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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수 Mar 12. 2021

너 열등감 있는 거 아니야?

질투는 나의 짐이었지만 꼭 필요한 짐이었다

“너 열등감 있는 거 아니야?”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온다면 백이면 백 기분이 나쁠 것이다. 당연하다. 이건 기분이 나쁘라고 하는 말일 확률이 크니까. 

가장 들키기 싫은 내면의 부끄러운 속살을 밟히면 누구라도 꿈틀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불편하고 지독한 말을 다른 이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많이 하며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질투하다 못해 깎아내리며 자기 위안 삼기도 했으니 이 얼마나 부끄럽고 한심한 짓이란 말인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해법들이 많이 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마음의 평정을 찾으라는 이야기는 솔직히 잘 와 닿지 않았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남과 비교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비교를 통해 우월감과 자괴감을 넘나드는 게 바로 인간이니까. 관건은 중심을 잡는 일이다.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이다.     


주위 잘 나가는 사람들만 눈에 보이고 그들보다 못한 내가 먼지 티끌만 하게 느껴져 깊은 나락으로 하염없이 추락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나를 일으키는 내면의 소리가 있었다.

“너 열등감 있는 거 아니야?”

그렇다. 이 말이 또 나를 번쩍하게 만들었다. 열등감 있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은 얄팍한 자존심이랄까. 열등감을 부정하기 위해 나는 부지런히 다른 표현을 가져다 썼다. 열등감까지는 아니고 그저 부러워하는 거야. 부러워도 못하나?      


부러움이란 열등감에 이르는 과정 중 쉽게 만나게 되는 감정이다. 그리고 보통 부러운 사람은 넘사벽인 경우가 많다. 김연아와 빌 게이츠를 부러워하지만 질투하지는 않는다. 

거지는 백만장자를 질투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더 잘 사는 거지를 질투한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거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말이다. 가는 길이 다르면 그저 마음을 다해 힘껏 부러워할 수 있다. 누군가의 성공이 부러운 적은 많지만 그게 부끄럽지는 않은 이유다.     


하지만 질투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 질투하는 마음이 내뿜는 고열을 식히려면 꽤 오랜 시간 감정의 파고에 휘말려야 했다. 나와 같은 길을 가는 누군가 저만치 한참을 앞질러 내달려가는 것을 보면 늘 마음이 초조해졌다. 의기소침하고 좌절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약한 감정들이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중심을 잃고 급기야 열등감이라는 화산이 되어 질투가 용솟음치게 되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세찬 기세로 솟아오르는 어떤 강한 하나의 힘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자세히 잘 들여다보면 뾰족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그 지점. 그곳이 바로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자 부글부글했던 마음이 한 소 뜸 끓다 가라앉았다.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들은 사실 낯선 길 위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하나의 이정표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질투가 날 정도로 나를 앞지른 사람들을 롤모델 삼아 벤치마킹했다. 틈나는 대로 그들의 뛰어난 점을 분석했다. 그들의 글은 물론 인터뷰를 하나하나 찾아보며 마음에 새겼다. 그로 인해 그들의 전성기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깨우치게 되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들만의 성장 도구들을 찾아내어 나만의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장바구니는 한가득 넘치도록 채워졌다. 질투와 욕심은 항상 과소비를 부른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길 위에 없어서는 안 될 생필품이었다. 쉽게 거저 얻을 수 없는 것. 그것은 노력이라는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이었다.


간혹 내가 질투하던 대상을 뛰어넘을 때도 있었다. 인생에는 역전이라는 반전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질투를 접고 부러운 마음을 갖게 한 대상도 있었다.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동경과 갈망 역시 나를 성장시켰다. 


질투는 힘이라고들 하지만 내겐 짐일 때가 더 많았다. 가끔은 너무 버거운 짐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질투의 장바구니는 단 한 번도 비어본 적이 없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질투하는 감정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았다. 짐이지만 절대 포기해선 안 될, 여전히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이었고 힘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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