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작년 12월, 치앙마이를 여행했다.
여행은 회피의 수단이 되기도, SNS에 올릴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여행의 본질은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을 만나고, 나의 세계를 넓히고, 휴식을 주는 데에 있지 않을까. 겨울휴가 차 치앙마이를 갔을무렵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직장을 바꾸고 다시 3년을 일했는데, 벌써 다시 쉬고 싶다고? 남들 다 묵묵히 잘 일하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스로 들었다. 치앙마이에서의 여행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한국에서 비슷한 싸이클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다가 조금 더 유연하게 사는 여행자들을 만나니 조금은 용기가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여행에서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얻은 기분이었다.
휴직을 고민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집 때문에 빚도 있는데 내가 지금 여행을 가는 게 맞을까? 얼마나 일했다고 또 이렇게 떠나는 게 맞을까. 스스로를 허용해주지 못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쉬어야 했다. 직업특성상 3년간 쉬지 않고 말한 결과 나의 성대는 안 좋아져 있었고, 마음도 지쳤는지 그냥 지나갈 법한 아이들의 행동에도 지적을 하곤 했다. 프리랜서 재계약의 시즌이 돌아왔다. 지금 직장이 거리도 가깝고, 무엇보다 적응이 다 되어 편한 곳이었기 때문에 그냥 그만두기에는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만둘 각오를 하고 이야기했다.
"지금 당장 재계약은 못할 것 같습니다. 한 학기(3개월)는 쉬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원하시면 3개월 후에 다시 돌아와서 일하도록 할게요."
직장에서는 다행히도 내가 돌아오기를 바랐고, 그렇게 3개월의 휴직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이번여행은 현실에서의 도피도 되겠지만 나에게 필요한 에너지와 쉼을 줄 것이다. 이번 여행기간 동안 뭘 꼭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더 많이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걸 목표로 삼고 싶지는 않다. 그저 아무런 목표 없이 하루를 즐기는 것, 그것이 유일한 목표가 될 것이다.
무엇이 내 앞을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