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시간 잘 이용하기
개인사업을 하며 생각이 많을 때 생각과 잠시 거리를 두는 방법은 단순해지는 것이다. 평일에는 생각이 많은 것이 도움이 된다. 생각은 기획이 되고, 기획한 것을 실행에 옮기도록 머릿속에 둥둥 떠다닌다. 하지만, 개인사업가로 모든 걸 책임져야 하는 순간과 혹시 모를 미래의 불안정한 상황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과연 다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머릿속을 침공한다. 그럴 때는 그저 그런 불안감을 받아들이고, 오늘 할 것들을 꾸준히 다 하는 것이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루의 끝에는 나에게 잘했다며 머리를 쓰담쓰담해주는 것도 정서적 안정에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다 불금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는 불금을 만끽하고 다가오는 주말을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불금부터 토요일까지는 평소 사업과 관련하여 생각하던 것들과 거리를 두고 단순한 일상을 보낸다. 불금 저녁이 되면 피자와 맥주를 들고 TV 방에 들어가 평소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거의 몰아서 본다. 나는 TV를 시청하는 것을 좋아해 불금 저녁 전까지는 TV방과 내외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TV 방은 나를 신경도 안 쓰지만, 나만 혼자 그에게 밀당을 하며 매일 밤 구애하는 마음을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너무 쉬운 사람이 되면 불금 저녁에 내가 그에게 다가갔을 때 나를 반겨주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오랜만에 보이는 얼굴로 들어가는 것이 좋다.
일단은 좋아하는 드라마를 켜고 TV와 음식에 몰입할 수 있는 조금은 저돌적인 자세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갓 포장한 콤피네이션 피자판을 개방하고, 얼린 캔맥주를 깐다. 맥주를 딱 깠을 때 치~익 하는 소리에 시~익 하는 미소는 거의 자동반사다. 먼저, 동맹을 맺은 8개의 피자 조각들에서 피자 한 조각을 과감하게 분리한다. 손에 얹히는 따끈따끈한 피자의 촉감과 그 위에 칠리소스와 요거트 크림을 곁들이면 입안에 느껴지는 풍미가 내 품격을 거의 5G LTE 속도로 높여준다. 그리고, 시원하게 한 입 마시는 맥주의 목 넘김은 '그래, 인생 행복하게 꿀렁꿀렁 넘어가면 되지.'라며 뱃살을 과감하게 돌출시킨다.
'아. 이런 게 극도의 안락이구나.'
피맥을 즐기며 최근에 보는 드라마는 얼마 전 종용된 <머니게임>이다. 돈과 관련된 인간의 권력과 탐욕, 그리고 돈 안에 담긴 인간의 피와 땀을 잘 그려낸 드라마다. 돈을 단순히 숫자로 환원시켰을 때는 그 숫자의 크기에 따라 인간의 가치도 정해진다. 숫자가 크지 않은 인간은 무언가를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힘도 주어지지 않기에 쉽게 소외된다. 소외된 인간은 상황을 개선하려고 열심히 사는데도 불구하고, 삶이 자주 정체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다. 돈을 단순히 숫자로만 보는 시각은 개개인의 삶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드라마는 정부가 금융정책을 내세우며 정치적으로 얽힌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할 때, 돈에 얽힌 사람들의 삶과 그 삶에 흘린 땀도 함께 볼 것을 조명해준다.
나는 그저 피자를 입안에 오물오물 넣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드라마를 보는 것뿐인데 삶의 속성도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내겐 과분하면서도 기분이 좋은 휴식이다.
그렇게 드라마를 연방으로 보다 보면 어느덧 토요일 오후가 되어 있고, 여전히 TV 앞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한다. 너무 TV 방에 있다 보면, 얘가 나를 소유할 수도 있으므로 작가 방에 들어가 글을 한 편 쓰고 내가 좋아하는 어린이대공원에 가서 뜀박질도 하고 온다. 과도한 휴식은 그다음 주에도 쉬고 싶은 욕망을 만들어내기에 적절히 밀당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하고 오면 청양고추를 넣은 라면과 참치김밥을 먹으며 남은 드라마 회차를 몰아본다. 이렇게 먹고 자면 얼굴은 급속히 팽창하겠지만, 지금 행복한 것과 거래한 거니 어쩔 수 없다.
이제 일요일이다. 일요일을 다시 정의하면 월요일 전날이다. 나는 다가오는 월요일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일요일이 되면 집도 청소를 하고 마음도 가다듬는다. 그리고 내 안에 자리 잡은 게으른 아이를 내보내기 위해 운동복을 입고 산으로 떠난다. 어린이대공원을 통과해 산을 다녀오는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걷고 또 걸으며 내가 잠시 분리했던 일 관련 생각들을 되새긴다. 생각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충분히 걸었으면 사우나를 하며 땀을 빼준다. 불었던 얼굴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다가오는 한 주를 건강하게 맞을 준비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계란 프라이와 된장찌개 등을 차린 건강한 밥을 해 먹는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월요일에 할 일들을 미리 정리한다. 이제 TV 방과는 잠시 빠이빠이다.
'잘 있어. 금요일에 피맥 들고 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