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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Jan 29. 2024

부자 미국 vs 가난한 유럽 -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

Written by 클래미

미국은 살기가 더 팍팍하지만 지속가능한 시스템이고, 경제 지표의 모든 곡선이 우상향하는 나라다.

유럽은 정반대다. 국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언제까지 지속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5줄 요약

[1] 미국은 자본주의와 성과주의로 경제가 EU 전체보다 커짐. 반면 유럽은 사회주의와 평준화로 경제가 크게 둔화함 (중국, 아시아 국가에 추월당하는 중)

[2] 미국의 경제력은 누구나 알지만, EU 전체보다 더 크다는 사실은 놀라운 사실 (EU가 처음 설립됐을 당시 미국과 경제 규모가 비슷했던 것을 고려한다면)

[3] 유럽은 워라밸과 복지 제도를 내세우지만,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복지의 실효성이 감소하고 있음. 반면 미국은 복지 시스템이 애초에 약하지만 국가의 경제력이 강해지면서 점차 복지가 개선되고 있음

[4] 마지막으로 책에서 미국의 사회 문제로 총기와 마약 사고를 지적하지만, 유럽 또한 난민, 소매치기, 강도(특히 스웨덴에서는 갱단들이 수류탄을 던지면서 서로 공격 중)의 문제를 들면 서로가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됨

[5] 한국은 미국식 vs. 유럽식 성장 모델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기로에 서 있음



저자: 손진석, 홍준기 (조선일보 편집장 및 기자)



서평

뻔하다면 뻔할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데이터와 유럽의 전문가들을 인용한 내용이 인상 깊었다. 유럽은 분명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를 지닌 곳이지만, 재작년에 유럽을 10개월 동안 여행하면서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물론 유럽은 과거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전쟁의 후예로서 지대한 역할을 했었지만, 현재는 문화적 및 자연적 유산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미래에도 선진국으로서의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심지어 현재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유럽 국가는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뿐이며, 이탈리아는 곧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를 보면, 때때로 우악스럽고 미친 나라로 묘사된다.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결국 미국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달러를 대량으로 발행하여 현재 긴축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개발도상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AI, 자율주행, 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너무나 명확하다. 한국 역시 IT 분야에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유럽은 IT 기업의 부재가 두드러진다. (SAP. Siemens, ASML과 같은 전통적인 기술 회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미래 지향적인 분야에는 크게 주력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이 뒤처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기에, EU는 똘똘 뭉쳐 미국의 빅테크 회사들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EU는 전 세계에서 2~3위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미국의 빅테크 회사들도 신중하게 여기고 있지만, 반대로 이러한 상황이 다소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동생이 언제 자기의 꿈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 돈을 벌고, 한국에서 살며, 유럽에서 여행하며 살고 싶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듯 하지만 나름 일리 있는 말입니다. 부자로부터 돈을 벌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친구(예. 동남아)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한, 유럽의 풍부한 역사/문화/워라벨 때문에 이민이나 유학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넘사벽이라 충분히 이해한다), 커리어를 고려해 유럽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았다. 언어 장벽과 상대적으로 덜한 아시안 친화성을 감안한다면, 유럽의 매력은 더욱 떨어진다.


네덜란드(주식회사의 발상지), 독일(유럽의 문지기) 같은 국가들은 영어 사용이 보편화되어 있고 외국인에게 비교적 개방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그곳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 대부분 미국계 회사로 취업한다. 이는 미국계 회사가 유럽 회사보다 근무 조건이 엄격해서 유럽인들에게 기피되는 반면, 외국인에게는 자국보다 높은 임금과 나은 워라밸을 제공하기 때문에 서로 윈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이 책은 유럽을 사랑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 역시 유럽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는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을 권하고 싶다.



프롤로그


추천사

- 미국은 번 돈의 4분 1만 세금으로 내지만 프랑스는 소득의 거의 절반을 세금으로 낸다.

- 미국은 살기가 더 팍팍하지만 지속가능한 시스템이고 경제 지표의 모든 곡선이 우상향하는 나라다. 유럽은 정반대다. 국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지만 언제까지 지속가능할 지는 의문이다.

- 냉정한 미국은 가난을 방치해 자립을 유도하지만, 온화한 유럽은 가난을 방지하느라 온 국민의 허리가 휜다. 그리고 그런 유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게 이 책의 요점이다.

