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클라이원트는 AI와 데이터로 낙후된 입찰 시장을 혁신합니다. (www.cliwant.com)
AI라는 키워드 때문에 혹했냐고요? 음...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사실 클라이원트는 웹사이트도 제대로 없었고, 인지도는 더더욱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링크드인에서 이런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오픈AI가 무슨 연계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을 얼핏 뉴스에서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이벤트 같아서 당시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요. 알고 보니 이게 무슨 대회 같은 것이었고, 몇백 개의 국내 스타트업이 지원해서 공식적으로 오픈AI와 협업할 스타트업을 찾는 취지였더라고요. 그리고 최종 3개의 스타트업만이 선정되었습니다.
오픈AI는 이미 너무 거대한 흐름이 되어 트렌드라고 말하기도 벅차고, 오히려 저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재빠르게 추진한 것에 대해 놀랍다고 생각했는데요. 오픈AI가 분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을 텐데, 정부에서 이 기회를 탐내 국내 스타트업과도 협업하는 신박한 제안을 하게 된 거죠. 놀라운 것은 그동안 오픈AI는 전 세계 어느 기업과도 이런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적이 없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대주주라서 뉘앙스가 조금 다르죠) 그걸 우리나라 정부에서 해낸 거죠.
뭔가 정부답지 않은 파격적인 시도와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기획력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오픈AI, 정부, 스타트업의 관계자가 모두 대만족하는 유례없는 사례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해당 프로그램도 생소했고, 최종 선정된 기업들은 더더욱 몰랐지만, 오히려 듣도 보도 못한 스타트업이 무려 오픈AI의 공식 파트너사가 되었다는 점이 무척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3사 중 하나인 클라이원트의 조준호 CEO의 브런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기사가 뜨고 재빠르게 후기 글을 쓰신 것 같아서, 제가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목이 너무 후킹하지 않나요? ㅎㅎ
첫 관심의 시작은 오픈AI 때문이었지만, 나중에는 공공 입찰 시장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AI는 오히려 요즘 너무 남발되는 버즈워드라, 제 입으로 말하면서도 부끄러운 부분이 있는데, 공공 입찰은 거의 그 반대의 성격인 단어 같아요. 지금까지 B2C 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저는 물론, 주변에서 입찰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정부 주도의 B2G 사업을 운영하는 조달청의 나라장터(https://www.g2b.go.kr)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니, 도대체 클라이원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의경 때 행정병으로 있으면서 국가 정부 사이트가 얼마나 복잡하고 불편한지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정부 사이트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걸 사용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너무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부 사이트는 그 악명 높은 한글 문서와 여러 보안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등 편리성과 정반대의 기능을 굉장히 많이 요구하죠.
고통의 강도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고, 고통의 규모 또한 중요한데, 공공 조달 시장이 무려 196조 원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숫자를 잘못 본 줄 알았습니다. B2C 혹은 B2B 시장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시장 규모였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장이다 보니 그 정도 규모는 충분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심지어 일본은 790조 원, 미국은 900조 원,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답게 3000조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국가 자체가 공공 조달 시장..?)
더욱 매력적인 것은, 공공 입찰 시스템이 국가별로 약간의 규제 차이만 있을 뿐, 근본적인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보수적인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기도 하고, 대부분 선진국에서 공공 조달 시스템을 구축한 후 개발도상국에서 빌려 도입하는 방식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랑스러운 점은 한국의 나라장터 서비스가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대륙의 약 100여 개 개발도상국에 수출되었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비록 개발도상국 시절이 있었지만, 그 시스템의 기틀을 워낙 잘 닦아놨기 때문에, 각 국에서 정부 기관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증진하고자 한국의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저희 입장에서는 더 쉬운 게임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조준호 CEO는 클라이원트를 창업하기 전에 IT 솔루션 개발사에서 14년 동안 민간 및 공공 입찰을 직접 하셨다고 해요.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적극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는데, 그때마다 입찰 시스템이 너무 불편해서 이걸 누군가 좀 해결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찰 공고의 핵심은 RFP(제안 요청서, Request for Proposal)라는 정말 무거운 문서가 있습니다. 길면 무려 150페이지가 넘는데, 형식도 제각각이라서 이렇게 비정형화된 문서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방법은 그 당시에는 절대 불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오픈AI가 세상에 나오고, LLM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줄글의 문서도 손쉽게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당장 클라이원트를 창업해야 하는 적기가 된 거죠.
