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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의정원 Feb 01. 2024

1. 프롤로그 - 1인 출판 분투기를 시작하며


2019년 10월 5일, 나는 출판사 시월을 창업했다. 그전의 경력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몇몇 출판사에서 대략 10년간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했고, 이후 동업의 형태로 출판사를 창업했지만 2년 만에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다시 시월을 창업할 무렵의 나는 그야말로 핀치에 몰려있었다. 10년간 일하면서 모아둔 전 재산 1억 원 중 7800만 원을 이미 탕진한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그해 결혼까지 했다. 요즘 유행인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보면 박민환(이이경 분)은 주식으로 가진 돈을 다 털어먹고, 사채까지 쓴 와중에 일종의 도피처로 강지원(박민영 분)과 결혼하려고 하던데, 과정은 다르지만 나도 상황은 비슷했다. 다만 나는 최선을 다해 이 결혼을 피하고 싶었다. 모아둔 돈도 없는데 결혼이라는 걸 해서 함께 구렁텅이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인생도, 사랑도, 결혼도 다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 나는 결국 결혼이라는 열차에 올라타고야 말았다. 솔직한 심경으로 기쁘거나 행복하다는 마음보단 와 이러다 내 인생 x 되는 건 아닌가, 혼자 망하면 모르겠으나, 이제 둘이 망하게 되버리는가 싶어 초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쨌든 나에게 주어진 1200만 원의 돈으로는 한 권의 책을 겨우 만들 수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었으니 이게 실패하면, 이제 막 닻을 올린 시월은 먼 바다로 나가보지도 못하고 침몰할 것이고, 그러면 내 인생도 침몰하고, 아내도, 내가 키우던 고양이 세이도, 아내가 키우던 강아지 세상이도 건사하지 못할 판국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행히도 시월은(아직) 침몰하지 않았고, 순항...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어도 여전히 항해 중이다. 뭐 망했다면 브런치에 이런 글을 연재할 수도 없었겠지. 그렇게 창업한 지 만 4년 3개월을 지났고, 단 한 종의 책을 만들 수 있었던 자금을 들고 ‘올인’ 했던 시절을 지나 총 16종의 책을 출간했고, 지금은 대략 평균적으로 한 달에 2,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이 평균은 매우 들쭉날쭉해서 어쩔 땐 1,000만 원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고, 어쩔 땐 3,00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2023년엔 거의 매달 죽 쑤다가 10월에 1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기도 했고. 어쨌든 결론적으로 먹고사는 데는 큰 지장이 없게 되었다.       


당연히 여기까지 그냥 온 것은 아니다. 제작비가 없어서 카드빚을 내기도 했고, 원고를 주지 않는 저자 앞에서 노심초사했고, 코로나의 파고 앞에서 절망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한 줌의 노력과 한 줌의 노하우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결정적으로 나를 살린 건 운이었다는 걸 인정한다.      


비록 엄청난 운이 작용했다고는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누구라도 나름의 요령과 방법은 쌓이게 마련이다. 4년을 좌충우돌하면서 나는 이제 와 겨우,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물론 1인 출판사라고 해도 사업하면서 매출 2~3,000만 원이 엄청난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 일에서 흔하지만 중요한 가치, 지속 가능성을 본다.      


솔직히 말해서 올해는 매달 4,0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거고, 그 후년에는 5,000만 원을 벌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나는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책을 만들고, 팔면서 버티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브런치를 통해 지난 4년 3개월의 과정을 기록하려고 한다. 어떻게 출판업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어떻게 위기를 넘겼는지, 책이 몇 권이 팔리면 얼마를 벌 수 있는지, 망한 책과 잘 된 책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을 솔직하게 공개해 볼 작정이다.        


출판계를 일컬어 매년 단군이래 최대의 불황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는 아니지만) 책을 사는 사람들이 있고, 그 덕에 이 판에서 먹고 산다. 나 역시 그중 하나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바닥에 들어오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야기가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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