- 유럽에는 스무개가 넘는 나라들이 있지만 대한민국보다 GDP가 더 큰 나라는 이제 독일 ,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 나라 뿐이다. 이미 유럽은 거의 다 따라잡은 셈이다. 지금부터 우리의 목적지가 진짜 유럽형 선진국인지 아니면 미국형 선진국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 책은 그 둘이 상상 이상으로 매우 다르며 우리는 그 둘을 다 선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덕분에 유럽의 맨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유럽이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다보다 지대가 낮은 네덜란드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나 유럽이 복지 천국이 될 수 있었던 건 미국 덕분이라는 이야기, 인도에서 발생하는 민족간 유혈 충돌을 미국이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중국 떄문이라는 해석 등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흥미 포인트였다.


쇠락하는 ‘박물관 대륙’

- 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되고 20세기가 끝날 무렵까지는 유럽이 미국과 함께 서구 사회의 양대 축으로 국제 질서를 이끌어왔습니다. 대서양 양안 시대였죠.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글로벌 리더로서 유럽의 위상은 조금씩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온라인/미디어 산업이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를 미국이 독식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이제 뒤쫓아 가는 것도 힘겨워 보입니다.

- 그러는 사이 중국/일본/인도/한국과 같은 아시아 축에 무게가 제법 실리고 있습니다.

- 거대한 자본시장의 위력, ICT를 선점한 규모의 경제가 가져오는 파괴력, 막강한 달러의 힘을 미국은 확보하고 있습니다. 게대가 대학과 군의 경쟁력이 워낙 독보적이죠.




1부 경제력


1. 미국은 어떻게 ‘괴물’같은 나라가 되었나

- 미국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에 있어서 독보적인 지구 최강의 국가다.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거대한 경제 규모를 갖추게 된 이후에 일본처럼 정체 국면에 접어들지 않고 있다는 게 특히 놀랍다.

- 영국을 상대로 1775년부터 8년간 지속된 미국 독립전쟁이 시작되기 이전에 이미 미국에 있는 영국 식민지는 경제적 잠재력을 보였다. 미국 내 13개 영국 식민지의 1인당 GDP는 모국인 영국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는 연구 자료도 있다.

- 유럽이 미국에 이 정도의 큰 격차로 밀린 건 상당히 최근의 일이라는 점을 부족할 필요가 있다.

- 미국에서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은 2007년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들고 나왔다. 이때부터 본격화된 모바일 ICT 혁명은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되었다.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끊임없이 혁신한 것이 미국 빅테크의 힘"이라고 했다.

- 과연 유럽의 자리를 탈취한 곳은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GDP 규모를 기준으로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EU를 눌렀다. 길게 보면 미국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급격히 쇠퇴했으며, 중국은 부쩍 커졌지만 아직 미국을 넘볼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2. 유럽 5대국을 압도하는 미국 9대주

- 나폴레옹이 미국에 있는 거대한 식민지를 팔아버린 건 아메리카 식민지로 분산된 힘을 모아 유럽의 맹주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식민지를 팔아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영국을 견제하는 것이 프랑스의 우선순위였던 것이다.

- 놀라운 건 덩치만 큰 것이 아니라 달리는 속도 역시 유럽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보통 경제 규모가 커지면 성숙한 경제 체질로 변하며 성장률이 정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국은 유럽에 비해 훨씬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다.


3. 미국 깡시골 수준으로 전락한 유럽 경제

- 이제는 1인당 GDP로 질적인 차이를 따져보자. EU의 1인당 GDP가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수준인 두 개 주만 빼고 나머지 48개 주보다 적다는 점은 꽤나 놀라운 사실이다. 1인당 GDP로 미국과 유럽을 비교할 때 이렇게 큰 차이가 난다는 건 영미권 전문가들도 미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 덴마크(5만 5963 달러)와 네덜란드(5만 6617달러)의 1인당 GDP가 눈에 들어온다. 덴마크하면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주목받은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를 떠올릴 것이다. 네덜란드에는 유럽을 대표하는 테크 기업이라고 할 만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있다. 두 나라가 잘 사는 건 맞지만 인구가 덴마크는 585만 명, 네덜란드는 1750만 명으로 크지 않다. 또한 1인당 GDP로 미국 50개 주와 비교했을 때 덴마크는 29위, 네덜란드는 34위다. 즉, 유럽에서 손꼽히게 잘 사는 나라라고 하더라도 1인당 GDP가 미국 주 가운데 중간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 미국만큼은 '선진국 경제의 성숙'이라는 일반적인 흐름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이유는 글로벌 ICT 산업을 선점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메타) 같은 혁신 기업이 등장해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유럽은 ICT산업에서 미국은 물론 동남아시아보다도 처지고 있다.