어떻게 보면 제가 클라이원트라는 회사를 찾은 것은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에는 늘 관심이 있었지만, 얼리 스테이지는 꿈도 꾸지 않았어요. 잠재성이 풍부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회사를 찾는 것은 정말 모래에서 진주알을 찾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지인이 소개해줘도 긴가민가한데, 레퍼런스가 아예 없는 회사에 합류한다는 것은 정말 큰 리스크가 따릅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기업을 선호하지만, 클라이원트에 대해 최소한 지금까지 알게 된 정보를 취합해보니 이 회사는 한번 진지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이 모든 과정이 속전속결로 1시간 이내에 진행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준호님의 브런치 글에서 이메일 주소를 발견하고 바로 커피챗을 요청드렸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회사의 모습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면접은 특별히 다르지 않았고 어떻게 보면 무난했습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누군가 가이드를 주기보다, 제 스스로 전략을 짜고 실행할 수 있는 태도가 아마 가장 중요했을 텐데, 다행히도 지금까지 항상 큰 기업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점이 저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아크 브라우저와의 APAC 마케팅 프로젝트, 대학교 선배와의 공동육아 프로젝트가 어떻게 보면 제로베이스에서 도전하는 마인드셋과 바로 부딪혀보는 실행력을 갖게 도와준 게 아닌가 싶었어요.
또한, 초기 단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 사람의 역할과 영향력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면접은 보통의 회사와 큰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아주 디테일한 과제를 부여받았는데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도 있어야 하지만, 미시적인 부분도 챙겨야 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단계별로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액션 플랜을 제안드렸습니다.
결론적으로, 회사에 합격 소식을 받고 6번째 초기 멤버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답게 과제 기간을 포함하여 이 모든 과정이 1주일도 안 걸렸던 것 같아요. 그 빠른 속도감이 저는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클라이원트는 창업한 지 8개월밖에 안 된 꼬꼬마입니다. 물론 그 사이 좋은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그에 걸맞는 서비스를 개발했기에 창업 3개월 만에 BEP를 달성하고, 국내 최고의 VC인 본엔젤스에게 Seed 투자를 받을 수 있었죠. 그리고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아주 반짝이지만 회사를 적극적으로 알릴 기회를 얻었고, 앞으로도 최신 기술을 먼저 테스트해보고 기술 자문을 얻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회사의 Growth를 담당하는 위치로 합류했습니다. 합류한 지 2달 동안 벌써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영업 미팅을 다니면서 우리 회사의 잠재 고객군 페르소나를 그려나가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데려오기 위한 마케팅 플랜을 수립하고,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바로 그 자리에서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와 빠르게 소통하여 실행에 옮겼습니다. 대표님 컨펌이 필요하다면, 제 옆자리에 앉은 준호님께 언제든 말을 걸면 되고, 회의실을 잡을 필요 없이 모두가 의자를 돌면 그게 팀 미팅이 됩니다.
하지만 매월 눈에 띄는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도 단연 존재합니다. 이전 회사들의 경우 관성이 있었기 때문에 망하더라도 10년은 걸릴겁니다. 하지만 저희처럼 아직 영세한 기업은 자칫하면 크게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빠른 실행력, 팀워크, 아이디어 모두 중요하지만, 결론적으로 "돈을 잘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모두가 돈 버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내려놓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한 것도 있어요. 예전에는 이메일을 잘 쓰고, 보고를 잘하고, 정치를 잘하는 게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물론 그것도 얼추 맞지만), 내가 하는 일이 우리 회사의 수익을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희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거든요.
물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여기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초기에 느꼈던 그 풋풋함을 잊지 않고 잘 보존해보려고 합니다. 마치 아마존이 데이원 시절을 잊고, 데이투가 되면 회사의 쇠락이 결정된다고 강력히 당부했던 것처럼요.
아무튼 최근 근황을 공유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고 조금 길어진 감이 있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것은 모두 써 내려간 것 같아 후련합니다. 앞으로도 클라이원트의 좋은 점만 쓸 수 있도록 저 역시 많이 노력하고 성장해 보겠습니다!
*클라이원트 공식 웹사이트: www.cliwa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