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여덟 번째 수술

비장, 백내장, 위, 무릎관절, 쓸개, 고관절

삼성서울병원 20년 차 환자의 전신마취 수술 목록이다. 엄마 인생의 중 후반기는 그 자체로만 보면 암흑이겠지만 조금만 다르게 보면 새 생명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 여덟 번째 수술을 하러 들어가셨다.

인간의 몸에서 관절이라는 게, 닳아 없어지는 소모품인데 치료를 위해 장기간 복용했던 스테이로이드 약은 엄마의 관절소모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었던 것 같다. 보통 70대에나 할법한 무릎인공관절수술을 50대에 했고, 고관절 인공관절수술도 60대 후반에 하게 된 거니까.

잘 걷고 싶어서 선택한 수술이지만 잘 걷기 위해  견뎌야만 하는 것들이 많다.

일반인의 10% 수준밖에 되지 않는 혈소판감소증 환자인 엄마를 더 지치게 하는 건, 출혈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온갖 수혈과 주사들이다. 남들 열 배 이상의 갖은 전처치는 수술 당일까지 엄마의 몸과 마음을 모두 지치게 만든다.

누구보다 꾸준히 아파온 엄마는 자신을 향한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하지만, 언젠가는 이 생명을 구해온 모든 과정을  감사로 가득 찬 날들이었다고 하면서 웃으실 수 있으면 좋겠다. 면면이는 불행이었을 수 있으나, 살아 숨을 쉬는 지금 이 순간이 축복이라는 것을. 견디고 버텨온 당신 삶의 모든 순간이 아프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그래서 누구보다도 오늘의 여덟 번이 꼭 마지막 전신마취이기를 바라며.

2023년 8월 3일에 써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