- ECIPE는 EU에 경제적 변화를 위해 필요한 다음의 5가지 제언을 내놨다: (1) 기업 간 경쟁 촉진, (2) 서비스 산업 경재력 강화, (3) 디지털 분야 교역에 대한 개발적인 정책, (4) 글로벌 자유 무역을 위한 지원, (5) 지식 기반 산업 육성.


4. 별장을 사들이는 미국인 vs. 푸드 트럭에 줄을 서는 유럽인

- 미국인들이 유럽인들보다 생산성이 더 높고 근로 시간이 더 길다. 미국인의 시간당 임금이 더 높은 데다 일하는 시간도 더 길기 때문에 유럽인과의 소득 격차가 커진다는 얘기다.

- 인플레이션 충격은 확실히 유럽에서 더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프랑스에서 예전보다 푸아그라를 덜 먹고 와인을 적게 마신다"며 유럽 내 인플레이션의 여파에 대해 보도했다.


5. 유럽 넘버원 독일은 왜 ‘병자(病子)’로 전락했나

- 독일이 프랑스보다 앞서 달리게 된 이유로는 우선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제임 시절 노동 개혁에 성공한 효과를 누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리로 재직한 슈뢰더는 노동단체를 핵심 지지층으로 두는 중도좌파 사민당 소속이다. 오랫동안 근로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해 온 사민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슈뢰더는 배신(?)이라도 하듯 영미식으로 개혁했다.

- 슈뢰더는 2002년 '하르츠 개혁'이라고 불리는 노동 개혁 방안을 발표해 2년으로 묶여 있던 파견근로의 허용 기간을 폐지했다. 사측 입장에서는 고용 유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핵심 지지층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국가 경쟁력은 제고됐다. 특히 하르츠 개혁은 독일 경제의 심장격인 자동차 조립공장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 독일 내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 독일이 휘청거리는 원인의 핵심은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에너지를 러시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독일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전쟁 직전 독일은 천연가스의 55.2%, 석탄의 56.6%, 석유의 33.2%를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펜데믹으로 세계적인 공급망이 붕괴되고, 전쟁 중인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가 순조롭게 수급되지 못하자 나라가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폴크스바겐, BMW,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한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산업으로 넘어가는 대전화기를 맞이했는데도 굼뜨게 움직이고 있다. 빠른 속도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는 미국과 중국을 뒤쫓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 독일 경제 구조가 역동성이 부족해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이 호황을 누리는 동안 고령화, 서비스부문 경직화, 관료주의 증가 등 독일식 고질병이 속출했다"며 "첨단 IT 분야를 도외시한 채 자동차/기계/화학 등 굴뚝 산업에만 주력하면서 산업 분야 경직화가 심각해졌다"고 분석했다.

- 바이오엔테크가 핵심 부문을 영국으로 옮긴 이유는 독일식의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법의 올가미 아래에서는 더 이상 연구활동을 전개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정서의 뿌리가 깊은 유럽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 갈 길은 멀다. 산업계 구조를 바꾸고 경제 체질도 전환해야 재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선순환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부 산업


6. ICT 독식한 미국, 20세기보다 질주 속도 빨라졌다

- 행운의 여신은 미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ICT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미국의 헤게모니가 압도적으로 높다.

- 데스크톱, 모바일 기기, 태블릿을 모두 합쳐 미국 기업은 세계 OS 시장의 9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컴퓨터 기반의 토양이 OS라면 웹 브라우저는 다양한 온라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운동장 격인데 이 역시 미국이 독차지하고 있다.

- 미국은 창의성을 존중해 인재를 키워낼 교육 시스템, 거대한 자본시장과 투자자 이익 보호를 중시하는 경제 체계, '달러'라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기축 통화와 가장 널리 사용하는 언어인 영어를 바탕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선점했고 이후로도 계속 독차지하고 있다.

