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에서 다섯으로 : 추억 여행
둘에서 다섯으로
전국 여행을 떠나기 전 외장하드에 담긴 ‘2011년 경주 여행’ 사진을 열어봤다. 삼각대 놓고 둘이 손 잡고 사진도 찍고 남편도 나도 앳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땐 뚜벅이 여행이기도 했지만 체력이 좋았는지 자전거 대여해서 꽃단지에서 보문 호수까지 다녀오기도 했었다. 구남친(현남편)이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장트러블이 나서 식은땀 흘리며 참았던 웃픈 기억도 있다 ㅎ
만 10년 만에 둘에서 다섯이 되어 경주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포항에서 경주에 도착하자마자 황룡원 숙소 체크인부터 했다. 숙소 테라스에서 바라본 문화재 뷰! 숙소 안에만 있어도 경주 분위기 물씬 난다. 숙소에서 편히 쉬다 보니 나가기도 귀찮아 저녁은 도미노피자를 포장해서 먹었다.
황룡원
위치 : 경상북도 경주시 엑스포로 40
스테이원 사이트에서 예약
저녁도 먹었으니 산책할 겸 밖으로 나갔다. 숙소 근처에 경주 월드가 있었는데 ‘드라켄’이라는 놀이기구만 보였다. 90도로 떨어지고 360도 회전을 두 번이나 하고 보기만 해도 스릴이 넘친다. 엄마 아빠는 무서워서 탈 생각도 1도 없는데 아이들이 타고 싶다고 타면 안 되냐고 ㅎ ㅎ
경주 월드 근처까지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 씻기고 재웠더니 기나긴 하루가 끝났다. 경주 여행을 하면서 둘이 왔었던 장소에 갈 때마다 우리 둘이 왔을 땐 이렇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정말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답답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곤히 잠들어있는 세 아이를 보니 또 짠한 마음이 든다. 힘들어도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고 웃을 때도 많지.. 감사한 마음도 든다.
다음 날 아침,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보문호 산책에 나섰다. 도저히 걸어 다닐 수 없을 것 같아 전동자전거를 대여했다. 1시간에 3만 원, 내 기준으로는 싼 가격은 아니지만 ㅎ 전동자전거를 타니 덥지 않고 시원해서 산책하기 좋았다. 중간에 잠시 내려 가족사진도 남겼다. 아이들과 보문호에 간다면 넓어서 오래 걸을 수 없으니 전동자전거는 꼭 타야 한다.
자전거 반납하고 교리 김밥에 들러 김밥 3줄 (13,500원) 포장해왔다. 남편에게 김밥이 한 줄에 4,500원이라고 하니 깜짝 놀라더라는! 교리 김밥은 '백종원의 3대 천왕 전국 3대 김밥'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것 같다. 다른 김밥과 차이점을 들자면 김밥 속 계란 지단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거! 아이들하고 김밥 & 컵라면으로 한 끼 잘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우리 동네였다면 ㄱㅂㅁ 김밥집을 갔을 거다 ㅎ
교리 김밥 보문점
위치 :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424-11-
전화번호 : 054-774-5130
점심 먹고 잠시 쉬다 국립경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 갔다. 박물관 방문 전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관람 예약을 필히 해야 한다. 회차 당 이용 시간은 50분인데 시간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비가 내려 조금 늦어 35분 정도 관람을 못해 아쉬웠다. 어린이 박물관이 넓고 전시가 많은 편은 아닌데 세속오계, 활쏘기 체험, 황금 문화재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활동도 있고 아이들이 즐기기엔 괜찮았다. 어린이박물관 관람 후 국립경주박물관 구경하고 에밀레종소리까지 듣고 경주와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국립경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위치 : 경북 경주시 일정로 186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 지하
관람료 : 무료 (주차비도 무료)
https://gyeongju.museum.go.kr/kid/html/sub01/0103.html 홈페이지 참고
경주에서 안 가면 섭섭한 첨성대도 갔다. 오랜만에 경주에 가니 첨성대에서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를 운행하고 있었다. 시간이 늦어 못 탔는데 아이들하고 전기자동차 타고 경주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밤에 더 멋있어서 첨성대 야경도 꼭 보고 싶었는데 오래 걸어 다닌 아이들이 덥다고 난리 치는 바람에 밤에 첨성대를 못 간 게 정말 아쉽다.
첨성대
경상북도 경주시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 시기의 천문관측소. 천문관측시설
위치 :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
첨성대 구경을 마치고 바로 옆 꽃단지로 향했다. 여러 종류의 꽃이 있었는데 해바라기가 꽤 넓게 심어져 있었다. 이렇게 많은 해바라기는 또 처음 본다. 경주에서 꼭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던 남편과 둘이 왔었던 꽃단지에서 가족사진 찍기! 미션 클리어! 한 명은 목마 태우고 두 명 손 잡고 있느라 정신없었지만 오래오래 기억될 가족사진이다. 몇 년 후에 다시 이곳에 와서 가족사진을 남기면 그땐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꽃구경 마치고 저녁 식사하고 야경 보러 동궁과 월지로 이동했다. 일몰 보려고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고 비까지 내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3호가 화장실 간다고 해서 데려갔다 왔더니 또 갑자기 2호가 화장실 간다고 하고 결국 동궁과 월지 구경도 못 하고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나와버렸다. 입장료 아까워서 조금 더 버텨볼까도 했지만 그냥 나왔다.
남편이 동궁과 월지 야경 사진 촬영한다고 기대 많이 했었는데 사진은커녕 제대로 구경도 못해서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많이 찍지 않았지만 몇 장 찍은 사진이 대박이라 잘 찍었다고 남편을 위로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난리 치는 상황에서 되려 남 탓만 하고 서로에게 더 화내고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했었는데 경주에서는 한 편이 되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경주 여행 내내 아이들때문에 힘들었지만 남편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만 10년 만에 둘에서 다섯이되어 떠난 경주여행 추억이 두 배가되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