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뻔뻔한 영화평 - 11 > 진 헤크먼을 기리며
# 절대 포기하지 마!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 그럼 이 영화 꼭 봐. 나는 여러 번 봤어.
# 1972년 작 '포세이돈 어드벤처'! 컴퓨터 그래픽 없는 날 것 재난영화의 끝판왕.
#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과 남우 주연상을 다 받아 본 배우는? 궁금하면 끝까지 읽어 보삼.
(뻔뻔하게 뻔뻔한 영화평을 쓰는 이유는? '안 본 사람 보게 만들기')
# 영화 'U-보트'를 만드신 '볼프강 페테르젠' 감독. 이 양반이 2006년에 리메이크한 '포세이돈'도 있는데
이왕 수고스럽게 찾아볼 요량이면 원작을 보시오. 후회 안 할걸!
(볼프강은 유람선보다는 U-보트가 정답! U보트는 잠수함을 뜻하는 독일어 Unterseeboot에서 온 말)
# "신이시여, 도와달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 제발 방해 좀 하지 마시라고요!"라는 진 헤크먼의 대사가 있어.
혹시 실제 영어 원문은 어떤지 궁금해할까 봐... 그냥 찾아는 놨어.
# 뻔뻔 평점 ***** (별 4개 + 추모의 별 1개. 요즘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ㅠㅠ)
1972년 개봉한 '포세이돈 어드벤처'는 재난 영화의 고전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배가 뒤집히고, 사람들이 탈출한다’는 스토리를 넘어서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한 인물 때문이다.
프랭크 스콧(Frank Scott) 목사. 그리고 그를 연기한 진 해크먼(Gene Hackman).
진 해크먼이 연기한 프랭크 스콧 목사는 전형적인 성직자가 아니다. 그는 기도보다는 행동을 믿고, 신의 뜻보다는 인간의 의지를 강조하는 인물이다. 배가 뒤집힌 후, 대부분의 승객이 앉아서 구조를 기다릴 때 그는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외친다. 그리고 앞장선다.
그는 군림하는 리더가 아니다. 그는 함께 움직이고, 때로는 거칠게 몰아세우며 사람들을 살려낸다. 그 과정에 서 끊임없이 충돌한다. “기다려라”,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하는 기존의 권위와 싸운다.
결국 그는 마지막 순간, 신을 향해 분노 섞인 외침을 내뱉는다.
“I don’t know what’s in it for you, God. But I’m gonna keep going. I’m gonna keep fighting. And I’ll tell you something: you’re not gonna stop me! You hear? You’re not gonna stop me!”
("당신한테 이게 어떤 의미야? 신이시여. 하지만 난 계속 갈 거야. 난 계속 싸울 거라고! 그리고 한 가지 말해두지. 당신은 날 막을 수 없어! 듣고 있냐고? 당신은 날 막을 수 없어!")
이 대사는 단순한 절망이 아니다. 그것은 신에게 도움을 바라지 않겠다는 선언이며, 방해만 하지 말라는 분노의 외침이다. 이건 마치 니체의 '초인'을 보는 듯하다. 자라투스트라의 현신인가?
그는 사람들을 다독이지만은 않는다. 때론 윽박지르고, 강하게 몰아붙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리더십은 강렬하다.
희망이 희미해질 때마다, 그는 흔들린다. 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신을 향한 마지막 외침에서 진 해크먼의 연기는 절정에 이른다.
그는 영웅처럼 죽지 않는다. 그는 필사적으로 싸우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희생한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누가 모르겠는가?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것.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그리고, 설령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남은 사람들을 살려내는 것.
이 영화에서 진 해크먼이 남긴 강렬한 흔적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1967) –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
『프렌치 커넥션』 (The French Connection, 1971) –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수상작
『대화』 (The Conversation, 1974) –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작, 남우주연상 후보
『포세이돈 어드벤처』 (The Poseidon Adventure, 1972) – 전설적인 재난 영화
슈퍼맨 시리즈 (Superman, 1978 & 1980 & 1987) – 렉스 루터 역
『미시시피 버닝』 (Mississippi Burning, 1988) –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용서받지 못한 자』 (Unforgiven, 1992) – 아카데미 남우 조연상 수상작
『크림슨 타이드』 (Crimson Tide, 1995) – 잠수함 영화에도 나오셨구먼!
『겟 쇼티』 (Get Shorty, 1995) –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로열 테넌바움』 (The Royal Tenenbaums, 2001) –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
『웰컴 투 무스포트』 (Welcome to Mooseport, 2004) – 그의 마지막 영화
## 은퇴 이후의 삶과 죽음
진 해크먼은 2004년 이후 공식적으로 은퇴했으며, 이후에는 주로 글쓰기에 집중하며 조용한 삶을 살았다.
여러 권의 소설을 집필 출간했다.
2025년 2월 26일, 뉴멕시코주 산타페의 자택에서 부인 벳시 아라카와(Betsy Arakawa)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불명확하다. 95세로 천수를 누렸다니 당사지가 아닌 우리는 그저 명복을 빌 수밖에.
## "신이시여,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방해하지만 말아 주십시오"라는 대사에 대해
극 후반부, 배의 엔진실 근처에서 신에게 외치는 대사는 다음과 같다.
(" 이 여인은 안 됩니다! 다른 목숨이 필요하십니까? 그렇다면 날 데려가십시오! 저를 데려가세요!"
"도대체 우리에게서 뭘 더 원하십니까?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당신의 도움도 없이! 제발 다른 사람들은 죽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저를 데려가세요!")
완전히 동일한 문장은 아니지만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방해만 하지 말라’는 느낌은 강하게 전달된다.
결론적으로 아주 훌륭한 번역이라는 얘기.
##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모두 수상한 배우는 다음과 같다. 총 10명
진 해크먼: 1971년 영화 '프렌치 커넥션'으로 남우주연상, 1992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남우조연상
잭 니콜슨: 1975년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로 남우주연상, 1983년 영화 '애정의 조건'으로 남우조연상
케빈 스페이시: 1995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로 남우조연상, 1999년 영화 '아메리칸 뷰티'로 남우주연상
덴젤 워싱턴: 1989년 영화 '영광의 날들'로 남우조연상, 2001년 영화 '트레이닝 데이'로 남우주연상
크리스토프 왈츠: 2009년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과 2012년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로 두 차례 남우조연상, 2024년 영화 '브루탈리스트'로 남우주연상
에드먼드 오브라이언: 1954년 영화 '지금은 죽어도'로 남우조연상, 1964년 영화 '칠흑 속의 협박'으로 남우주연상
로버트 드니로: 1974년 영화 '대부 2'로 남우조연상, 1980년 영화 '분노의 주먹'으로 남우주연상
조지 C. 스콧: 1970년 영화 '패튼 대전차군단'으로 남우주연상, 1959년 영화 '마지막 결투'로 남우조연상
제프 브리지스: 2009년 영화 '크레이지 하트'로 남우주연상, 2016년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로 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2016년 영화 '문라이트'와 2018년 영화 '그린 북'으로 두 차례 남우조연상, 2023년 영화 '스완 송'으로 남우주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