- 그나마 21세기를 주름 잡는 신사업에서 미국이 독식하지 못하는 분야가 반도체, 스마트폰, 전기차다. 물론 이런 산업들도 미국이 온라인 산업만큼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했을 뿐, 핵심 국가로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버트 고든 교수는 2004년 '왜 미국 생산력 열차는 이미 출발했는데 유럽은 기차역에 머물러 있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IT 기업의 혁신으로 미국과 유럽의 생산력 격차라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일찌감치 지적한 바 있다. 이런 보고서가 나온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유럽은 미국과의 격차를 좁히니는커녕 손도 못 쓰고 여전히 기차역에서 낡은 기차만 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7. 구글 검색시장 점유율,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높다

- 미국 빅테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한마디로 미국의 '디지털 식민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그나마 검색 엔진 중 '메이드 인 유럽'으로 일부라도 눈에 띄는건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친환경 검색 업체 에코지아(Ecosia)다. 이 업체는 검색 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나무를 심는 사회적 기업이다. 광고를 내보내는 이유도 나무를 심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검색을 45번 하면 나무 한 그루가 심어진다.

- 유럽의 소셜 미디어 시장 특성을 미국과 비교해 보면 텍스트 기반인 페이스북에 많이 치우쳐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나타난다.

- ICT 브랜드가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미국과 달리 유럽은 보다 전통적인 기업들이 대표 기업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역시 유럽이 변화에 더디다는 것을 보여준는 단면이다.

- 유럽에서 근무할 때 만난 현지 기업인들은 IT 이야기만 나오면 유쾌하지 않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 베스타게르가 미국 빅테크들을 향해 칼을 빼어들 때마다 환영을 받는데 이는 세상의 변화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느라 급급한 유럽이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슬픈 단면이기도 하다.


8. 장인을 자랑하던 이탈리아, ‘규모의 경제’에 압도되다

- '유럽의 티맵'이 뭔지 물어본 것이다. 다들 'Wave'를 쓴다고 했다. 프랑스어로 읽ㅇ면 '와즈', 영어로 읽으면 '웨이즈'다. 워낙 많이 사용하니까 웨이즈가 프랑스 기업이 만들 줄 아는 현지인들도 있다. 그러나 웨이즈는 '메이드 인 유럽'이 아니다.

- 웨이즈는 2006년 이스라엘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탈 마그마 및 버텍스와 미국 벤처캐피탈인 블로런의 투자를 받아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 웨이즈다. 웨이즈가 가능성을 보여주자 구글이 2013년 13억 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그러니까 프랑스의 '국민 운전 앱'은 이스라엘에서 처음 만들어져 미국이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대화할 때 서머스가 유럽을 가리켜 "한마디로 박물관이죠"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이야기 했다.

- 유럽은 민간 주도보다는 정부 주도로 ICT 산업을 육성하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스타트업 관련 투자는 2015년 무렵까지도 정부의 손에 있었다. 이 시점 이미 미국에서는 민간 자본시장이 빅테크를 키워놓고 헤게모니를 쥐고 이었다.

- '규모의 경제' 싸움에서 실패한 탓도 크다. 유럽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뿌리 깊은 신뢰가 있다. 각 분야에 특화된 강소기업에 대해 유럽인들은 찬사를 보내고 실제로 유럽의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경쟁력이 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균형을 이루는 산업 구조가 이상적이기도 하다.

- 그러나 새로 열린 온라인/모바일 산업에서는 승자 독식 구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기존 논리를 고집하다가는 다른 나라의 빅테크에 의해 로컬 산업이 순식간에 잠식될 우려가 크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극복이 쉽지 않다.

- 지금은 ICT뿐 아니라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강소기업이 아무리 많아도 하나의 매머드 기업을 당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그런데 EU 체제에서는 통신 관련 규제가 국가별로 서로 달고 적용 기준과 범위가 상이해 의견 일치를 이루기 어려웠다. 아직도 유럽은 통신 규제 수위가 미국보다 높을 뿐 아니라 EU 회원국끼리 규제 수위가 달라 단일한 통신 또는 온라인 서비스 시장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9. 당신이 아는 유럽 기업의 이름을 이야기해 보세요

- 유럽은 차세대 소재의 생산과 친환경 기술 정도에서만 강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자동화,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양자 컴퓨터, 인공지능, 차세대 프록래밍, 블록체인, 바이오 같은 8개 분야에서는 추격자의 입장이다.

