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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겁꾼 Jul 03. 2023

따끈따끈한 신상 캠핑장에는 무엇이 있을까?

캠핑 브랜드 ‘스노우라인’에서 새롭게 오픈한 SL캠핑빌리지


결국 다시 캠핑장을 떠돌게 되는 이유


나는 가끔 남편이 핸드폰을 만지고 있으면 옆에 가서 뭘 하나 들여다보곤 한다. 그는 보통 축구 카페, 위스키 카페, 뉴스를  보고 있을 때가 많은데, 어느 날부터 캠핑 카페에 드나드는 모습을 종종 관찰할 수 있었다. 캠핑 파업 선언 이후 당연히 올해는 캠핑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슬슬 몸이 근질근질하셨던 모양이다.


<이전 글>

https://brunch.co.kr/@skgus5130/46


개인적인 생각인데, 캠핑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잠 못 자서 피곤하고, 할 일은 많아서 귀찮고, 이름 모를 벌레들도 싫고, 깨끗하고 뽀송한 내 침구에서 자고 싶다~ 이제 캠핑 못 오겠다~ 하다가도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생각나고, 내가 언제 그런 소리를 했냐는 듯 과거를 리셋시켜 버린다. 그것은 마성의 매력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남편 역시 아무리 캠핑 파업을 선언했다고 한들, 그것이 오래 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캠핑 브랜드인 ‘스노우라인’에서 캠핑장을 오픈한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가오픈 기간 동안은 캠핑장 이용가를 반값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가 처음 캠핑을 시작했던 2017년~2018년 무렵과 비교하면 요즘은 캠핑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 그런지 웬만한 캠핑장 사이트들의 가격이 꽤 많이 올랐다. 스노우라인 캠핑장의 경우, 정가가 1박에 6만 원인데 가오픈 기간에는 3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요즘 시세 치고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스노우라인 텐트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캠핑장이라서 엄청나게 붐빌 것 같지도 않고, 새로 오픈하는 캠핑장이라고 하니까 괜히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연휴 기간에 계획도 없었으니까 이참에 캠핑을 가보기로 했다. 남편에게 "괜찮겠어?"라고 거듭 물어봐도 “괜찮겠지 뭐"라는 불분명한 대답이 돌아올 뿐, 일단 가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멋들어진 메타세쿼이아길이 반겨주는
스노우라인 캠핑장


스노우라인 캠핑장이 있는 예산까지는 집에서부터 1시간 반 정도밖에 안 걸려서 생각보다 가까웠다.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더니, 이미 일찌감치 와서 자리 잡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캠핑장에 들어가자마자 멋드러진 메타세콰이어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캠핑장도 생각했던 것보다 널찍하다.



사이트는 선착순으로 배정받는 시스템이었는데, 우리는 차에서 잠든 아이 때문에 그늘이 있는 곳으로 사이트를 달라고 부탁해서 배정받았다. 덕분에 나무 그늘 아래 차를 잠시 세워두고, 아이가 자는 동안 비교적 여유롭게 텐트와 타프를 피칭할 수 있었다.



역시 새로 오픈한 캠핑장의 가장 큰 장점은 시설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개수대는 인테리어 잡지에 나올법한 예쁜 자태를 하고 있었다. 샤워시설도 사람 손이 많이 닿지 않아서 깨끗했는데, 아직 가오픈기간이라 그런지 옷 갈아입는 공간에 머리카락이며 먼지가 그대로 쌓여있어서 청결에 많이 신경 쓰고 있지 않은 건 조금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아마 정식 오픈하고 자리를 잡으면 금방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화장실&샤워실과 개수대


지난번에 새로 구입한 워터저그도 들고 와서 물을 담아 마셔 봤다. 아이는 워터저그로 물을 떠 마시는 게 재밌는지 시도 때도 없이 물을 마셨다. 타프 밑에서 우리는 맥주를, 아이는 물을 마시면서 찰나의 휴식을 취해보기도 했다.


짠~


가오픈기간이다 보니 사이트 공사가 안 끝난 구역들은 아직 흙이 깔려있는 상태였다. 아이는 그곳에서 의도치 않게 모래놀이를 하며 놀기도 했다. 그리고 캠핑장의 심볼(?)과도 같은 메타세콰이어 길도 천천히 구경해 봤는데 여기가 바로 사진 맛집이다.



