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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Mar 24. 2023

힐끔거리다 온 하루

-부산

언제 만나도 반갑고 항상 보고 싶은 바다. 아늑하여 복잡한 내 머릿속을 간결하게 만드는 바다. 한 번은 밀어내고 한 번은 끌어당기는 바다에 비록 거품만 돌아올지라도 너에게 전하지 못한 말들 전해 보는 곳이다.

     

여행은 마음의 풍경을 향해 가는 것이라 누가 말했던가. 한낮 힐끔거리며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가는 길. 한 사람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의 뒷모습. 그 먼 곳 안을 수 없어 한 손엔 철길 한 손엔 바다를 손잡고 내 그림자 밟으며 걷는다.      


다릿돌 전망대는 2017년에 개장하였으며 해수면으로부터 20m의 높이에 72.5m의 길이로 바다를 향해 뻗어있다. 입구에서 나눠주는 덧신을 신고 걷다 만나는 투명 바닥 아찔하다.


너의 마음속 알 수 없는 내안 천 개의 방이 어슬렁거려 혼자 마음의 깊이를 묻고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내 몸 나를 꺼내 볼 수 없어 바다 깊숙이 생각들 수장시키며 해변열차가 건네는 악수를 뒤로하고 달맞이 고개 언덕길 오른다.  

   



「여명의 눈동자」의 작가 김성종이 추리문학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 1992년 3월 22일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추리문학관에 왔다. 5천 원의 메밀차 입장료를 지불하니 개관 30주년 기념 볼펜과 팸플릿 준다.   

     

1층 '셜록 홈스의 방'은 다양한 책이 구비되어 있는 카페다. 2층 창가에 앉아 세계문학사에 빛나는 위대한 문호들의 진기한 사진을 감상하며 메밀차 한잔 나 홀로 만끽할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다. 안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김성종 작가 코너’ 전시실에는 작가의 작품들과 ‘여명의 눈동자’ 드라마 포스터 및 빛바랜 원고 뭉치들이 진열되어 있다. 3층 열람실과 국내외 추리소설 및 일반문학서가 비치되어 있다.      



하루가 바쁘다.

2호선 장산역에서 출발 1호선 환승 자갈치역 내려 보수동 책방거리 가는 길. 남작만두가 있고 쪼그리고 앉아 맛보는 당면이 있는, 씨앗호떡 달짝지근한 거리를 지난다.  

    

영화 ‘국제시장’을 생각하며 깡통시장 건너 보수동 책방거리 의자를 꺼내놓고 앉지 못한다. 읽지 못한 숲이 너무 많아 그저 바라만 본다. 오랜 된 나무는 쉽게 잘라 버리는 내 책장에게 헌책방 가득한 나무들이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 어디에도 배정되지 않은 감정을 고서점 책꽂이에 꽂아두고 이다음 다시 만나도 그 자리 지키고 있을 책방거리를 나온다.  

    


부산근대역사관은 다음을 기약하며 통과하고 산세가 마치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를 건너는 듯하여 붙여진 용두산 공원 오르는 계단, 동백꽃진자리에 ‘짓무르 졌지만 예쁘다, 너라는 꽃’ 마음속에 문장 한 줄 새기고 아파트 60층 높이와 같다는 부산타워 전망대에 왔다.    

     

부산 시내가 환하다. ‘하늘액자에 담긴 자신의 모습을 촬영해 보세요’에는 내 모습대신 여행자의 뒷모습만 담아 전망대 귀퉁이에 걸어놓고 내려오니 공원광장 연분홍 매화와 동백꽃 연주 중이다. 카메라 셔터 반주에 맞춰 이른 봄을 공연하는 관람객은 사진작가들이다.     

 


예쁜 길 걷고, 바쁜 길 택시 타고, 험한 길 건너뛰어 가쁜 숨 고르며 송도 거북 섬. 구름산책로 찬바람에 후드 티 모자 뒤 집어 쓰고 외줄 타기 케이블카 아래를 걷는 기분은 집에 두고 온 너 같아서 자꾸 뒤돌아보게 한다.      


송도해변 앞바다로 떨어지며 바다와 한통속이 되어가는 노을. 붉디붉어 서러운 빛깔에 나의 하루도 어둠에 묻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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