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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과 Nov 02. 2019

굿바이 홈런

세상에 가려진 비밀을 말하는 영화

 단순한 줄거리를 다룬 많은 극영화들은 인생의 진실을 가린다. 인생역전을 하고, 고난 후에 승리를 말하고, 무언가를 성취하는 영화들, 하지만 대부분 우리네 삶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다들 알지 않은가? 고난 후에 실패가 더 많으며,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은 저 멀리 있는 곳의 이야기라는 것. 굿바이 홈런은 이런 내용을 말하는 다큐이다. 고등학교의 만년 꼴찌팀의 졸업 이야기, 오랜 시간을 승리를 갈구하지만, 승리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고 결국은 야구라는 필드를 떠나야 하는 이야기들. 누군가에게 찬사와 박수를 받는 것은 정말 소수이고, 남은 이들은 저 멀리서 눈물과 땀만을 흘리고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이 영화는 이런 루저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루저 정신의 대표 인디가수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곡이 영화 중간중간 깔리는데, 이 가수 역시 가려진 진실을 노래했기 때문에, 영화의 어느 장면에 어떤 음악이 깔려도 이렇게 어울릴 수가 없다. 특히 이 가수가 젊은 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든 노래들이 이 영화에 맞물린다는 것도 서글프다. 20대 내내 이 가수의 노래에 심취되었던 나로서는 이 영화의 모든 장면과 모든 음악이 애닳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때론 카메라가 휘청거리고 멋있게 찍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다. 듬성듬성 누가 주인공인지도 잘 모르겠는 영화는 여러 강아지에 둘러싸인 한 사람이 강아지 한 마리 한 마리를 쓰다듬어 주려는 듯, 어떻게든 잠깐잠깐이라도 야구부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비춰주려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특히나 아이들 뿐 아니라 감독과 코치도 인상적이다. 나는 이 영화의 코치를 보며 선생님다운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이 고등학교의 코치를 하는 것이 좋고 합숙을 하는 것이 좋은 이유가 나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 


 그래서 이 코치는 아이들 곁에 계속 머물러준다. 어디를 놀러 가도, 밤에 야식을 먹을 때도, 몰래 숙소에서 과자를 먹을 때도 계속 아이들 곁에서 실없는 소리를 하며 같이 있어준다. 이러한 꼴찌팀은 승리를 쥘 뻔한 시합에 다가간다. 하지만 가차 없이 세상은 또 실패를 안겨주고 버스 안은 비애와 눈물이 감돈다. 코치는 본인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한마디 한다. 


" 너희들의 앞으로의 경기를 보자면 이제 1이닝 밖에 안 했어, 시합은 9 이닝 까지잖아"


이 영화는 실패하고 지친 이들에게 아직 1이닝뿐이라며 마지막 이닝까지 일단 가자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기적 같은 승리와 기쁨의 맛도 잠시 보여준다. 우리들 인생이 그렇지 않다던가? 비참한 결과도 있지만, 때론 그 과정 가운데 맛보는 달콤한 승리의 맛들. 그리고 다시 받아들여야 할 쓴 맛들. 모든 작은 것들을 향한 이 영화의 노래는 모든 아이들과 감독, 코치를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힘을 선사한다. 영화라는 기이하고 기묘한 힘이 이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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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승리가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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