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사람 되기
나는 삶에 예의를 갖추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하루가 주어진다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그 하루를 내가 값지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삶에 예의를 갖춘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내가 정의하는 '삶에 예의를 갖춘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거기에 어울리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삶과 다른 거짓된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사람들 앞에서 '자기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를 하며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실제 내가 자투리 시간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말에 진정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진정성이 사라지는 말은 지식의 한 부분으로 얇게 남을 뿐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지는 못한다.
매년 고1 진로 캠프를 강사로 참여한다. 29살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5년 차가 되어간다. 매년 고1의 청소년들을 만나니, 나만 나이를 먹어간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자연의 섭리니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청소년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좀 더 젋게 사는 것이 필요하다. SNS를 관리하며 젊은 시각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고, 외형적으로 어려 보이는 외모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도 중요하다. 내가 하루에 적용하는 습관과 꾸준함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배경이 되어야, 그 배경을 토대로 하는 내 말이 청소년들에게 더 쉽게 들린다. 외형적으로 관리도 꾸준히 해야 한다. 내가 만약 운동도 거르고 식단관리도 잘하지 않은 채 먹고 싶은 걸 다 먹는다면, 얼굴도 붓고 체형도 동글동글하게 바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학생들에게 얘기하는 자기 관리의 중요성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말과 행동이 따로 놀면 신뢰를 주지 못한다. 정말 내가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삶에서도 내가 하는 말과 일치한 습관이 병행되어야 한다.
작가로서의 습관과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시집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를 쓰고 정말 많은 북 토크 현장에 섰다. 아버지를 주제로 한 내용 덕에 정말 많은 부모님을 뵙고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때 우리가 아버지라고 정의했을 때 정의되는 무뚝뚝함, 그리고 그 무뚝뚝함 뒤에 숨은 묵직한 사랑에 대해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말을 했다. 그 말에 많은 독자분들이 내게 위로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 고마운 표현에 나도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평소보다 더 마음을 연 계기가 있었다. 나는 한 달에 두번 아버지와 데이트를 하며, 산도 타고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간다. 그런데, 하루는 2차를 가서 술을 마시며 배가 너무 불러 터질 것 같았는데, 아버지가 너무 기분 좋게 술을 마셔서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2차에서 마시고 쌓인 맥주병이 6개였다. 그렇게 한참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아버지가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셨다.
"아들, 아빠가 사랑하는 것 알지?"
뭉클했다. 아버지가 사랑 고백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한 건 처음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사랑 고백을 하기 위해 술의 힘이 이렇게나 필요하다니 우리 아버지 참 부끄러운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뒤로 나도 아버지에게 "아빠는 세상에서 내가 제일 믿는 친구야"라고 고백을 했고, 지금도 가끔 그런 말을 한다.
이것저것 하는 게 많아지는 와중에도 아버지와의 데이트는 한 달에 두 번씩 꼬박꼬박 하고 있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더 알아가고, 더 많이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그 마음이 독자분들에게도 전달이 되는 것 같다. 시집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는 1년이 넘어가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은 독자분들에게 읽히고 있다. 내가 아버지와 데이트를 하며 쓴 진심을 많은 독자분들께서도 알아주신 것 같다. 하루하루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고 있고, 책이 누군가에게 여전히 읽힌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삶에 갖추는 예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게 내가 느끼는 고마움에 대한 표현인 것 같다. 단순히 말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라 말 이전에 내가 꺼낸 말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하는 말에 배경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하는 말에 충분한 배경과 진심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