- 그러나 디지털화에 적응하지 못해 파산했다. AI 시대를 맞아 기술 투자가 적다면 유럽 기업들이 이런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10. 미국 기업이 삼킨 스카이프와 딥마인드

- 구굴은 2014년 딥마인드를 4억 파운드(약 6700억 원)에 인수했다. 유럽의 IT 기업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잡아먹힌 셈이다. 딥마인드는 2020년에 이르러서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구글은 딥마인드를 인수하고, 장기간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미래에 필요한 AI 기술에 확보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 반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AI에 거액을 투자하는 유럽 기업을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 유럽에서 나오는 AI 관련 뉴스는 '규제에 대한 반대'가 많다. 2023년 4~5월 유럽 의회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강력한 규제 법안이 논의되자, 유럽 주요 기업의 경영진 150명이 "이렇게 규제를 하면 AI 관련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상싱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일이 벌어졌다.

- 경영진이 보낸 서한에서는 "이렇게 되면 AI 분야의 기술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이 담겨있다. 지멘스, 에어버스 등 유럽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경영진의 의견을 모은 것이다. 강력한 규제 때문에 AI 기업들이 EU 국가에서 떠날 수 있고, 투자자이 자금을 뺄 것이며,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불안함을 느낀 것이다.

- 유럽의 기술 기업들이 미국에 넘어가는 건 장기간 상당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이어 나갈 유럽 내 기업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이처럼 유럽에서 키워놓은 싹수 좋은 기술을 미국 빅테크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건이 아니다. 이런 인수 사례를 보면 유럽 테크 업계의 서글픈 현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인수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의 빅테크 품에 안긴 이후 모기업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 세계 시장에서 이름값을 떨치는 유럽의 테크 기업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과 독일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 정도다.

- 자율주행차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다.

-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 경제는 대기업의 대규모 감원 같은 위기도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3부 자본시장


11. 애플 한 종목으로 독일 증시 누르는 미국

- 미국은 주식 시장 태동이 유럽보다 늦은 후발주자였지만 이제는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자본시장을 갖고 있다.

- 쉽게 말해 자본시장 규모가 미국이 영국의 15배, 프랑스의 17배, 독이르이 21.8배에 달한다는 얘기다.

- 비만 치료제 위고비 열풍으로 2023년 LVMH를 누르고 유럽 시총 1위로 올라선 덴마크의 노보노디스크는 4322억 달러인데, 애플의 6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 골드만삭스가 2023년 6월에 낸 보고서는 "유럽은 미국에 비해서 테크 회사가 적고, 다른 섹터 주식들도 미국의 동종 업계 회사에 비해 '디스카운드' 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 더 충격적인 것은 아마존, 메타, 테슬라 같은 거대한 회사들은 미국 상장 테크 회사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가 아마존은 유통, 테슬라는 자동차 같은 다른 산업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 주식 시장에서 호령하는 미국 기업은 빅테크에 국한돼 있지 않다. 산업별로 세계 기업을 분류해 시총 순위를 매겨도 미국 기업이 1등이나 상귀권을 대거 차지하고 있다.

- 미국 기업이 기를 못 펴는 분야는 주류 산업 정도다.

- 흥미로운 부분은 '글로벌 분산 투자'의 관점에서는 유럽 주식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여기서 분산 투자라는 것은, 유럽 기업들은 맻ㄹ의 거의 69%가 유럽 외 지역에서 나오는 진짜 의미의 글로벌 기업이다.

- 반면 미국도 글로벌 대표 기업이 수없이 많지만, 거대한 내수 시장의 수혜를 입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기업 수익 가운데 29%만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된다.


12. 버핏이 유산의 90%를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

- 워런 버핏은 "내 유산을 관리하는 신탁 관리인에게 내가 사망하면 아내에게 물려줄 유산의 90%는 S&P500 지수에 투자하라고 지시해 뒀다"고 밝혔다. 버핏은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나은 베팅은 없다."

- 5년간 미국과 유럽의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역시 버핏의 조언은 틀리지 않았다. 미국의 수익률은 유럽을 압도한다.

-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도  "미국은 테크 부문에 있어서는 명확하게 유럽에 앞서 있다"며 "7개의 가장 거대한 테크 기업들이 모두 미국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 중요한 건 신생 기업이 '최대 시총 기업'이라는 왕좌를 애플로부터 빼앗더라도 그 기업이 미국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3. 미국을 떠받치는 막강한 달러 헤게모니

- '기축통화'란 '여러 국가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국제 거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통화'라고 한국은해이 사전적으로 정의한다. 기축통화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합의는 없다.

- 다만 국제적으로 달러(미국)만 인정하거나, 달러와 유로화(유럽연합) 두 가지만 기축통화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일부가 엔(일본)과 파운드(영국)까지 포함시켜 4가지를 기축통화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ㅏㄴ 이보다 범위를 확장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한다.

