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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ter lunch Apr 18. 2020

이별

건설인의 인문학적 성찰 에세이


이별을 맞이할 때,
 우리는 그동안 겪었던 어떤 사람을 그나마 정확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유난히 사람과의 만남이 많은 건설업이다 보니 만남과 생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지만, 어쩌면 이별도 만남만큼 빈번하고 중요할 수 있다. 



1. 이별은 만남만큼 잦다. 


인생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만남과 같은 수만큼 이별이 존재하지만, 만남의 간격과 이별의 간격은 가늠하기 쉽지 않고, 사람마다 그 시간도 각각 다르다. 만남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반면, 이별은 대부분 우리가 직접 결정한다. 


얼핏 생각하면 만남만큼 이별도 우리 통제 밖의 상황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이별 자체가 이별은 아니기에 필자는 이별을 우리가 직접 결정한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갑자기 사망한다 하더라도 평생 곁에 두고 사는 사람이 있고, 생명의 은인이나 인생의 스승 또는 역사적 위인 등과는 절대 영원히 이별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 몇십 년간을 같은 직장에서 봐야 하는, 아니 보고 있는 직장 동료라도 지극히 사소한 일로 토라져 마음에서 아예 지워버리는 일도 있고, 있어도 없는 듯, 봐도 못 본 척 지내는 일도 다반사이지 않은가?  2년 남짓 같이 지낸 전우(戰友)들과 평생 친구로 남기도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호적에서 파버리기도 한다. 이별에 기한이 없다는 명백한 사례이다. 


누군가와 헤어짐이 다가올 때, 우리는 판단한다. 저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가? 빠른 시간 내에 저 사람을 잊어야 하는가? 상당히 복잡한 요소들이 판단할 시간을 지체시킬 것 같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별 시점을 빨리 판단한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헤어진 후 가장 오래도록 이별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그리고, 헤어지기도 전에 이별했던 사람은 누구인지 생각해보라. 판단이 빠르지 않았는가?  


또 다른 질문을 해보자. 이별한다고 기억에서 사라지는가? 잊지 말자고 해서 잊히지 않던가? 아이러니하게도 헤어짐, 이별, 잊힘… 들과 기억, 추억, 각인, 트라우마 등은 교묘히 얽혀있다. 어느 한쪽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나머지 반대쪽이 약해지지 않는다. 판단은 우리가 하더라도 마음은 마음대로 안 되는 가보다. 뇌 의학자나 심리전문가가 아니라서 함부로 말은 못 하겠는데, 아마 연구를 열심히 해봐도 비슷할 거다. 귀보단 눈, 눈보단 뇌, 뇌보단 마음이 오래 저장되고 보다 예민하고, 통제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니 우리 마음에 오랫동안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도록 살아보자.



2. 이별은 정직하다.


이별을 맞이할 때 우리는 그동안 겪었던 어떤 사람을 정확하게 평가 내리는 버릇이 있다. 아무리 친하고 각별한 사이였든, 늘 저주를 퍼부었던 잔인한 사이였든 간에 헤어짐이 다가오면 당사자를 객관적으로 보려 하는 심리가 존재하는 것 같다. 지난날의 감정에 대한 보정 차원이라 여겨지기도 하는 이유인 즉, 우리는 평소 사람에 대한 감정 측면에서 철저히 자기편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참 이기적인 관점으로 상대를 얘기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그 사람과의 지속적인 만남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팽팽했던 긴장이 풀리면서 후회와 성찰의 시간이 시작된다. 


후회와 성찰의 방법으로 정직하게 탐구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기와 연결된 타인들의 언행이 조금씩 객관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새롭게 이해해야 한다. 그냥 끝내는 마당에 다시 생각해보면, 미운 사람은 더 미워 보이고, 좋은 사람은 더 좋아 보일 것이지만, 성찰과 탐구의 과정에서는 이해와 용서가 수반된다. 제 아무리 자신을 후벼 파봐도 나쁜 놈은 나쁜 놈이겠지만, 용서할 수는 있다는 말이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엄청난 고난을 당한 주인공이 전세 역전에 성공하고, 당사자에게 “네 가족이 불쌍해서 봐준다…”,  “그래도, 너 때문에 세상 알게 되었다. (고맙지 않은데) 고! 맙! 다! OO아”같은 대사를 날리는 걸 본다. 그래서 주인공이겠지만, 그런 게 다 이별의 과정에 성찰과 탐구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사료된다. 


만남만큼 이별하게 될 여러분들, 잘~ 이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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