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삶의 일부로 즐기는 태도
향수를 좋아한다.
나는 싱그러운 꽃향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비슷한 향수를 자주 사기도 한다.
계절에 따라 다른 향수를 뿌린다.
겨울엔 디올의 ‘쟈도르’, 샤넬의 ‘가브리엘’ 같은 플라워 계열의 향수와
파우더리한 느낌이 나는 ‘플라워밤’이나 ‘노아’라는 향수를 즐겨 뿌린다.
겨울은 추우니까, 향이 좀 세고 포근한 게 잘 어울리더라.
여름엔 디올의 ‘미스디올’ 향수와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을 뿌린다.
시원하고, 가볍고, 싱그러운 꽃향이다.
둘은 좀 다른 느낌인데, 하나는 ‘소녀소녀한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30대 여성의 느낌’이 난다고 할까?
마흔에 가까워지고 나서는 ‘미스디올’ 향수를 잘 뿌리진 않아서
이젠 딸아이가 대신 뿌리고 다닌다.
여름과 겨울을 달리하는 이유는 같은 향수라도 계절에 따라 향이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름에 괜찮던 게 겨울엔 가볍고,
겨울에 괜찮던 게 여름엔 무겁게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계절에 따라 향을 조절한다.
그리고 분위기에 따라 뿌리는 향수가 또 있다.
세련된 느낌을 갖고 싶을 때는 보테가베네타의 '놋' 향수를 뿌린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향수인데, 흔하지 않은 향이라 더 특별하다.
무엇보다 향수 패키징이 너무 멋지다.
요즘엔 그날그날의 기분과 OOTD에 맞춰 향을 고른다.
외출하기 전, 한 번 챡— 뿌리고 나가면
이것만으로도 세상을 향해 준비된 느낌이 들어서 좋다.
‘나를 위해 뿌리는 걸까? 남을 위해 뿌리는 걸까?’
나는 언제나, 나를 위해 뿌리는 거라 생각한다.
향에는 호불호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향이 타인에겐 극호일 수도, 극불호일 수도 있으니까.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호를 맞추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좋은 향’으로 나를 드러낸다.
오늘은 외출 없이 집에만 있어서 ‘지미추’의 향수를 뿌렸는데 향이 가볍고 싱그럽다.
나는 집에 있어도 향수를 뿌린다.
마음이 약간 가라앉을 때, 뿌리면 바로 기분 전환이 돼서 좋다.
아주 작은 시도로 기분이 금방 좋아진다.
향을 좋아해서인지, 다른 사람의 향에도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타인의 향수를 맡으면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어디 외출하시나 보다~” 하면서 이건 무슨 향인지 맡아본다.
가끔 길을 지날 때도 내가 좋아하는 향이 나면
그 사람을 조금은 다르게 기억하게 된다.
향이 너무 좋으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 올라가는 것 같다.
전에 우연히 들어간 편의점에서 내가 들어가고,
어떤 남자분이 나오는 순간
그분에게서 나는 향이 연애 시절 남편이 즐겨 쓰던 향수였다.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면서,‘향에 반한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
이젠 남편도 나처럼 나이가 들어서 그 향수를 쓰지 않는다.
나이에 비해 가볍게 느껴지는 걸 꺼다.
내가 ‘미스디올’을 덜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는 이제 샤넬 블루 같은 농후한 향을 자주 쓴다.
원래 추억이라는 건,
‘아스라이 멀어질수록 더 깊게 각인되는 것’인가 보다.
반대로, 누군가가 내 향을 칭찬해준 기억도 있다.
회사 다닐 때도 “ㅇㅇ씨에게선 항상 좋은 향이 나요”라는 말을 들어서 뿌듯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반찬가게 사장님이었다.
반찬을 사러 들어갔더니
“어머, 자기 향수 환상적이다~” 하고 말해주셔서 기분 좋게 놀랐던 적이 있다.
나는 향수로 샤워하듯 진하게 뿌리기보단 은은하게 뿌리고 시간이 지나 남는 잔향을 느끼는게 좋다.
그래서 가끔은 치마에만 뿌리거나, 발목에 롤온 로즈 향수를 바르고 나가기도 한다.
장미 오일향수는 상체에 바르면 무거운 장미향이 울렁울렁할 때도 있는데,
발목에 바르면 걸을 때마다 살랑살랑 올라오는 향이 괜찮고 좋다.
향수를 좋아한건 고등학교 때부터였는데, 남과 다르게 나만의 향이 있다는게 좋았다.
좋아해서 모은다는 게 어떤 건지, 향수를 통해 처음 느껴보았다.
그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시그니처 향수를 하나 꼽는다면 '보테가베네타의 ‘놋’ 향수이다.
항상 우아하고 세련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나의 ‘추구미’와 잘 맞는다.
오늘도, 나를 위해 향을 뿌리고 그 향을 천천히 음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