- 막대한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로 인해 달러 가치가 흔들린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전 세계의 달러 가운데 70%가 미국 밖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는 가장 막강한 통화를 가진 1등 국가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 국가적 비상사태를 염두에 두고 '비상금'으로 보관해야 하는 화폐로도 달러가 압도적 위상을 갖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을 통화별로 나눠보면 72%가 달러이며, 나머지 모든 통화를 합쳐 28%다. IMF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각구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율은 58.4%인데, 한국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

- '넘버원 통화'라는 지위가 쉽게 흔들리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루블화, 위안화가 중심이 되는 탈달러화는 수십 년 된 국제금융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는 뜻인데,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키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이가 많다.

- 버핏 회장은 단칼에 다르듯 대답한다. "우리(달러)가 기축통화이고, 다른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역시 ;달러 종말론'을 무시하라고 했다.

- "(자국 화폐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가 정말로 기축통화 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문해 보자. 만약 여러분이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그런 국가들의 은행 시스템에 자금을 맡길 수 있을까? 더 중요한 점이 있다. 과연 그런 국가들끼리 서로를 신뢰하고는 있을까?"


14. 증시로 크는 미국, 대출에 의존하는 유럽

- 미국 기업은 자본 시장을 활용하는 반면, 유럽 기업은 은행 같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다.

- 미국에서는 자본 시장이 큰 역할을 수행한다. 공모 주식시장도 있고, 사모펀드의 규모도 거대하다. 2023년 기준으로 보면 미국 GDP 대비 시가총액은 170%에 달했는데, GDP 대비 은행대출이 85%인것을 고려하면 자본 시장의 규모가 큰 편이다.

- 반면 유럽은 주식 시장 시총이 GDP의 68%이고, 은행 대출은 300% 정도다. 미래에셋증권 김성근 애널리스트는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신생 테크 기업들 입장에서는 은행 대출보다는 자본시장에 기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했다. 신생 기업 입장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막대한 대출 이자를 물어야 하느냐 마느냐의 여부 때문이다.

- 그런데 주식 시장이 없었다면 이런 기업의 존재는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구글이나 테슬라는 모두의 삶을 바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지만, 처음부터 자금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 미국 신생 테크 기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다고 해서 미국 자본시장이 ;투기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에서 이야기했듯 모험 자본의 과감한 투자가 없었다면 세상에는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는 시점이 훨씬 늦춰졌을 것이다.

- 유럽 증시가 규모 면에서 성장이 더디다 보니 자금 조달에서조차 유럽 기업들이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 영국 언론들은 ARM이 겉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일찌감치 미국에 상장하기로 내부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 "(유럽에서) 기업 인수나 IPO를 하려면 결국 미국 투자자들은 찾아가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 유럽의 한 기업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은 신용카드를 긁으니까요"라는 말을 했다. 달러가 기축 통화인 덕분에 미국은 정부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첨단 산업 육성 속도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 신용카드를 긁을 수 없기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써야 하는 사람과 비슷하다는 신세한탄이다.

- "신기술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으면 영국과 유럽은 '굴욕의 세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직설적으로 "더 많은 투자와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대서양을 건너가서 (미국에서) 사업하는 게 낫다"고까지 말했다.


<기고> 유럽과 미국의 경제적 격차에 대한 고찰 /월가의 전설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 규제와 사회경제적 요인의 영향으로 인한 자본시장의 구조와 깊이의 차이는 미국이 유럽보다 앞서 나가게 한다. 흥미롭게도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도 볼 수 있다.

- 풍부한 유동성과 재투자가 미국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 가계 자산의 43%는 투자를 장려하는 개인퇴직계좌 401K 같은 형태의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독일(12.6%), 이탈리아(23/8%), 스페인(30.3%), 프랑스(23.6%), 영국(11.2%)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 투자 은행은 기업의 인수, 합병, 상장을 돕는다. 자본의 대부분은 미국에 아주 많은 대규모 보험사와 연기금에서 조달된다. 유럽에도 보험사가 있지만, EU가 보험사에 적용하는 건전성 규제인 솔벤시 II는 사모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 규칙 중심의 접근 방식은 규제 준수를 위해 명확하게 정의된 용어, 지표, 타임라인을 사용하며, 기업들이 명확한 선을 알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

- 반면 유럽은 모호한 원칙 중심의 규제 방식을 취한다. EU와 영국의 워닉 중심(질적) 접근 방식에서도 '합리적인', '명확한', '공정한'과 같은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고 규칙의 의도와 결과에 중점을 둔다. 이는 회색 지대를 유방하고 끊임없는 평판 리스크를 야기해 기업들로 하여금 위허 감수를 꺼리게 한다.

