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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니 Dec 30. 2023

이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 : 장욱진 회고전 후기

티격태격 변호사 가족의 일상

"이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

머리가 하얗게 센 노교수님이 말씀하셨다.


마치, 내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와, 신난다!"라고 하지 않고, "휴... 다행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톤의 표정과 목소리셨다.


"교수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나는 고개 숙여 감사드렸고,

딸은 "아싸~ 이제 안 와도 돼!"

라고 장난스럽게 외쳤다.


병원을 다닌 지는 7년, 작년에 먹던 약을 끊은 후로는 1년 만의 방문이었다.


딸은 병원에 다닌 게 힘든 기억은 없고 즐거운 추억이었다고 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맛난 것도 먹고, 서울구경도 하니까, 가끔 엄마와 함께하는 나들이 같은 느낌이었나 보다.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얼른 병원을 벗어났다.

기차를 타기 전 뭘 할까 고민하다, 덕수궁 미술관에서 하는 "장욱진 회고전"을 본 후, "서울로 7017" 다리 위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장욱진 화백의 그림은 동화책같이 순수하고 단순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이를 칼로 긁어내고, 물감을 여러 번 덧칠하며 정성을 다한 흔적이 보인다.

편하게 앉아서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니고, 종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쭈그리고 앉아 그렸다고 한다.


우리의 7년도, 남들이 보면 그냥 쉽게 흘러간 것처럼 보였겠지만, 알고 보면 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 아픈 순간이 있었고, 그 자을 더 고운 색깔로 칠하려고 무던히 노력해 왔던 것 같다.


앞으로도 같은 마음으로 살아낼 수 있기를. 딸에게도 그러하기를.


<사진출처-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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