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을 느끼기도 전에 먼저 무심해진 어떤 날들을 지나고 있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나도 나를 한꺼번에 깨닫기 시작했다. 나의 이러이러함으로 인해 세계는 더욱 침울하고, 어긋나고, 소란한 어느 날, 시에서처럼 점점 말이 없어지는 어떤 소녀가 남몰래 가만가만 자라고 있었다.
마치 처음 하는 이야기처럼 나는 나를 드문드문 설명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길 바라면서, 당신과 내가 우리의 세계가 놀라운 속도로 충돌하기를 원했는지 모른다. 당신으로만 존재했던 어떤 날들을 떠올리며. 모든 것이 그 생각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