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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_캔들

by 닝닝하고 밍밍한

캔들




궁금해

사람들이 자신의 끔찍함을

어떻게 견디는지


자기만 알고 있는 죄의 목록을

어떻게 지우는지


하루의 절반을 자고 일어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흰색에 흰색을 덧칠

누가 더 두꺼운 흰색을 갖게 될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은

어떻게 울까


나는 멈춰서 나쁜 꿈만 꾼다


어제 만난 사람을 그대로 만나고

어제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징그럽고

다정한 인사


희고 희다

우리가 주고받은 것은 대체 무엇일까


_안미옥, 『온』, 창비시선, 2017, p.24-25



*

태워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네가 아니면 안 되는 순간들의 지질함,

참는 얼굴로 저질렀던 무수한 죄,

생각조차 시궁창이었던 여름,

몹시 울고 나서 되돌아갈 수 없이 누적되는 마음.


별 뜻 없기는, 처음이지.

그런 순간들이란 있긴 한 걸까.


모른다고 계속 우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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