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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정 May 23. 2024

동거 얼마면 돼.

세상은 돈이 다인가

 J와 동거를 시작하면서 우리의 사랑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우리의 사랑만으로 세상은 흘러가지 않는다. 우린 돈이 있어야 했다. J가 내가 사는 집으로 오게 되긴 했지만 집에 살던 J는 돈을 더 써야할 터였다. 나는 그와의 미래를 그린다. 결혼을 하고, 서로를 닮은 아이를 가지는. 그래서 동거가 시작되면서 그 미래를 미루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나는 백수다. 2월에 겨우 대학을 졸업했고 지금은 최악이라는 취준생 생활 중이다. 출판사에서 일하며 삶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돈을 모을 만큼의 여유는 없다. 인생은 왜 다 돈인지. 입으로 들어오는 것부터 해서 입고 자는 것, 그 생활을 보장하는 보험금, 매일 쓰는 휴대폰 요금, 내가 쓰는 전기에 물에 가스에..돈이 아닌 게 없다.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충전되고 있는 노트북의 전기가 다 돈이다.


 나는 계속 말하지만 빚밖에 없다. 내가 능력 있고 멋진 여자여서 그와 함께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면 좋을 텐데. 사실 일을 시작하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금방은 내 생각일뿐이지만) 조급해지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같이 살면서 드는 총비용은 내가 혼자 살 때보다 1.5배 정도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나는 혼자 살 때보다 J와 함께인 지금이 돈을 덜 쓴다.(J가 더 부담하기에..) 하지만 J는 원래 쓰던 거에 2배 가까이는 쓰지 않을까. 나는 그와 사는 게 이득이지만 그가 나와 사는 건 손해다. 사랑하는 우리 사이에 그런 용어를 쓰는 건 어울리지 않지만, 우릴 둘러싼 세상은 그게 이치니까 어쩔 수 없다. (미안해 J, 나는 그저 사랑하는 J가 돈을 많이 쓰는 게 속상할 뿐이란 걸 알아줘)



 사실 우리는 그것때문에 최근에 다퉜다. 나는 가고 싶던 회사에서(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고, J와의 편안한 삶이 무너진 것 같아 조금 힘들었다. 그런 내게 J는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지만 나는 즉각적 보상을 원하는 바보이기에 알면서도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내가 성급한 게 싫었겠지만 나는 그와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나는 그를 계획없는 남자로 몰아세웠고, 그 말은 J에게 상처가 됐을 거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길 바랐을 뿐인데..


 우린 생각해보면 겨우 만난 지 1년이 넘었는데 난 이 남자를 왜그렇게 재촉했는지. 오히려 내가 준비되지 않았으면서 J에게 그 책임을 넘겨버렸다. 그걸 또 사랑하는 이에게 생채기를 내고 나서야 깨닫는다. 나는 이다지도 바보라서 우리의 소중한 저녁을 망쳐버렸지만 우리는 앞으로 소중한 저녁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게 될 거였다. 이런 식으로 그런 결론을 내버린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되야지. J는 이렇게 어린 내가 뭐가 좋다고 無조건적으로 나를 사랑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7년의 차이는 역시 쫓아가기가 힘들다. 사랑스런 J는 어른스럽기까지 해서 내게 너무 과분하다. 하지만 J가 그런 나를 사랑하니 나도 그런 사람에 조금은 가까운 사람이라는 거겠지. J, 이 글을 빌어 사과의 말을 전해. 이마저도 비겁하지만 바뀌어가는 내가 되리라 약속할게. 늦더라도 단단한 미래를 준비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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