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처음 이직한 경력사원의 고군분투기
드디어 내 인생 첫 이직에 성공했다!
새로운 회사로의 첫 출근날이다. 기분이 1분마다 변하는 듯 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회사에 가까워질수록 낯선 문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뀐다.
그러다가 어느새 이직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더니,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다짐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회사에 도착하여 인사담당자를 만나 인사제도 및 회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내가 근무할 팀으로 이동해서 팀장 및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비록 잠깐이긴 했지만, 기존 직장과 문화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긴장을 놓지 말아야겠다.
오전에는 팀장을 포함한 팀원들과 10분가량 인사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런데 팀원들이 오후에 업무미팅을 같이 하자고 한다.
이 회사는 경력직에게는 업무 파악할 시간도 제대로 안 주는 분위기인가 보다.
오후에 업무미팅을 하는데 실무자들이 업무설명을 해 주면서 나에게 이분위ㄱ러저러한 요구사항을 이야기한다.
이건 뭐지? 환영한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들어봤다. 내가 기획자로 오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첫날부터 요구사항이라니...
그런데 잘 들어보니 뭔가 쌓인 게 많은 것 같다.
뭔가 업무가 안 돌아가고 있었고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분위기이다.
내가 모르는 히스토리들이 많은 듯 했다. 이거 뭔가 쉽지는 않겠구나..
다음날 출근했는데 팀장이 출근을 안 했다.
코로나에 걸려서 자가격리를 하면서 재택으로 근무하겠다고 한다. 증상은 거의 없다고 한다.
며칠간 팀장을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메일이나 전화로 업무지시를 하지도 않는다. 워커홀릭이라고 들었는데 이상하다 싶었으나,
경력직이니 알아서 할 일을 찾아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존 보고자료부터 살펴보았다.
그 이후로 5일 이상 팀장을 보기는 커녕, 연락 한 번도 주고받을 일이 없었다.
이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주변에서는 팀장이 징계를 받았다는 소문도 돌고, 몸이 안 좋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 회사 대체 뭐지?
입사한지 2주일가량 지났을 무렵, 드디어 팀장이 출근했다.
팀장은 팀원 전체를 대상으로 티미팅을 소집했다. 그리고 그 티미팅은 10분도 안 되서 끝이 났다.
티미팅에서 팀장이 퇴사한다는 말을 전했을 뿐이다.
입사해서 팀장과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한 것은 전부 합쳐도 20분 남짓.
내가 입사한 날 10여분, 그리고 팀장이 퇴사한 날 10여분.
이렇게 나의 첫 이직의 시작은
황당한 경험과 당황스러움으로 그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