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올해의 봄이 꿈틀 하기도 전에 ‘불량한 김변’을 시작했습니다. 당시는 지지부진하고 갈팡질팡하는 글쓰기에 색다른 동력이 필요했어요. 중도 포기한 글이 늘어나면서 혼자선 장편을 쓸 능력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거든요. 그래서 연재 브런치 북을 만들고 여러분께 공개 구독을 요청했어요. 별다른 준비는 없었습니다. 일단 쓰다 보면 어찌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을 가슴에 꼬옥 품었을 뿐이지요. ‘30화’라는 목표만 세우고선 말이죠. 큭큭. 제가 늘 이렇지요. 즉흥적인 무대뽀 정신으로 일단 저지르긴 했는데 역시나 15화쯤 쓰고 나자 슬슬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마의 구간이지요. 얕은 밑천으로 글을 쓰다 보니 다양한 표현이 불가능했고 그런 글밖에 생산할 수 없는 자신이 부끄러웠어요.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다는 회의감이 들었고 이 글을 접고 다른 걸 쓰고 싶다는 유혹이 찾아왔어요. 아시죠? 일종의 회피이자 한눈팔기의 욕구가 쓰나미처럼 몰려왔습니다. 19화쯤 됐을 때 전체 줄거리와 기획 의도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으나 20화가 넘어가면서 점점 더 글쓰기가 힘들었습니다. 네. 저는 이제 모든 작가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뇌, 노력이 필요한지 알 것 같아서요.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작가의 삶을 맛보았는데도 말이죠.
이렇게 엄살 대마왕이 되어 고통을 호소하는 진정한 의도는, 예상하셨겠지만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갖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불량한 김변 1권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의 사랑 때문입니다. 헐렁하고 거친 글을 읽어주시고 재밌다고까지 해주시는데 어찌 포기할 수 있었겠어요? 고래의 춤까지는 못 보여드려도 지느러미의 팔랑임 정도는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 결과 음하하. 질적인 면은 모르겠으나 분량 면에서는 머리털 나고 가장 긴 글을 쓴 경험을 했습니다. 뒷산에 올라가 몰래 환호성을 지르며 자축하고 싶은 기분이어요.
아. 못 볼 꼴을 보였군요. 죄송합니다. 지나친 감정의 널뛰기지요? 여기서 자중하도록 하고 차후 계획을 이야기해 볼까요? 원래는 연달아 2권을 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30화를 쓰면서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글쓰기 공부를 좀 더 한 후에 뒷이야기를 이어갈까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연재하게 될 때는 충분히 써둔 후에 몰아서 발행할까 생각 중입니다. 한주에 한편으로 정해두니 꼭 화요일부터 벼락치기하는 버릇이 생겨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수요일 저녁에 헐레벌떡 올리고 맥주 한 병(보다는 많이) 벌컥벌컥이 루틴이 되어버렸지 뭡니까. 바람직한 작가의 자세는 아닌 것 같아서 생활 습관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 여겨집니다. 흐느적거리면서 좀 더 게으른 삶을 살겠다는 표현을 이렇게 아리송하게 쓰고 있네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도약을 위한 일 보 후퇴의 시간을 가져볼 예정입니다.
이제 특별 감사 인사를 전할 시간이 왔네요. 원래 제 글을 빠지지 않고 읽어주는 독자는 남편과 동생뿐이었는데요. 저의 귀인이신 강경작가님을 필두로 늘어난 글벗님 덕분에 연재브런치북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쫑긋쫑긋 호기심 가져주신 김소이작가님, 어떤 질문이든 정성껏 답해주시는 정이흔작가님, 애정 가득 주인공들을 지지해 주신 Bono 작가님은 지아와 민우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을 주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존 스타인벡)이라는 글쓰기 과정에서 여러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글쓰기를 중단했을 가능성이 백퍼이지요.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도 함께 오래오래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잠시 열혈 독자로 휴식을 취하다가 찬 바람이 불면 다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