메타세콰이어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잔디가 깔린 공간도 있었다. 아이와 공놀이를 하거나, 비눗방울 놀이를 하기에도 좋은 공간이었다. 그늘이 없어서 땡볕이라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는 캠핑


이번에는 큰맘 먹고 2박 캠핑을 왔다. 첫날은 곱창, 둘째 날은 삼겹살로 저녁 메뉴를 정했다.  아이와 캠핑을 다니면서 곱창은 사실 크게 염두에 두지 않던 메뉴였는데, 지난달 캠핑 박람회에 갔다가 아이가 곱창을 시식해 보고는 맛있다고 하길래 그 자리에서 당장 곱창을 구입해 캠핑장으로 데리고 왔다.


곱창도 그럴싸하게 구워 먹고 싶어서 그리들도 새로 사 봤다. 근데 우리가 구입한 그리들은 중앙이 움푹 파인 형태여서 기름이 한 곳으로 모였고, 굽기보다 튀김에 가까운 형태가 되고 말았다. 비주얼은 상당히 뭣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아이는 9시 반쯤 잠이 들었고, 어쩐지 피곤해서 우리는 다 같이 잤다. 캠핑장에서 이렇게 일찍 잠드는 성인들은 우리밖에 없겠지... 다음날 아침 우렁찬 닭소리와 새소리에 일찌감치 눈을 떴는데도 어젯밤에 일찍 자서 그런가 왠지 피곤하지 않은 기분이었다. 상쾌하면서 약간 서글프다.


그런데, 밤 사이에 남편의 크록스가 없어졌다. 누가 가져갔을 리는 없고 가져갔다고 해도 누가 신발 한 짝만 가져가겠나.. 근방에 사는 짐승의 짓이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캠핑장 관리하시는 직원 분께도 말씀드렸더니 여기저기 찾아보셨는데도 못 찾았다고, 아마 고양이가 물어갔을 거라고 하셨다. 안타깝게 남편은 크록스 한 짝을 잃어버리고 왔다.


신데렐라가 된 남편


캠핑 둘째 날은 예산 시장과 예당호에 가봤다. 예산 시장은 백종원 아저씨의 파급력으로 인해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뭐 하나 먹으려면 엄청나게 줄을 서야 했다. 사과파이를 사 먹으려고 땡볕에 한참을 서있었는데, 왠지 두 번은 못 올 것 같았다. (근데 사과파이가 너무 맛있어서 고민은 될 것 같다) 예당호는 탁 트인 곳에서 보는 호수뷰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예당호 사과 모노레일도 재밌게 탔고, 예당호를 끼고 있는 공원에서 한참을 신나게 놀았다.



캠핑장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아이를 재웠다. 장작을 잠깐 태우다 우리도 피곤해서 금방 잠이 들었다. 캠핑장 매너타임이 잘 지켜지는 편이라 10시가 되자 캠핑장이 조용해졌다. 다음날 아침 아이가 옆 사이트에 있던 누나, 형들이랑 같이 모래놀이를 하는 동안 텐트와 살림살이들을 철수했다. 아이와 함께 놀아준 누나와 형들이 고마워서 간식을 조금 나눠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오픈 캠핑장에 가보니 아직 한참 다듬어져야 할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공사가 덜 끝난 탓에 먼지가 굉장히 많았고, 방역이 안된 탓에 파리가 정말 많은 것도 불편한 부분이었지만, 따끈따끈한 신상의 가오픈 캠핑장은 앞으로 이곳이 어떻게 자리 잡아갈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캠핑장이 깊은 산속에 있지 않아서 접근하기 편리하고, 집에서도 생각보다 가깝고, 적당하게 평화롭고 한적한, 그리고 사과파이가 맛있는(?) 예산이 마음에 들어서 남편은 예산에 땅이라도 사고 싶다며…(어차피 못 사잖아) 아무튼 그런 차원에서 캠핑장 공사가 끝나고 자리가 잡히면 한 번쯤은 더 와보고 싶은 캠핑장이다.


며칠 전 아이가 “엄마랑 아빠랑 하얀 텐트 밑에서 밥 먹고, 까만 텐트 안에서 자고 싶다~"라고 말했다. 캠핑이 재밌었고, 또 가고 싶다고 했다. 이제 와서 캠핑이 뭐가 힘들었고 뭐가 귀찮았고 나열하는 건 의미가 없다. 아이가 즐거웠다고 한다면 그걸로 충분히 성공적인 캠핑이고, 또 가고 싶다고 한다면 언제든 다시 캠핑장을 떠돌아야 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캠핑이다.


이제 캠핑에 이런 거 들고다니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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