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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재 Sep 10. 2024

시인은 문 밖에 소설가는 문 안에 있다

5. 토문재의 소소한 이야기 - 9월 8일

 어제도 오늘도 시인은 외출중이다.   

   

 무더위 뚫고 두 발로 시 쓰러 갔나보다. 댓돌 위의 신발이 부재중임을 알린다. 그가 쓰는 시는 신발 밑창 닳아서 쓴 시라 발끝에서 오는 큼큼한 향기로 퍼질 것이다. 폭염주의보에도 어쩌지 못하듯 열정으로 쓰는 시라서 칸나의 붉음을 닮은 선홍의 피 뚝뚝 떨어지는 시를 마음 밭에 심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소설가는 칩거 중이다.      


 많은 말들을 밤으로 올리고 낮으로 밀리는지 댓돌 위 신발이 존재함을 확인해 준다. 각을 세우고 면을 깎아내며 컴퓨터 자판기의 엔터와 딜리트의 무한 반복에서 오는 고뇌를 토문재 처마 끝 풍경에 매달아 놓고 싶지 않을까. 오늘은 어떤 단어를 빼고 내일은 무슨 문장을 넣어야 할까 고심하는지 몸살 앓는 폭염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외출과 침거사이에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시인이자 여행 작가라 명명하면서 쓰지 못하는 시를 위해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하는 여행을 기다리며 오전과 오후를 자른다. 그래서 나는 문 밖에도 문 안에도 머물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로 마당과 댓돌 사이, 댓돌과 툇마루 사이, 툇마루와 방문 사이에 걸터앉아 있다. 진초록의 8월과 붉은 색을 입는10월에 낀 여름도 가을도 아닌 9월처럼 내가 넘어야할 사이가 참 많다.      


 산정 오일장 간다. 시 쓰러 가는 걸까 여행기 쓰려고 가는 걸까. 댓돌위에 신발의 부재를 알리는 시어가 왔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내가 참 복잡하고 어렵다.       


산정 오일장
송호해수욕장
송호해수욕장
송호해수욕장
송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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