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레시피> 저자 나인 인터뷰
최근 혼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 생활이 각광받고 있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별히 독서 인구가 더 늘어난 것은 아닐텐데, 컬러링북이나 손글씨 책의 판매가 상승했다. 그러고 보면 수많은 전자기기의 홍수 속에서도 종이에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쓰거나, 그리는 아날로그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3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글씨 유튜버이자 최근 <손글씨 레시피>라는 글씨 교정 도서를 출간한 나인 작가를 만났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디지털 매체를 통해 알리고 있는 나인과 손글씨의 매력과 유튜브 성장 배경, 최근에 출간한 책에 관해 두루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이 공부보다 '글씨'에 관심을 갖더라고요"
- 처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첫 시작은 유튜브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이었습니다. 당시에 자기가 공부하거나 필기한 걸 업로드하는 일명 '공스타그램'이 유행이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나누려고 제가 공부한 것이나 플래너를 공유했어요. 그런데 예상외로 사람들이 내용보다 저의 '글씨'에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글씨에 대한 칭찬을 듣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더 가더라고요. 그때부터 나름대로 글씨 교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서 폰트를 뽑아놓고 무작정 따라 썼어요. 그렇게 4개월쯤 하다 보니 글씨가 점점 더 나아지고, 잘 쓰는 노하우도 생기고, 저만의 글씨체도 만들어졌습니다.
글씨체가 나아지는 만큼 팔로워도 조금씩 늘었고, 글씨 쓰는 '방법'에 대해서 묻는 분들도 생겼어요. 그즈음에 누군가가 쪽지를 보냈는데 유튜브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고민도 좀 하고, 유튜브도 관심 있게 찾아보고, 영상편집도 배우고, 어떤 영상을 올리면 좋을지 나름대로 계획도 세우면서 1년 정도를 준비한 뒤에 2018년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3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손글씨 유튜버들 중에서도 구독자가 가장 많기도 하고. 그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우선 손글씨라는 것이 유튜브로 잘 접근하지 않는 주제였기 때문에 오히려 경쟁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먹방이나 뷰티는 너무 많잖아요. 지금은 좀 늘었지만, 제가 유튜브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글씨 유튜버들이 두 분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자리를 빨리 잡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두 번째는 댓글 반응을 자주 살피고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바탕으로 글씨 강좌 영상을 만든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피드백을 빨리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자음과 모음의 간격을 맞추는 게 특히 어렵다는 댓글이 눈에 띄면 이 간격을 쉽게 맞출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강좌 영상을 찍는 식이에요. 그런 것들이 초기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글씨라는 큰 주제로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립스틱으로 글씨를 쓴다든지, 물풀로 펜을 만들기도 하고, 한글날에는 2000개의 글자를 이용해서 세종대왕을 그리기도 했어요. 그런 시도들이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습니다.
- 첫 번째 책 <손글씨 레시피>를 작가가 직접 책 소개를 한다면?
앞에서 얘기했듯이 제가 처음 손글씨를 교정할 때는 방법을 몰라서 무작정 따라 쓰거나 폰트를 뽑아서 따라 쓰는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많이 생기게 됐어요. 처음에는 이걸 영상을 통해 알려드리면 좋겠다는 정도의 마음이었고, 책으로까지 내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의 댓글이나 반응을 보니 글씨를 교정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영상만으로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방법들을 모으고, 영상의 한계 상 다 담지 못했던 부분도 넣고, 스스로 연습할 수 있는 칸도 구성해서 하나의 교본처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어보니 무려 구상부터 출간까지 무려 526일이 걸렸더라고요. (웃음) 하다 보니 점점 더 욕심이 나서 원래 한글만 하려고 했는데 영어도 추가하고, 분량도 계속 늘어났어요. 아마 시중에 나와 있는 손글씨 책 중에 가장 두껍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어쨌든 결과적으로 괜찮은 손글씨 책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덧붙여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손글씨의 방법을 알려드릴 뿐인지 그걸 완성하는 건 결국 연습과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제 책의 특징 중에 하나는 연습 칸이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1만5000자 이상을 쓸 수 있어요. (웃음) 이걸 다 채우시면 누구라도 글씨 교정이 가능할 것 같아요. (웃음)"
- 책을 보면 모음에 따라 자음의 형태가 다양하게 바뀌는 등 나름의 원칙이 있다. 꼬, 웃, 양 같은 글씨들을 쓰는 설명들을 보면 한 글자, 한 글자 굉장히 디테일하게 연구를 많이 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나인이 쓰는 이 방식이 정답은 아니지 않나?
맞습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모든 글씨에 정답이라는 기준은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저의 기준으로는 제가 처음 손글씨 교정을 시작했을 때, 도움이 되었던 바탕이 있었는데 <손글씨 레시피>가 그런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글씨체의 기본은 결국 균형과 조화라고 봐요. 디테일한 지점들도 있지만 책 자체가 결국 글자들 간의 균형과 조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문장을 쓰려면 필사를 많이 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글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바탕과 연습을 통해서 기본기를 익히고, 어느 정도 훈련이 되면 그 이후부터는 자기만의 원칙과 개성을 담은 스스로의 글씨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손글씨 교정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 정말 이 글씨 연습을 많이 하면 악필도 명필로 바뀔 수 있는 것인가? 나인은 처음부터 글씨를 잘 썼던 것 아닌가?
사실 제가 원래부터 남들보다 글씨를 잘 썼던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웃음)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처럼 쓸 수 있었던 건 아니에요. 지금의 제 글씨체는 스스로 글씨 교정을 하고 연습을 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럼 점에서 어떤 방법으로 쓰는지, 어떤 습관으로 쓰는지에 따라서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봐요.
글씨를 잘 못 쓰는 분들은 빨리 쓰는 습관, 휘갈겨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습관을 바꿔야 합니다. 정성 들여서 쓰고, 제대로 된 방법으로 쓰는 것에 익숙해지면 속도는 결국 빨라지거든요. 그래서 글씨를 잘 쓰고 싶으신 분들은 꼭 저희 책이 아니더라도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쓰는 연습이라고 하면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었으면"
-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만들어 왔던 것처럼 새로운 시도를 접목한 다양한 손글씨 영상도 꾸준히 제작할 계획입니다. 제가 사실 영상을 너무 비정기적으로 올려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웃음) 앞으로는 좀 지속적으로 꾸준히 활동하려고 합니다.
- 나인의 꿈은 무엇인가?
저의 글씨체를 구독자분들께서 '나인체'라고 불러 주시는데요, 첫 번째 꿈은 이 나인체를 더 연마하고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글씨에 완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다 하더라도 그 길에는 영원히 다다를 수 없겠지만 그래도 계속 노력하고 연습해서 조금이라도 완성에 가까운 글씨체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제 유튜브 채널에 외국인들도 꽤 오는 편인데요. 댓글 중에 제가 쓰는 글씨가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예뻐서 보러오게 됐다는 얘기가 인상 깊었어요. 한글이 얼마나 우수하고 뛰어난 문자인지에 대해서 알리는 것을 제가 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의 손글씨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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