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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키 Jun 23. 2020

홈쇼핑에서 말하는 매진, 진짠가요?

[최 PD의 일상 누리기]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연재

“홈쇼핑에서 일해요.”라고 말하면 항상 돌아오는 질문들이 있다. 방송을 만드는 과정이나 생방송을 진행하며 생긴 사고나 재미난 에피소드, 혹은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소소한 뒷이야기. 또 직접 홈쇼핑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은 시즌별로 인기 아이템이 무엇인지, 쇼호스트들의 멘트는 진짜인지 여부도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름하여 ‘항상 홈쇼핑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홈쇼핑PD에게 물어보지 못한 거의 모든 것’ 제1탄!

매진, 진짜예요?

일단, ‘진짜’라고 말하겠다. 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매진’이 되었을 때, 이게 정말 불티나게 팔리는 것인지 그냥 상품 판매를 위해 시쳇말로 ‘쇼’나 ‘퍼포먼스’로 매진되었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한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 홈쇼핑 역사상 아주 초창기에는 판촉을 위해 ‘매진’을 수식어처럼 쓰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방송심의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매진 이력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매진이 아닌데 매진이라고 고객들에게 안내할 경우 매우 심각한 고객 기만으로 판단, 중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매진되었다’는 말이 ‘방송 외 시중에서는 절대 살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방송에서 말하는 ‘매진’은 쉽게 ‘이번 방송을 위해 준비한 물량이 전부 소진되었다’라고 이해하면 된다. 물론 개중에는 정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서 방송이 아닌 다른 루트로 살 방법이 없는 상품도 있다. 그런 경우 방송이 끝나면 자막이나 쇼호스트 멘트로 한동안 ‘구입할 통로가 없다’고 단호하게 강조한다. 구매가 고민되는 상품이 ‘매진’된다고 했을 때, 이 상품이 이번 방송 준비 수량이 매진되는 것인지 아니면 영영 구매할 수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자막이나 멘트로 ‘마지막 물량’이나 ‘막바지 물량’이라고 안내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렇지 않다면 다음에 구매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쇼호스트나 피디들은 방송하는 상품을 공짜로 받나요?

방송을 보다 보면, 쇼호스트들도 이 상품을 직접 써봤다면서 상품의 장점과 특성을 설명하곤 한다. 개중에는 자신이 직접 구매했다는 쇼호스트도 있다. 고객들은 ‘저 사람들은 저게 직업인데 저 상품들을 매번 정말 써볼까’라는 궁금증이 있는 모양이다.

상품 판매방송을 만드는 과정에서 구매 전에 직접 써보지 못하는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사전 미팅 때 상품 샘플을 받게 된다. 식품이나 자잘한 생활용품, 옷가지는 사용하면 상품 가치가 줄어들기 때문에 반납하지 않지만, 모피와 같은 고가의 의류나 가전제품은 사용해 보고 반납한다. 반납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회사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협력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 판매금액의 일부를 지급한다.

쇼호스트가 자신이 이 상품을 ‘사용해 보았다’가 아니라 ‘직접 돈을 주고 이 상품을 샀다’는 멘트를 했을 때도 그 말을 믿어도 좋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모든 방송을 체크하지는 않지만, 더러 구매 이력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쇼호스트들이 방송에서 자신이 직접 샀다고 어필한다면, 정말 그 제품에 만족했을 가능성이 크다.

 

배보다 배꼽이 큰 사은품, 어떻게 가능하죠?

홈쇼핑 방송을 보다 보면 본구성만큼이나 화려한 사은품에 현혹되어 충동구매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본구성이 7만 원인데 시중에서 단품가가 무려 3만 원인 사은품을 끼워 주는 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품만 그 가격에 구입해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값이 꽤 나가는 사은품까지 끼워 주니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시중가’라는 말에 함정이 있다. 사은품을 자사 몰에 보통보다 높게 등록해서 판매하면 형성되는 가격이 바로 시중가다. 예전과 달리 턱도 없이 비싸게 사은품 가격을 형성해서 소구하는 것은 이제 공정거래위원회 규제로 시정되었지만, 사실 사은품의 단품가를 명시된 금액의 가치 그대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가끔 그렇게 본구성 사은품용으로 비싸게 가격 형성된 상품을 누군가 사는 사람이 있어서 방송 준비 과정 중 그 사실을 알게 되면 MD, PD, 쇼호스트가 ‘아, 왜 이걸 사셨을까’하며 미안해하곤 한다. 다만, 대량판매 유통구조로 되어 있는 홈쇼핑의 특성상 일반적인 소매 루트보다 사은품을 포함해 더 합리적이고 좋은 구성을 선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최누리 PD | yorewri@gmail.com

홈쇼핑 패션PD. 홈&쇼핑에서 옷, 가방, 보석 등 여자들이 좋아하는 온갖 것을 팔고 있다. 주변에선 '쏘다니고 쇼핑 좋아하는 너에게 천직'이라 하지만, 본인은 '작가'라는 조금은 느슨한 정체성을 더 좋아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독립잡지와 SNS 플랫폼에 구태여 자유기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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