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면서 하루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그건 안 돼요. 할 수 없는 거예요.'라는 부정적인 말들이었다. 방어 기제를 작용시켜야 일을 줄일 수 있고 껄끄러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정적 사고와 말이 자신을 갉아먹으리란 생각 따윈 하지 않았다.
아무 의미 없고 인식하지 못한 부정적 언어의 구사는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습관적으로 튀어나온 부정적인 말에 일은 뒤로 미루어지거나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일들이 쌓이며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 되고 있었다.
부정적인 생각이 입을 통해 튀어나오며 자존감을 무너트리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을 때,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씩 자신을 바꾸는 일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말은 자신의 삶을 변하게 하는 키와도 같았다. 긍정적인 생각과 말로 바꾸기 시작하며 여러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쓰는 말 중에 부정적인 것이 많았다는 것 외에 지병처럼 사용하는 말이 있었다. 귀찮아, 바빠, 아는 체, 쓸데없는 걱정, 미루기 등이 있었다. 그중 몇 가지에 관한 얘기를 통해 자신을 반성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보았었다.
어릴 적 장대비가 내리던 날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왜 나에게는 어떤 재능도 주지 않았냐고 신을 원망했었다. 이제 와 생각하니 모든 문제는 나에게 있었는데 엉뚱한 곳에 넋두리를 해댄 것이다. 소심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이었다. 수박의 겉을 핥으며 달다고 말하는 것처럼, 책을 읽었는데 인생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책의 가르침대로 행동하고 시도하지도 않으며, 읽고 배웠는데 왜 되지 않는 것인지 신을 원망한 것이다.
그런 얕은 지식이 나를 병들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얻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삶을 살아가며 쓰러지지 않으려 버텨낸 힘이 그 옅은 지식으로 비롯된 것을 잘 안다. 박학다식이라는 미명 아래 폭넓은 지식을 얻기를 바라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화를 리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에게 얻어진 명칭은 잡학 다식이며 아는 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도 나는 안다.
가끔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것처럼 나서는 자신을 붙들지 못한 못난 우쭐함이 한몫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는 체는 병처럼 깊이 스며들었다. 박학다식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에 어떤 대화에서도 모르는 것이 없고 책에서의 경험도 자신의 경험인 양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기도 하고 이전에 한 이야기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거짓을 덧 씌어야만 했다.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다 이 거짓이 계속해서 쌓이면 무너져 내릴 것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모르는 것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가끔 아는 체하는 병이 도지기도 한다. 그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약을 먹는 듯 말한다. 잘 모르는 것이라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나열해야 할 것 같았다. 나의 첫 번째 큰 결점은 아는 체하는 병이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집중해서 듣지 못하는 것,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는 것, 말이 많다는 지적을 받는 것 그리고 다른 이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의 이유가 아는 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책에서 원하는 부분만 얻어냈지만 옳지 않은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한다. 옳은 방향의 것을 얻었어야 했는데 책에서 얻은 것이 무작정 옳다는 생각에 검증하지 않고 지금까지 행동해 왔던 것이다. 그것이 관념처럼 굳어져 정답이 되어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타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고립되어 갔던 것이다.
두 번째는 실행하지 못하는 걱정의 병이 있다. 무언가가 발생하면 그로 인해 파생될 일들에 대해 무한정 걱정하고 실패할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 그러다 제풀에 무너져 지쳐 버리거나 밤을 새우곤 한다. 언제나 '그것은 안돼.'라는 말을 먼저 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자리 잡았고 일을 실행하는 동력을 잃어버렸다.
이 무서운 걱정 병은 때론 잠을 이루지 못하게 꼬리를 물어서 피곤하고 지치게 만든다. 밤새 한 가지 일의 걱정을 시뮬레이션하면서 하얗게 새웠지만 현실에서 걱정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걱정 병은 쉴 새 없이 괴롭혔다. 주어진 일에 걱정부터 앞서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 되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걱정 병이 제법 치유가 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변한 것 중 하나가 걱정 병의 치유인 것 같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99%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얘기를 책에서 읽었다. 나는 해결하지 못하거나 일어나지 않을 걱정을 사서 하고 있었고 걱정에 대한 착각에 대해 알게 되면서 생각이 변했고 행동도 바뀌게 되었다.
긍정적인 생각이 자리하게 되었고 무엇이든 시도해 보려는 의지가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일단 시도해 보고 안되면 방법을 찾는 행동을 한다. 두 번째 지병인 걱정 병은 어느 정도 치유 중에 있다.
