지하고 있는 홈쇼핑 방송을 접하게 됩니다. 평소 관심 있는 상품이라면 자연스레 시청을 하게 되고 크게 관심이 없었다가도 쇼호스트의 멘트에 혹하거나 기타 여러 요소들(무대, 출연진, 혜택)에 이끌려서도 시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점차 마음이 동해서 그중 일부는 실제 구매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홈쇼핑 편성표를 미리 쫙 펼쳐놓고 이 시간에 꼭 홈쇼핑 들어가서 방송 보고 이 상품 사야지 하는 목적구매는 거의 없고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본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충동구매에 가까운 시청자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물론 홈쇼핑 앱이나 홈쇼핑모아 등의 앱을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지 않나 반문할 수 있지만 왜 그런 액션이 활발하거나 쇼핑에 진심이지 않은 5060 세대가 홈쇼핑의 주요 고객인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라이브커머스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목적구매이거나 각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를 위해 잠시 방송에 들어온 시청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앱 푸시나 앱의 팝업, 배너 등을 통해 방송으로 유입이 됩니다. 그 전제는 평소 관심 있는 상품이거나 정말 이름 있는 출연진이 나오거나 구매하지 않아도 뭘 준다는 등의 이벤트입니다. 또 모바일답게 사전에 방송 링크가 이리저리 뿌려지고 그중 관심 있는 사람들이 굳이 그 시간을 쪼개 들어오기 때문에 목적구매 시청자 비율은 더 올라갑니다. 물론 그냥 네이버 쇼핑라이브 탭에 들어와서 어떤 방송들이 있나 쭉 보고 한 번씩 들어가 보는 시청자들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휙휙 스와이프하며 어떤 방송 하나 심심풀이로 보는 그런 시청자의 지갑을 열기는 정말 정말 어렵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홈쇼핑은 시청자는 많지만 이 상품을 굉장히 사고픈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방송이 상품을 사야 할 니즈 자극부터 시작하여 트렌드, 상품 설명, 조건 강조 등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물론 상품이나 상황에 따라 아닐 수도 있지만 홈쇼핑이 가장 목숨 거는 공중파 광고타임이 다가오면 모든 홈쇼핑 방송이 하던 설명을 멈추고 인서트 영상들을 돌리며 타이밍을 보다가 광고가 시작되는 순간 일제히 처음부터 다시 순서대로 설명을 시작하는 것을 보면 홈쇼핑 방송이 어떤 흐름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라이브커머스는 시청자의 볼륨은 작지만 적어도 이 상품에 관심은 있는 시청자들이 꽤 들어와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판 처음 보는 상품처럼 하나부터 열 가지 다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게다가 시청자들은 카톡 등 수없이 많은 알람의 유혹으로 TV보다 인내심이 덜합니다. 오히려 방송의 구조는 허술하더라도 혹할만한, 상품 상세페이지에서는 보여주기 어려운 상품의 특징들만 빠르게 소개한 뒤 고객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지, 어떤 것만 해소되면 구입할지 물어보는 게 낫습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케어하는 느낌으로 구매에 이르게 하다 보면 홈쇼핑보다 볼륨은 적더라도 실속을 챙겨갈 만한 구매자 수를 달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시청자들의 차이가 있기에 홈쇼핑 방송에서 하듯이 라이브커머스를 하면, 라이브커머스 하듯이 홈쇼핑 방송을 하면 이질감이 들고 성과도 좋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내용으로 컨설팅 후 그분은 현재 방송 중 시청자들과의 소통에 푹 빠져있습니다. 물론 오늘 소개한 것들이 방송의 절대적 성공요인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이 방송을 통한 커머스의 한 묘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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