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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과 Sep 11. 2020

키즈 리턴

남겨진 자리.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에 사로잡힌 건,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다. 부서진 요트를 들고 유유히 걷는 커플을 길게 물끄러미 응시하는 영화. 다케시의 영화는 등장인물들을 차분하게 응시하게 만든다. 계속해서 응시하게 만드는 다케시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 영화는 젊은 청춘이 산산조각 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앞에 언급한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처럼 다케시 감독 특유의 시선으로 청춘들을 바라본 영화이다.  등장인물들이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난 이후에도 남은 주변의 것들을 서성이는 감독의 시선들. 두 청춘의 방황을 그린 영화이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답잖은(?) 뒷자리를 꽤나 공들여 묘사한다. 


 야쿠자가 되려 했던 마모루는 자신의 상관(?)이 거리에서 죽임을 당하자 야쿠자 어르신들이 있는 본회의에서 비겁해지지 말자며 복수하자고 소리를 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여느 영화라면 애쿠자 청년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화를 내고 나갔다, 까지 보통 보여줄 것이다. 그런데 키즈 리턴은 마모루가 박차고 나간 후에 단역으로 한번 나오는 조직의 할아버지 대부들이 언제 골프 치러 갈거냐며 허허허 웃는 뒷장면을 굳이 넣는다.


 한창 복싱에 열을 올리는 신지라는 청년은 거리를 뛰어다니며, 길에서 노숙하는 사람 앞에서 쉐도우 복싱을 선 보이고 조깅을 계속한다. 열심히 복싱 연습을 하고 있다 라는 장면으로 그저 스쳐 지나갈 듯이 나오는 이 장면에서 신지를 지켜보던 노숙자가 자리에 앉아 권투를 따라 하는 장면을 공들여 넣는다. 영화의 많은 장면들이 이런식으로 나온다. 주요 사건이 나오고 남은 주변의 것들을 살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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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장면들,


  대부분의 영화가 청춘 그 자체에 대해서 말할 때, 청춘이 떠난 자리를 응시하는 그의 새로운 시선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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