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에 익숙해지기
나는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될 수 있나
"시간 되시면 커피 한 잔 하면서 얘기 나누면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언제 시간 되세요?"
"아... 제가 커피를 안 좋아해서...ㅋ"
상대방의 예의를 갖춘 거절에 "우와, 커피를 안 좋아하시는구나"라거나 "그럼, 허브티를 마시면 재밌는 얘기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을 때 나를 증명할 시간도 받지 못한 채 떨어지는 거절은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의 시작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내 마음의 결과 상대방의 마음의 결이 그 순간만큼은 같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그걸 우리는 인연이라고 부른다.
인연이 이성과의 만남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떤 일을 만나고 선택하는 것도 인연이고, 일을 하면서 만나는 비즈니스 파트너, 고객과의 관계도 다 인연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연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연은 인연을 만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가만히 있는데 꽃미남이나 절세미녀가 다가오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을 함에 있어 전문성과 인간성을 바탕으로 기존 고객사와 꾸준한 인연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고객사와 인연이 되기 위해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지만, 인연을 만들기 위한 초입 단계는 쉽지 않다. 나의 경우 사전에 미팅을 잡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교육담당자와 전화를 통해 미팅을 잡아야 하는데, 미팅이 성사될 확률보다 거절될 확률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미팅을 성사시키는 확률을 매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늘 거절당할 확률이 있다는 것이 두려움을 조성한다. 실제 거절을 당하면 아쉬움이 크고 자책감도 든다. '내가 좀 더 노련하게 다가가지 못했나' 라거나 '아. 정말 질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과정 운영 또한 자신 있는데.'라는 마음이 솔직히 든다. 그것은 마치 이성에게 내 매력을 어필할 기회도 없이 썸조차 타지도 못하고 끝난 것과 같다.
사전 전화영업을 통해 교육 제안서를 보여줄 기회를 거절당하면, 거절당한 순간이 오늘 하루를 감쌀 수 있다. 실제 교육회사에 재직 당시 후배 사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것도 전화를 통해 사전 미팅을 잡는 일이었다. 미팅을 거절당하고 다른 고객사에 또다시 전화할 용기가 나지 않아 일부러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나는 참 많이도 봤고 그런 마음 또한 이해한다. 그래서 당시 후배 사원들에게 "그분도 거절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었겠지"라며 웃으며 얘기하고 마인드 관리를 잘하면서 전화 영업을 할 것을 권했다.
거절에 익숙해지는 방법은 또다시 거절을 당하는 것이다. 한 번 미팅이 거절당해서 다른 고객사에 전화를 하지 못하면 다른 날에 전화를 해서 미팅을 잡을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다소 망설여지더라도 거절 후 바로 다른 고객사에 전화를 한다. 그렇게 하다 한 번 미팅을 잡으면 '그래, 몇 번의 거절이 있으니까 미팅이 잡히는 거지. 거절 안 당했으면 어쩔 뻔했어.'라며 늘 생각한다. 지금 관계가 좋은 고객사와도 첫 시작은 이런 과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교육 담당자 입장에서는 할 일이 많은데, 일면식도 없는 업체와 시간을 내서 미팅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을 투자해서 일정을 잡았는데 담당자 입장에서 업체에서 내놓은 제안이 고객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맥락에서 나올 경우 그 시간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될 수 있다.
그래서 전화를 할 당시에는 담장자의 이런 마음을 미리 파악하고 하는 것이 중요하고, 서로에게 가치가 있을 만한 제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화를 통해 미팅을 했는데, 담당자가 원하는 것들을 제시할 수 있고 실제 교육을 통해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서로에게 고마운 관계가 된다.
내가 어떤 일을 성사시키고 싶을 때 중요한 것은 늘 거절당할 환경에 놓일 지라도 그 확률을 뚫고, '내가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게 시간을 내 줄 사람에 대한 예의이자 의무이다. 나는 그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