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여행 에세이 215 - 독일 와덴 해 국립공원
캠핑카 뒷문 유리창이 깨지는 사고를 잊어버릴 정도로 편안한 휴식을 취했던 독일 Leck의 공용 캠핑장을 떠나 독일 마지막 여행지로 향한다(2019년 7월 29일). 독일 와덴 해 갯벌 자연유산 구역 중 하나인 Friedrich Skoog 지역으로 가본다. 먼저 갯벌 해안가에 만들어져 있는 둔덕 아래에 있는 Nordseedeich 캠핑장에 아톰을 정차시킨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갯벌 유산 구역을 보고 싶은 욕심과 아톰을 부산으로 보낼 항구인 함부르크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이 캠핑장은 매우 작다. 요금은 차량 1대는 6.5유로, 사람은 1인에 3유로, 물 사용에 1유로. 전기 공급은 안된다. 그래서 하루에 13.5유로. 2박이니 27유로를 냈다. 캠핑장 수준에 비해 요금이 싼 것은 아니지만 조용해서 좋다.
캠핑카 아톰의 자리를 정하고 나서 와덴 해 갯벌 유산을 구경하러 길을 나서본다. 캠핑장 앞에 있는 둔덕에 올라가면 한눈에 와덴 해 갯벌이 펼쳐 보인다. 넓은 갯벌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 한 1km 정도를 걷다 보니 방문객들이 많이 있는 구역이 나타난다. 자동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을 위한 주차장과 이들을 상대로 하는 가계들도 보인다. 갯벌 유산 구역에서는 갯벌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이 씻을 수 있는 샤워시설도 보이고 소지품을 넣어서 보관할 수 있는 벤치가 보인다. 우리도 그 벤치에 앉아서 시원한 바다 바람을 즐겨본다. 그리고 갯벌에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 별도로 정해져 있는 듯하다. 그리고 갯벌 관찰을 위해 인솔자를 따라서 갯벌에 들어갔다 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러나 갯벌에서 채취를 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이런 풍경을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좋은 기분으로 다시 아톰에게로 돌아온다. 캠핑장 주변 들녘에는 노랗게 변한 밀 수확을 위해 대형 트랙터가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날 저녁에는 캠핑카에 있는 음식을 최대한 소진하기 위한 만찬(?)을 즐겨야 한다. 이제 음식이 남으면 모두 버려야 한다. 아내 삶에 음식을 버리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철저한 계획 아래 음식 만들기와 정리 작업이 진행되었다. 그 덕분에 고기반찬에 와인과 소중한 된장에 채소 쌈까지 곁들인 호화로운 저녁이 준비되었다. 내일까지 이 음식이 남아있으면 쓰레기가 된다.
독일 캠핑장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다음날 아침에 캠핑카 문을 여니 모닝커피를 즐기는 분들의 여유로운 모습도 보이고 애기를 태울 수 있는 자전거도 보인다. 작은 텐트 하나를 자전거에 싣고 아침은 바나나로 대체하고 출발하는 듯. 아마 이분들은 애를 데리고 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숙박은 텐트에서 식사는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하거나 식당에서 사 드시는 듯하다. 대단한 독일인이다.
날씨가 좋아진다. 밀린 빨래도 하고 차 안도 정리를 한다. 아톰을 배에 선적하기 위해서는 위험물질을 없애야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동안 사용하던 부탄가스통. 남은 부탄가스통이 5개 정도 남았다. 유럽에서 한 개에 3천 원 내지 4천 원 정도 하는 비싼 부탄 가스통. 이제 버려야 한다. 그런데 캠핑장에서 장기 체류하시는 분 중에서 부탄가스를 사용하시는 분이 있어서 기꺼이 선물로 드렸다. 적당히 버리는 일도 힘든 일이었는데 선물도 하고 일석이조이다.
날씨가 좋으니 아내가 빨래를 한다. 캠핑카 여기저기에 빨리를 널고 말린다. 그리고 캐리어에 담아야 할 물건도 정리한다. 대충 내일 아톰을 보낼 준비가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이제부터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에어큐선을 꺼내어 시원한 바람을 즐겨본다. 여유로운 오후 햇살을 즐기고 있는데 아내가 어딘가에 시선을 뺏긴다. 영어가 짧은 소녀가 무언가 하고 놀고 있다. 그것은 나비. 그 나비는 소녀의 손, 등에 앉아서 소녀와 교감을 하는 듯하다.
아내가 너무 신기해하며 도전. 그 소녀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나비가 아내의 손가락 위에 앉았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나비가 도망을 가지 않고 사람과 논다니 말이다.
차 안에 남아 있는 와인과 과일을 모두 밖으로 데리고 나와 양동이와 물통을 뒤집어 테이블을 만들어 아내와 유럽 캠핑카 여행 마지막 저녁을 즐겨본다. 그리고 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저녁노을을 즐겨야 한다. 캠핑장 앞에 있는 둔덕 위에 올라 가보니 마침 저녁 해가 서쪽으로 지려고 한다. 붉은 노을이 아름답다. 우리의 캠핑카 여행 마지막 밤을 축하해주는 듯하다. 우리 인생도 저렇게 아름답게 저물어 갔으면 좋겠다.
내일 함부르크에서 배를 보내고 나서 한 달 정도 배낭여행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