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을 오마주한 시
낮이 점점 짧아진다기에
굳이
반바지로 나선다.
강아지는 저리로
난이리로
갈지자로 걷다가
마주친 길가에 구겨진 꽃망울들 고집스레 걸려있다.
엔진 소리가 어둠을 불러오는 도로는
굳이
늑달같이 달려가고
끝내 꽃잎 몇 개 휘날리고 만다.
내년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 걸 뻔히 아는데도
눈길은 자꾸만
맥없이 구르는 꽃잎에 멈추는데
강아지
속도 모르고
뒷다리 냅다 들고 후련하게 지르는
검게 물들어가는 초가을
굳이
늦여름
달이 길가 잔디에 젖어있다.
가제트는 저작권에 대해서는 관용이지만 표절은 다들 그렇겠지만 극도로 싫어한다.
이 시는 가제트가 캐나다에서 손꼽는 시인이며 토론토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여선 백복현 님의
'굳이, 또 겨울'(2021 발표)에서 제목과 중간중간 들어간 '굳이'를 따온 형식이다.
물론 내용은 정말 다르지만.
이런 걸 오마주라고 하던가?
암튼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