- 소유권 역시 개발을 촉진한다. 미국의 토지 소유자는 광물권을 갖지만 유럽과 영국에서는 그 권리를 국가가 갖는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땅에서 개발하는 것을 누구 달가워하겠는가? 결과적으로 유럽의 산업들은 미국보다 세 배에서 네 배 더 많은 에너지 비용을 지불한다.

- 다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기업가 정신과 개척 정신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2019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성공이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동유럽과 중앙유럽 응답자의 43%, 서유럽 응답자의 47%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미국 응답자는 그 수치가 69%였다.

- 미국이 테크, 공공 및 민간 시장, 규제 및 사회경제적 차이에서 가진 강점이 시간이 갈수록 증대된 결과다. 한국도 미국과 같은 특서응ㄹ 많이 가지고 있기에,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4부 경제 체질


15. 글로벌 금융위기로 은행 465개를 날려버린 미국

-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정상 궤도로 되돌아왔다. 세계를 선도하는 '넘버원 국가'의 지위에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미국의 헤게모니는 더 강화됐다.

- 미국은 위기 상황에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가급적 시장 원칙을 지키려고 애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됐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정부는 손실을 입지 않고 오히려 돈을 벌었다.

- 미국의 구조조정은 구각적으로 위급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계약으로 만들어진 채권/채무 관계 보호를 중시하는 방식이다.

- 위기 때도 시장 원칙을 가능한 대로 유지하는 믹국과 달리 유럽은 정부가 개입하는 수위가 더 높은 편이다.

- 이런 방식은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내지 못하는 일명 '좀비 기업'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미국에 비해 재정 투입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바로 이것이 프랑스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이 악화된 주요 이유 중에 하나다.

- 투자나 내출, 정부 지원을 두고 좀비 기업과 수익성이 있는 회사가 경쟁을 하게 된다.

- 위기시 미국은 개인을 중시하고, 유럽은 기업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건 코로나 사태 대응 때 단적으로 드러났다.

- 결과적으로 미국 방식이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이후 소비 진작에 더 나왔다는 평가가 많다. 유럽 방식은 부실 기업에 돈을 붓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미국 방식보다 재정은 더 나빠지고 경기 회복 효과는 적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물론 정부 개입을 일정한 선에서 자제하는 미국식 위기 대응 방식이 매정한 신자유주의적인 처방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유럽에 비해 미국이 위기에서 탈출하는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부실을 계속 안고 가기보다는 털어버리려는 경향이 강해서 미래 세대에 부담이 덜 가는 것이다.

- 미국은 또한 유럽에 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훨씬 높다. 그래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숱한 해고 도미노가 벌어졌지만 그만큼 기업들이 서둘러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어 회복하는 속도가 빨랐다.

- 물론 근로자 입장에서는 안 잘리면 좋은 것 아이냐며 유럽식으로 고용 유연성이 낮은 쪽이 좋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이직이 줄어들고 전통적 산업 보호에 치중하게 돼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을 감수해야 한다.

- 게대가 '회사가 어려워져도 해고할 수 없다'고 경영자가 경제하게 되면 경기가 좋을 때도 추가 고용을 망설이게 된다.

- 미국 시스템이 훨씬 역동적이며, 성장에 유리하다는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16. “주 35시간제는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입법”

- 정치인들은 적게 일하고 일자리를 나누라고 했지만 그건 이론 속 이야기죠. 우리 같은 기술 기업은 초보자를 고용해서 일을 시킬 수 없어요. 그러니 정규 시간 임금보다 25% 비싼 초과근무수당을 주고 기존 숙련공들의 근로 시간을 늘릴 수 밖에 없죠.

- 35시간 근무제로 일자리가 늘어납닊? 천만에요.

- 근무 일지를 35시간만 일한것처럼 거짓을 꾸며 놓죠. 다들 그래요. 35시간제를 모든 직장에 일률적으로 강제하다 보니 범법자만 양산되고 있어요.

- 무엇보다 고비용 사회를 만드는 주범이며 그로 인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임금은 그대로 지급하지만 근로 시간이 줄었기 때문에 생산성이 하락한 것이다.

