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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과 Sep 21. 2022

희극지왕

그 하나가 없다

 꼭 그 하나가 없다. 인생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어쩌면 이런 문장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갖고 싶은 것을 살 돈이 없다. 어느정도 돈이 채워지면 남들이 가진 또 다른 무엇을 부러워하지 않을 마음이 없다. 이제야 나를 지나친 인연들의 마음을 헤아릴 때면 그 인연이 없다. 이제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면 내겐 이제 그것을 할 그 무언가가 없다. 늘 꼭 그 하나가 없다. 어쩌면 인생과 예술은 이 무언가 그 하나가 없는 부재의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꼭 외적으로 보이는 부재가 아니어도, 우리는 내적으로 빈 그 무언가로 인해 또 괴로워한다. 각자의 은밀한 내면에도 마찬가지로 그 무언가 하나가 없다. 20대 시절,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가수의 노래에 심취해 있었다. 무작정 산책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면 이 가수의 노래로 나의 마음을 대신 표현하곤 했었다. 모두가 그 무언가를 채우는 방법을 말하고, 가진 것을 화려하게 전해줄 때 이 가수는 그 하나가 없는 것 자체를 노래했다. 핏대를 세워 내가 가지지 못한 그 무언가의 고통 어린 몸짓 자체를 표현했다. 아마도 그 과감함, 솔직함에서 나는 동질감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노래 중에 '주성치와 함께라면' 이란 노래가 있다. 주성치와 함께라면 모든 것이 행복했다 라는 말처럼 이 가수는 주성치 영화의 광팬이었다. 나 역시도 주성치의 엄청난 팬이었다. 그 무언가 없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무공? 돈? 사랑? 들을 넣어주는 그 연민 어린 영화의 시선에 무척이나 큰 만족감을 얻곤 했었다. 잠시 세상은 의외의 희망이 있을지도..라고 말하며 환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한 주성치의 눈빛과 연기들.


무엇이 없는 그 일상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주성치 영화들


 희극지왕에서의 주성치는 연극을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진심 어리게 조연의 역할들을 해내지만, 세상은 도시락 하나조차 주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열정, 연극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그에게 배역은 없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술집에서 일하며 일상을 영위하는 것에 대한 희망이 없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사랑하게 된다.


나 먹여 살릴 거야?

내가 먹여 살릴게라고 눈물 콧물 섞어가며 외치는 그들을 보노라면, 가히 희극지왕이라는 칭호가 주성치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 중에 역전아라리 라는 노래가 있다.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며 처량한 화자로 묘사되던 기존의 아라리 노래를 역전해버린다. 나를 버리고 떠나신 그 이가 나를 기다릴지도 모르니, 지금 내가 자리를 박차고 날 버린 그 이를 찾아가겠다며 구슬픈 노래를 결단의 노래로 바꿔 버린다. 그 무엇이 없는 가장 낮은 이들의 외침. 그 무엇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자격은 사실 그 무엇이 가장 없는 그들에게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비밀은 그들만이 본다.


 Copyright 2022.양과.All right reserved.


주성치와 함께라면 행복했어,

널 잊을 수 있었어 모든 게 좋았어

오맹달도 날 위로했어 지워버려,

사랑할 수 없다면 그냥 떠나보내 괜찮아,

모든 건 다 좋아질 거야 주성치와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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