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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fter lunch Dec 03. 2019

꿈 찾기

건설인의 인문학적 성찰 에세이

꿈이 직업으로 이어지면 참 꿈같은 일 일거다. 꿈은 대부분 일이 아니라 상황이나 바람이어야 한다. 그건, 경험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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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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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가는 꿈들이 어느 순간 변하지 않고 지속될 때가 있을 텐데, 그게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면, 죽음이 온다 해도 원한다면, 죽은 후에도 영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런 걸 찾는다면 그 꿈은 진짜 꿈이다. 그런 꿈을 찾는 것이 꿈 찾기다. 




故신해철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의 가사다.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파랗던 꿈을

세상이 변해갈 때 같이 닮아가는 내 모습에

때론 실망하며 

때로는 변명도 해보았지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꽤 많은 그의 음악은 늘 변해가는 세상과 변하지 않아야 되는 인간과 꿈을 이것저것에 빗대어 걸쭉하고 호탕한 목소리에 담았었다. 고등학생 때 노래방에서 부를 땐 몰랐었는데, 문장마다 철학적이다. 찾아보니, 철학과 재학 시절 대학가요제 나가 대상을 탔다고 나온다. 생각 많이 한 티가 난다. 음악보다 말과 행동이 부각되어 평가절하 됐던 그에게 많이 미안해서 미치겠다. 지나간 세월에 후회 없노라고 대답하도록 살겠소.


꿈 얘기에 그가 먼저 생각난 건 우연이지만, 꿈은 죽음을 생각할 때 분명해진다. 어떤 직업을 원하는지… 따위는 꿈을 묻는 게 아니다. 


“꿈이 뭐냐?” 물으면 

“꿈? 어떤 꿈?”이라고 되묻는 사람, 많다. 

“뭐하고 싶냐고?” 하면 

“언제? 지금?”이런 사람, 좀 있다. 

“죽을 때까지!!” 하면 

“아~ 그 꿈?!” 한다. 


꿈을 직업으로 오해하는 이들이 간혹 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엄밀히 말해 다른 거다. 꿈이 직업으로 이어지면 참 꿈같은 일 일거다. 꿈은 대부분 일이 아니라 상황이나 바람이어야 한다. 그건, 경험으로 변해간다. 


지금 나의 꿈은 세상이 기억하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것이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같은 철학적인 정의 말이다. 또 하나 있다면, 모든 사람이 같은 신을 믿었으면 좋겠다. 



차장 될 즈음부터 꿈 찾기를 했다. 변해가는 꿈들이 어느 순간 변하지 않고 지속될 때가 있을 텐데, 그게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면, 죽음이 온다 해도 원한다면, 죽은 후에도 영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런 걸 찾는다면 그 꿈은 진짜 꿈이다. 그런 꿈을 찾는 것이 꿈 찾기다. 


당신에겐 죽어서도 지속되어야 하는 꿈이 있는가? 

현장에 찌들어 있거나, 하는 일이 하찮게 느껴질 때는 아직 찾아오지 못한 그 꿈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 


허황돼 보이는 꿈 찾기가 문득문득 찾아오는 위기극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솔직히 죽음과 연관 지을 만큼 거창한 것부터 생각하면 꿈 찾기가 어렵다. 일하다가 문득 내 일에 보람을 못 느낀다거나, 이유 모를 이유로 집중이 되지 않거나, 하는 일이 지루하다거나, 그냥 멍해질 때… 맘 속 깊은 곳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그 무언가를 꺼내어 조금이라도 실천해보기를 추천한다. 


이 글은 내가 지금 그럴 때 쓰고 있는 거니까… (2015년 봄 어느날 작성)




".... 브런치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메일을 받고 나서, 서랍 속의 습작들을 꺼내어 읽어 보는 지금, 5년 전쯤 이라크에서 끄적였던 이 글을 읽는데... 옛날 사진을 보는 기분이 든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노라면, 촬영 당시의 상황은 물론이거니와 어떻게 그 곳에 갔으며, 그 이후 우린 무엇을 먹고 어떤 대화를 나눴고, 그 때 누굴 좋아했으며, 지금 그녀는 어디서 뭐하고 있나? 같은 온갖 추억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를 때가 있는데, 글을 쓰는 작가가 예전에 적었던 에세이나 노트를 보는 것은 사진보다 더 세밀한 감정까지 끄집어 내는 일이란 걸 깨닫는다.


거짓말 같겠지만, 당시에 불었던 바람의 온도와 향기까지 느껴진다. '그래... 차장 진급하고, 내가 꿈찾기라는 글을 썼지... 지금 내가 작가가 되었어!' 민망해 내뱉을 순 없어도, 입속에 그런 감사와 다짐을 하고 있다.  앞으로 이 글이.. 또 다른 미래의 나에게 다시 읽혀질 때, 지금의 공간과 상황, 바람과 향기까지 떠오를 추억캡슐이 되길 바라고, 분명히 아름다운 기억일 것 같다.


꿈은 찾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틀린 말이다.
꿈은 만들어 놓은 것들을 찾는 것이다.

꿈을 만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오래 전에 만들어 놓은 여러분의 꿈을 이젠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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