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를 하기 전 알아야 할 것
나는 무엇을 세일즈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내가 아무런 전략과 준비를 해놓지 못하고 마지막 회사를 뛰쳐나왔을 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불안감도 내 안에는 있었지만, '막연하게 할 수 있겠다'라는 다소 무식한 자신감도 있었다. 아무리 질이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 현장에서 과정 운영을 세밀하게 해도 교육프로그램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은 내가 먼저 고객사에 교육프로그램을 들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을 우리는 영업이라고 부른다. 사업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직접 부딪혀보는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어디서든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무모한 용기를 나는 믿기로 했다.
누구나 그렇듯 사업 초창기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가장 뼈 아픈 것은 회사 경력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 교육컨설턴트로서의 경력은 많으나 고객사에 접근할 때 회사의 강점을 어필할 수 없다는 것은 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했다. 무엇보다 내 회사이기에 더욱 많은 책임감을 가졌다.
나는 '내 회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직장을 나온 결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 하고 경력을 쌓아도 '내 경력일까', '내 회사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는 일을 잘할수록 인정을 해주었지만, 뒤돌아서면 내가 세운 공은 내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잡히는 회식, 야근을 좋아하는 회사 문화 등도 내 시간을 주체적으로 쓰게 하지 못하게 했다. 나는 내 삶의 주체로서 세상에 다가가고 싶었다. '내 회사', '내 삶'이라는 용어를 쓸 때면 지금도 설레고 마음가짐도 늘 새로워진다.
당시에는 내 삶을 좀 더 주체적으로 살려는 그 마음이 날 더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았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영업을 할 만한 고객사를 수집하고 오후 2시가 되면 무작정 콜드 콜(ColdCall)부터 시작했다. 여기서 '콜드콜'은 냉정한 전화를 일컫는다. 교육담당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오는 전화를 '어서 오세요'라고 환영할 리가 없다. 그리고 교육담당자에게 전화가 가기 전 본사 상담사에게 먼저 전화를 하게 되므로, 본사 상담사에게 교육담당자 번호를 묻는 과정에서 다소 차가운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어떻게 부드럽게 넘어가느냐, 그리고 차분한 마음으로 콜드콜에 임할 수 있느냐가 영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의 마음가짐을 바로 하며 영업에 임했고, 미팅에도 수없이 임했다. 하지만, 교육담당자와의 미팅에서 인간으로서의 나는 호감을 얻을 수 있었지만, 교육 회사로서의 호감을 담당자에게 줄 수 없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 때는 초반부터 잘 하고 싶은 마음에 시야가 좁았던 것이다. 운 좋게 들어오는 승진자 교육 등의 과정을 몇 차례 진행하기는 했지만, 그 후에 교육사업을 더 확장하지는 못했다.
몸은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마음이 많이 힘든 시기였다. 생각해보았다. '나는 무엇을 더 팔 수 있을까'
교육 프로그램을 파는 것이 지금 잘 안된다면, 나를 팔아보는 게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강사 프로필을 만들도 강의 커리큘럼도 만들어서 또다시 영업을 했다. 그리고, 강의력을 증명하기 위해 강의 PT도 수없이 했고 갑자기 들어온 7개월 간의 청소년 강의도 덥석 물었다. 2박 3일간 각 학교에서 오는 청소년들의 리더십을 향상하는 캠프였는데, 매 순간 청소년들의 마음을 읽고,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마음을 읽는 눈이 커졌고, 삶에 대한 시야를 좀 더 넓게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다년간 청소년 강의도 병행하며 강사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어디에 내놓아도 '강의를 잘한다'는 평을 받아 청소년 교육업체에서도 믿고 보는 강사가 되었다.
그렇게 교육사업과 청소년 강의를 병행하다 보니, 고객사에서도 조금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 이력은 없지만 평소 내가 교육담당자와 얘기를 하며 보였던 태도와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짜임새 등을 좋게 보고 제안 기회를 주셨다. 그리고 그분께 고마운 마음에 더욱 열심히 제안 PT에 임해 장기 영업교육과 서비스 교육을 수주하고, 교육을 운영했다. 지금도 그 능력을 인정받아 여전히 레벨별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을 하고 있다. 다년간 청소년 강의를 하고, 중간중간 글을 쓰고, 교육 사업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경험 덕분인지 지금은 콜드콜도 좀 더 여유 있게 하게 되고, 교육담당자와의 미팅에서도 고객사에서 원하는 것을 짚어서 얘기하는 등의 시야가 좀 더 생겼다. 무엇보다 무조건 적으로 상품을 팔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좋은 상품을 좋은 조건에 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교육이 수주가 되면, 진실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교육업무에 임하고 있다.
평소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강의를 하거나,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를 하고 싶다는 지인의 얘기를 들을 때 나는 이렇게 묻는다. 아니, 본인 스스로 이렇게 물어보라고 얘기한다.
'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의 이름과 브랜드가 없어도 무언가를 팔 수 있는 사람인가.'
'지금 타 경쟁사에 비해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가.'
그런 무모한 자신감이 들면 시작하라고 얘기한다. 첫발은 무조건 무모한 자신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신감으로 무수히 부딪혔을 때 삶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관계와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을 제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