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듀오로 알아보는 주제
실무로 가보자. 실제 작가라면 주제를 어떻게 설정하는 게 마땅한가. 주제가 어떠한 느낌으로, 방법으로 정해지는지는 대강 감이 잡혔으리라 본다. 근데. 그러고 펜을 잡으면? 잘 될까?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것은 소설 전반에 그 작가의 의식이 드러난다는 것을 말한다. 주제를 더 쉽게 이해하자면, 음악에도 그 마법을 찾아볼 수 있겠다. 우리의 국민 래퍼, 다이나믹듀오의 두 곡을 말해보자면, <출첵>이라는 곡의 템포는 어떤가. 코드 진행은 잘 몰라도, 멜로디가 주는 이미지는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파티 음악 같지 않나? 그러나 그 가사를 보면,
우리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
가득 쌓인 업무 때문에 쉴 틈
없어졌어. 입술이 또 텄어. 얼굴 위에 그려진 빗금.
세상의 짐을 혼자 짊어진 듯
허리를 굽히며 중력에 굴복해.
조금만 진지하게 바꾸면 암울해질 수 있는 가사다. 이는 가사와 멜로디의 반전으로 주제를 끌어내고 있다. "가사 같이 힘들지만 요 췍!"...음.
<Gone>이라는 곡을 들어보자. 주제는 '이제 떠나버린 것' 정도가 될 테다. "사랑은 순간의 전기처럼 다가와 머물다 사라져"라고 언급까지 해준다.
이제는 흐리멍덩해진 옛 추억. 그 멜로디는 누가 깔고 있나? 반짝거리는 피아노? 일렉기타? 그보다는 흐리멍덩한 소리를 듣고 있을 테다. 은근하게. 자극적이지 않게.
이 느낌 잘 잡아서. 당신은 글쓰기를 준비한다. 기교와 실력 같은 건 버려둔다. 당신의 삶에서, 어떤 것이 사무치는가. 분노? 그리움? 무엇이든. 가장 원초적인 것을 골라라. 원초적이고, 삶 전반에 깔린-, 해결할 수 없는 것을 그려냈다면, 그것이 있는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이 세계에 지대하게 깔려있는 게 아니라, 가끔 만날 수도 있는 세계. 그런 세계가 있는 것이다. 그건 당신이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창조한 것도 아니다. 저절로, 당신의 가치관에 깃든 인식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세계를 '상상하라'라든가, '만들어내라'라고 하지 않는다. 당신의 평소 인식이 깃든 세계가 있다. 당신의 평소 인식이 깃든 옆집 사람의 일상이 있다. 그게 다다.
그 '사무치는 것'을 겪는 이는 또 어떤 이인 게 좋겠는가. 사무치는 것이 있으니 주인공도 둬 볼 필요가 있다. 객관적으로 그 현상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 무덤덤한 사람? 당신과 똑같은 사람?
그 사무치는 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누가 만드는가? 불쑥 나타나서는 상처를 주나? 당신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에게 그것을 체험시켜주려면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최선인가?
혹시, 그 '사무치는' 것은, 다른 이에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거나 정의로운 것이진 않나?
수많은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마지막으로. '그것'이 있는 세계에서 주인공이 겪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이벤트, 갈등은 무엇인가?
또,
당신은 그것을 어떤 말투로 그려낼 것인가.
이것들이 대체로 고려되고 나면 선명해진다. 필요한 사항을 필요한 만큼 설정하는 것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어색하다면 주인공에게 전사(前史)를 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걸쭉한 이야기를 써낸 다음의 이야기가 정말 탁월할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대부분의 요소들은 소설의 뼈대가 되고, 살이 되는 것들을 '설정'하는 차원의 것이었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것을 찾을 수 있는데. '말투'라는 단어다. 이는 다이나믹듀오가 보여준 멜로디와 비슷한 맥락이다. 가장 주제와 직결되어 있으면서, 인식하기 어렵고, 독자를 주제로 이끄는 길잡이와 같다.
근데 이 '말투'는 '구두언어'로 바꾸자면 이해도, 응용도 쉽다.
70대 노인과 30대 직장인이, 직장 내 부조리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떻게 다를까. "그땐 다 고생하는 거지 뭐, 나 때는 말야."와 "씨발."은 어떻게 다를까. 두 억양은 어떤가? 두 캐릭터의 감정은 어떤가? 부조리를 당했을 당시를 어떻게 상상하고 있나? 그 정도의 차이가 곧 말투다. 내가 이전에 '주제를 상상하며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고 한 적이 있는데, 위의 30대 직장인에게 상사 뒷담화로 글 한 편을 쓰라고 했을 때 얼마나 살벌한 문체가 나올지 상상해보라. 욕설 자유, 비밀 보장
:)...
이제 우리는 주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대강 알았고, 어떤 것인지도 대강 알았다. 다음에는 다른 작가들의 '주제 설정법'을 어떻게 학습하는지 알아보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