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fter lunch Dec 03. 2019

꿈 찾기

건설인의 인문학적 성찰 에세이

꿈이 직업으로 이어지면 참 꿈같은 일 일거다. 꿈은 대부분 일이 아니라 상황이나 바람이어야 한다. 그건, 경험으로 변해간다

.

(중략)

.

.

변해가는 꿈들이 어느 순간 변하지 않고 지속될 때가 있을 텐데, 그게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면, 죽음이 온다 해도 원한다면, 죽은 후에도 영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런 걸 찾는다면 그 꿈은 진짜 꿈이다. 그런 꿈을 찾는 것이 꿈 찾기다. 




故신해철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의 가사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갈 때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꽤 많은 그의 음악은 늘 변해가는 세상과 변하지 않아야 되는 인간과 꿈을 이것저것에 빗대어 걸쭉하고 호탕한 목소리에 담았었다. 고등학생 때 노래방에서 부를 땐 몰랐었는데, 문장마다 철학적이다. 찾아보니, 철학과 재학 시절 대학가요제 나가 대상을 탔다고 나온다. 생각 많이 한 티가 난다. 음악보다 말과 행동이 부각되어 평가절하 됐던 그에게 많이 미안해서 미치겠다.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대답하도록 살겠소.


꿈 얘기에 그가 먼저 생각난 건 우연이지만, 꿈은 죽음을 생각할 때 분명해진다. 어떤 직업을 원하는지… 따위는 꿈을 묻는 게 아니다. 


“꿈이 뭐냐?” 물으면 

“꿈? 어떤 꿈?”이라고 되묻는 사람, 많다. 

“뭐하고 싶냐고?” 하면 

“언제? 지금?”이런 사람, 좀 있다. 

“죽을 때까지!!” 하면 

“아~ 그 꿈?!” 한다. 


꿈을 직업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엄밀히 말해 다른 거다. 꿈이 직업으로 이어지면 참 꿈같은 일 일거다. 꿈은 대부분 일이 아니라 상황이나 바람이어야 한다. 그건, 경험으로 변해간다. 


지금 나의 꿈은 세상이 기억하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같은 철학적인 정의 말이다. 또 하나 있다면, 모든 사람이 같은 신을 믿었으면 좋겠다. 



차장 될 즈음부터 꿈 찾기를 했다. 변해가는 꿈들이 어느 순간 변하지 않고 지속될 때가 있을 텐데, 그게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면, 죽음이 온다 해도 원한다면, 죽은 후에도 영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런 걸 찾는다면 그 꿈은 진짜 꿈이다. 그런 꿈을 찾는 것이 꿈 찾기다. 


당신에겐 죽어서도 지속되어야 하는 꿈이 있는가? 

현장에 찌들어 있거나, 하는 일이 하찮게 느껴질 때는 아직 찾아오지 못한 그 꿈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 


허황돼 보이는 꿈 찾기가 문득문득 찾아오는 위기극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솔직히 죽음과 연관 지을 만큼 거창한 것부터 생각하면 꿈 찾기가 어렵다. 일하다가 문득 내 일에 보람을 못 느낀다거나, 이유 모를 이유로 집중이 되지 않거나, 하는 일이 지루하다거나, 그냥 멍해질 때… 맘 속 깊은 곳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그 무언가를 꺼내어 조금이라도 실천해보기를 추천한다. 


이 글은 내가 지금 그럴 때 쓰고 있는 거니까… (2015년 봄 어느날 작성)




".... 브런치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메일을 받고 나서, 서랍 속의 습작들을 꺼내어 읽어 보는 지금, 5년 전쯤 이라크에서 끄적였던 이 글을 읽는데... 옛날 사진을 보는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노라면, 촬영 당시의 상황은 물론이거니와 어떻게 그 곳에 갔으며, 그 이후 우린 무엇을 먹고 어떤 대화를 나눴고, 그 때 누굴 좋아했으며, 지금 그녀는 어디서 뭐하고 있나? 같은 온갖 추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를 때가 있는데, 글을 쓰는 작가가 예전에 적었던 에세이나 노트를 보는 것은 사진보다 더 세밀한 감정까지 끄집어 내는 일이란 걸 깨닫는다.


거짓말 같겠지만, 당시에 불었던 바람의 온도와 향기까지 느껴진다. '그래... 차장 진급하고, 내가 꿈찾기라는 글을 썼지... 지금 내가 작가가 되었어!' 민망해 내뱉을 순 없어도, 입속에 그런 감사와 다짐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이 글이.. 또 다른 미래의 나에게 다시 읽혀질 때, 지금의 공간과 상황, 바람과 향기까지 떠오를 추억캡슐이 되길 바라고, 분명히 아름다운 기억일 것 같다.


꿈은 찾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틀린 말이다.
꿈은 만들어 놓은 것들을 찾는 것이다.

꿈을 만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오래 전에 만들어 놓은 여러분의 꿈을 이젠 찾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