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처음을 도전할 용기가 있다면

잘 안 풀리는 지금을 극복하는 방법!

by 김지훈

"지훈 씨는 휴가 어디 갈 거야?"

"저 미국이요!"

"해외여행 한 번도 안 갔다 그러지 않았어? 처음부터 미국? 이야~지훈 씨 간 큰데?"

난생처음 첫 휴가를 계획할 때 내 휴가 계획을 물어보는 선배님들의 물음에 간도 크게 '미국'이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매일 팀장님 혹은 선배님에게 깨지고 혼나는 반복적인 하루에 쭈그리처럼 있다 보니 뻥이라도 쳐서 기를 펴야 했다.

근데 그 한 마디로 휴가를 떠나기 전까지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회사만 가면 내 휴가 계획을 묻는 선배님들의 말에 뻥을 치고 뻥에 뻥을 이어서 치다가 내가 뻥 차일 것 같았다. 그래서 다급하게 여권도 만들고, 미국을 진짜 가려다가 어릴 때부터 가고 싶었던 호주로 방향을 틀었고, 비행기표와 호텔을 덜컥 예약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20대 초반만 해도 스마트폰의 좋은 기능을 내버려두고 카톡과 전화만 이용했다. 그래서 호주 여행도 아날로그식으로 책을 보고, 지도를 보면서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총 7일간의 여행이었는데 비행기 왕복 2일을 빼면, 5일간의 여행이었다. 시드니와 멜버른 두 곳을 다녔다.

처음 시드니 공항에 도착했을 때 생천 처음 보는 엄청 넓적한 크기에 "오이씨~대박! 내가 지금 여기를 왔다고? 미쳤다!"라는 소리부터 나왔다. 근데 이상하게 웃음부터 터졌다. 매일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박 터지듯 깨지다가 이렇게 넓은 공항부터 활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도 좋고 자신감도 뿜뿜 상승했다.


사실 나는 사람 만나서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직장에서는 기가 죽어 본래의 성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유머와 눈치도 탑재했는데, 그 유머 한 번을 써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훈 씨는 집에 가서 다큐멘터리만 볼 것 같다는 이미지도 풀로 장착했다. 시드니 공항에서는 외국인과 인사하며 지하철 가는 곳부터 버스 타는 것까지 하나하나 다 물어보며 다녔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창문 너머로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가 보였고, 가슴까지 뻥 뚫리는 넓은 강이 보였다. 시드니에 있을 때는 아침과 저녁에 하버브릿지와 오페라하우스 사이로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황홀한 공간에 올 수 있는 용기가 있고, 자연의 경이로움만큼이나 나 자신의 꿈도 믿는 사람이었는데, 직장에서는 뭐가 무섭다고 그렇게 졸았을까. 내가 쫄면도 아니고.'


눈 앞에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실수의 연속이었던 직장 생활도 잘할 것만 같았다. 그냥 느낌이 그랬다. 사실 여행 중에 경유행 비행기 티켓도 잃어버리고, 저녁 늦은 시간에 길도 잃어버리는 등의 순간도 많았다. 그런데 오히려 다급할 수 있는 순간마다 차분해지고, 안정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공간에서 나도 내가 처음 보는 내 모습을 본 것이었다.


그렇게 호주 여행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왔다. 선배님들에게 처음으로 첫 여행 얘기를 해주었다. 그렇게 처음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다 보니 선배님들도 나를 신선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호주의 광활한 광경을 시선에 담다 보니, 면대 면의 시선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내게 내려지는 업무지시도 좀 더 뚫린 생각으로 볼 수 있었다. 실수를 해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일을 했다.

"얘가 호주 갔다 와서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랬다. 호주를 다녀오기 전까지 내게 아침이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었다. 출근을 하면 마음이 답답해 숨 한번 제대로 쉬고 싶어서 퇴근 시각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만큼 사회생활은 힘들고 고되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온 후 내게 아침은 아침처럼 상쾌했다. 상쾌한 모습이 내 얼굴에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원래 탑재하고 있었던 유머와 말발도 살아났다. 선배님들이 그런 내 모습에 장난을 쳐주셨고, 나는 조금 더 큰 장난을 선물로 드렸다.


삶이 풀리지 않을 때 반복적인 날들의 연속은 나를 가두는 틀로 인식될 수 있다. 지금처럼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참이고, 경기도 어려워지는 이런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때마다 나는 늘 새로운 처음에 직면한다.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종류의 교육 제안서를 쓰기도 하고, 한 동안 시만 쓰다가 지금처럼 자기 계발형 에세이를 쓰기도 한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 지금은 어떻게 다가올지 꺼내보기도 한다. 새벽마다 하던 얼굴 팩의 종류를 바꿔보기도 하고, 소주에서 막걸리로 술의 취향을 바꾸기도 한다. 사실 반복적인 하루마다 취하는 우리의 미세한 행동 양식은 늘 다르다. 그 다름을 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하루를 대하는 본인의 몫이다. 너무 정체되어 있거나 일이 잘 안 풀린다고 여겨질 때는 새로운 것에 시선을 둘 필요가 있다. 전혀 관련 없는 것 같은 새로운 시도들은 결국은 경험이 되어 지금을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이전 05화단기적인 행복 vs 장기적인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