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hind you Sep 29. 2021

퇴근길 크로키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

18시57분. 여의도역 출발 급행 9호선. 9507호 2번 문.


취했을까.작은체구 60대 노인이 걸쭉한 욕을 하며 소리지른다. 문을 주먹으로 치는데 소리가 육중하다. 체구와 달리 펀치가 세다.


다시보니 주먹이 그 체격 노인들 손보다 두배는 돼보인다. 정권부분은 온통 굳은살에, 얼마되지 않은 상처와 오래된 흉터가 범벅이다. 손을 무기로 쓰는 일과 련있는 삶이었을까.


담배에 불을 붙였다, 금새 껏지만 밀폐된 곳이라 빠르고 강렬하게 퍼진다. 퇴근시간 만원 지하철, 심박수가 높아진다.


아무도 말을 걸거나, 제지하지 않는다. 둘러보니 20대 2,3명은 동영상을 찍고 있고 금발머리 이방인과 젊은 여성 둘이 자리를 뜬다. 소동은 멈추지 않고, 40대 이상은 자리를 비켜버린다. 노인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다. 동영상은 계속 촬영되고 있다.


분쟁에 휘말릴까 이어폰을 케이스에 넣었다. 무얼 할 수 있을까 두리번거리는데 문에 붙은 스티커가 보인다. 문자 신고 1544.4009. 최대한 짧은 말로 전송했고, 상황은 1분만에 종료됐다. 내리라는 말에 잠시 저항하던 노인은 경찰을 부르겠다는 말에 순순히 내렸다.


고성이 멀어지는것을 듣다가 문득, 노인품에 흉기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직업병인가 트라우마 인가.


힘을 힘으로 대응하기엔 양 어깨와, 오른 무릎이 쑤신다.



작가의 이전글 ‘택리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