- 신규 고용을 꺼리고, 인건비가 싼 해외로 생산 시설을 옮겨가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일자리를 없애는 역설을 낳고 있는 것이다.

- 이제는 35시간제를 만든 주인공마저 주 35시간제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 이런 관행이 쌓이면 생산성과 국가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 만약 독일에서 자동차산업까지 임금 축소가 없는 주 4일제를 실시하게 되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이 더 떨어질 확률이 커진다.

- 물론 근무 시간 제도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유럽인들은 확실히 여가를 소중히 여긴다.

- 지금보다도 근로 시간이 더 줄어들면 갈수록 벌어지는 미국과의 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일은 요원해질 것이 분명하다.


17. 한 달간의 휴가를 즐기는 유럽, 일은 누가 하나

- 물론 미국에서도 여름 휴가는 한국보다는 길지만 유럽만큼 길지는 않다.

- 유럽에서도 우파들은 "일을 너무 적게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 OECD 집계를 보면 같은 서구 사회에서도 미국은 일을 많이 하고 유럽은 일을 덜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 전체 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 시간이 가장 짧은 나라는 1341시간인 독일이었다.

- 독일의 근로 시간이 OECD에서 제일 짧은 이유는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니잡'이라는 저임금 단시간 일자리를 정채적으로 장려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노동단체의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 북유럽 국가들은 경제 규모가 작고 1인당 GDP가 유럽에서 최상귀권이며,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근로 시간을 적게 유지해도 비교적 잘 굴러가는 편이다.

- OECD는 자영업자를 뺴고 남에게 고용돼 일하는 사람들, 즉 월급 생활자의 연간 근로 시간도 따로 집계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유럽의 일하는 시간 차이는 더 벌어진다.

- 자영업자를 빼고 계산하면 미국보다 근로 시간이 더 긴 유럽의 OECD 회원국은 단 하나도 없다.

- 결론적으로 미국이 유럽인보다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는데, 월급 생활자끼만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는 얘기다.

- 유럽에서는 더 오래 일해 돈을 더 벌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짧은 시간만 일하는 저소득 파트타임 근로자들이 적지 않다.

- 파트타임 근로자 가운데 더 오랜 시간을 일하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다고 답한 이들의 비율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에서 절반을 넘었고, 프랑스에서도 3분의 1에 가까웠다.

-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남유럽을 중심으로 연이은 저성장과 경제 위기로 정규직이 줄어들어 비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악화된 경제 사정을 ㅗ일자리가 부족해 근로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 즉, 유럽에서 근로 시간이 짧은 이유가 '근로자의 천국'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아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반영돼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성장 추진력, 더 많은 스타트업, 더 많은 초과 근로 시간입니다"라고 썼다.



18. 프랑스의 캐비어 좌파, 영국의 샴페인 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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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미국 민주당과 유럽 중도좌파 정당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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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공무원만 567만 명 프랑스, 행정 절차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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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웨덴 경제학자가 진단한 유럽의 쇠락 원인 / 프레데릭 에릭손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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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교육


21. 연 수입 7조원대 하버드대 VS. 나랏돈에 의지하는 유럽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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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상교육’ 곳간에 쌀이 떨어지기 시작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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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유럽식 평등 교육 뒤에 감춰진 ‘귀족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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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월가와 실리콘밸리에 몰리는 유럽 두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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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부심 강한 유럽 학생들의 이중 면모를 보다 / 장진욱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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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부 지정학


25. 브레그레트(Bregret) 탄식에 빠진 대영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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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왜 영국은 브렉시트란 ‘자살골’을 넣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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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민자로 국력 키우는 미국 VS 난민 유입으로 분열중인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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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프랑스를 분열시키는 부르카와 히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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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에너지 넘치는 미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포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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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안보 무임승차 유럽’, 더 이상 좌시하지 않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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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중국이 두려운 유럽, 인도 앞에서도 작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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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0년 베테랑 외교관이 고찰한 미국과 유럽 / 최종문 전 외교부 2차관




7부 삶의 질


32. 활력 넘치는 미국을 따라잡기에 너무 노쇠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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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만인이 부러워하던 유럽식 복지, 점점 시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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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상기후 습격으로 뚜렷해지는 유럽의 ‘북고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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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극심한 빈부 격차에 시달리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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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미국의 검은 두 그림자, 총기 사고와 마약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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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미국인의 짧은 수명, 과연 그들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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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꼬리를 문 미국인들의 유럽 이주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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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거대한 미국의 힘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읽고 깨달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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