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모아 놓을까?
나는 한참 유튜브 ‘네고왕’을 즐겨보던 시기부터 화장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피부가 민감하기 때문에 아무 화장품이나 쓸 수 없었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매번 화장품을 구매할 때는 화해 어플로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고,
무해한 성분의 제품들만 골라 모았다.
그동안 마녀공장, 닥터지, 스킨푸드, 러쉬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을 쟁였다.
민감한 피부라 잘 맞는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 잘 맞는 걸 찾으면 ‘있는 동안 사둬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효과가 좋았던 제품이 단종되거나 리뉴얼되면 다시 못 쓸까 봐
‘없어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에 몇 개씩 사놓기도 했다.
운 좋게 잘 맞는 제품은 다시 찾기 어려워서
‘지금 확보해 두자’는 생각이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좋아하는 걸 모으는 기쁨도 있었고,
하나씩 정리해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안정감이 생기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너무 많이 산 게 문제였다.
적당히 샀어야 했는데, “세일하니까 쟁여야지”라는 생각에
아무 생각 없이 사기만 했고,
우리 집 화장품 창고는 어느새 매장의 진열대처럼 몇 칸이 넘어갔다.
유통기한은 2년 정도지만 그 안에 다 쓰질 못해
친정엄마나 친구들에게 나눠줘도 아직도 한참 남아 있다.
러쉬 프레시 세일은 반값이기 때문에
일 년치 제품을 사두곤 했는데, 그만큼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
물건도 많이 오고, 그걸 창고에 쟁이면서는 "나는 러쉬의 광팬이다"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쌓여가는 물건들을 보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매일 쓰는 거라 필요한 만큼 잘 산 걸까? 아니면 과한 소비를 한 걸까?
쟁여두었지만 다 쓰지 못한 제품들은 점점 부채감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든든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물건들이 차지한 공간이 심리적인 부담이 되었다.
하나씩 꺼내 쓸 땐 좋았지만,
쌓여 있는 모습을 보면 가끔 물건에 치인다는 느낌도 들었다.
관리하는 것도 번거로웠고,
내가 쌓아둔 것들이 과연 나를 위한 소비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소비는 조금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기준을 다시 세우게 됐다.
전에는 ‘사재기의 영역’이었다면,지금의 나는 ‘선택의 영역’에 들어선 사람 같다.
요즘은 스스로 예산이나 개수를 정해두고,
재고도 파악하면서 필요한 만큼만 구매한다.
그렇게 소비하니까 한결 낫다.
나름의 기준을 정해 필요한 만큼만 사두니
“또 일 년 뒤에 사면되지”라는 여유도 생기고,
스스로 통제감을 가질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소비를 통해 나를 알게 되었고, 소비의 방식도 변해갔다.
그땐 나에게 꼭 필요하고 정당한 소비였지만,
지금은 다른 방식으로도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