세 번째는 오래되고 못된 지병 귀찮아 병이 있다. 내가 가진 병 중에 지독히도 나쁜 병중에 하나이다. 누군가 무언가를 하자고 하면 귀찮아서 하기 싫다고 회피한다. 이 병은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자아를 단숨에 무너뜨리고 종국에는 상대와의 관계를 망치기도 한다. 상대의 요청에 귀찮게 왜 시키느냐는 생각을 하면서 하기 싫은 표정이 얼굴에 남몰래 드러낸다. 그 표정을 읽은 상대와는 관계는 어긋나기도 한다.
그 상대가 가까운 가족이라면 화를 내고 싸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지병은 게으르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매사에 귀찮아 병이 나타나면 해야 할 것을 뒤로 미루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때가 많다. 입은 무의식적으로 '아 귀찮아'를 남발하기도 한다. 이 병이 얼마나 해롭고 무서운 병인지 잘 알고 있지만 고치기도 힘들다.
의지와 상관없이 이제는 습관처럼 발현되기 때문이다. 한 번만 먼저 행동하고 지금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귀찮아 병을 발생시키는 일들이 무엇이고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면 아내가 시키는 일들에 대해서는 이 병이 튀어나왔던 것 같다. 또한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싫은 것을 하라고 할 때 발병하는 것 같다.
네 번째는 바쁘다 병이다. 어느 순간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직원들이 연락을 하면 바쁜데 죄송하지 만이라는 말을 먼저 했다. 이후 시간이 되시냐는 물음에 언제나 바빠서 죽을 것 같다는 허세를 부렸다. 그러다 어느 날 알게 된 것이 있는데 후배 직원들이 나를 어려워하고 피했다는 것이다.
속으로 그랬을 거다 '아니 바쁘면 얼마나 바쁘길래 부탁할 때마다 불편하게 하는 거야.'라고 말이다. 이 바쁘다 병은 나의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는 일이 조직에서 유일한 일이었고 그 일을 한다는 묘한 자만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조직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고 '재 하는 일이 뭐야? 노는 거는 아니지?'라는 말을 듣곤 했다.
당시 나의 일은 조직에서 보편적인 일이 아니었고 리더도 업무를 알지 못하는 특수한 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전산 개발자였다. 매일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면서 생소한 것에 영어를 쓰고 있는데 일을 하는지 다른 것을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하루 종일 골방 같은 공간에 틀어박혀 꼼짝 않고 타이핑을 하고만 있었으니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노는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했다.
당시 나의 주된 멘트가 있었다. '전산은 공기와 같아서 평상시에는 중요성을 알 수 없지만 쉼을 쉴 수 없으면 공기의 중요성을 알게 되듯이 고장이 나야만 그 중요성을 일반인이 알 수 있는 거다.'라는 말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매일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새벽에 출근을 해도 표시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상황이 나에게는 약 오르는 일이었다.
누가 부탁을 해오면 '내가 노는 줄 알고 부탁을 하는구나.'하고 짜증이 났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부탁에 '나는 바쁜 사람이다.'라는 표시로 바쁘다 병이 생긴 것이다. 별로 바쁘지 않으면서도 그 병은 입에 붙어서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이 되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그 병이 생긴 이후로 내게 부탁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고 부탁하면서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바쁘다 병'은 다른 부작용도 가져왔다. 바쁘다는 말이 입에 붙으며 스스로 여유를 잃어버렸다. 바쁘게 살아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생겼고 여유를 갖고 주의 깊게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는 일에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고 덤벙거리는 성격의 사람이 되어 갔다. 나의 수고를 알게 하겠다는 생각에 생긴 이 바쁘다 병이 결국 나를 진중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세간의 평가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것도 삶에서 여유를 잃어버리게 한 것도 맞다. 바쁜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바쁜 척은 좋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삶의 여유마저도 잃게 하는 이 못된 지병 '바쁘다 병'이 지금은 조금 고쳐져 있다.
다섯 번째 지병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이 못된 지병은 하루를 무기력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이 병이 발병하면 '귀찮아 병'이 함께 찾아온다. 눈치챘는가? 맞다 '피곤해 병'이다. 하루에 사용해야 하는 에너지를 초과해 사용하면 발생하는 정상적인 피로감이다. 그런데 습관적으로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면서 정말 에너지를 초과해서 피곤한 것인지 피곤하다는 생각에 피곤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이 병의 현상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 일과를 마칠 때까지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냈는지 모르지만 피곤하다는 말로 일종의 만족감을 얻는 것 같다. 정작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서도 이 병이 발병해서 이만큼이면 충분해라는 속삭임으로 부족함을 가려버리는 것이다. 이 병은 더 열정적일 수 있는 의지를 꺾어 놓기도 한다. 열정적으로 하루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은 나처럼 피곤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더 열정을 불러오려 하는 듯 피곤함을 떨쳐버린다.
그들이 나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기도 하고 더 힘들게 일하기도 하지만 피곤하다는 말로 자신을 멈춰 세우지 않는 것 같다. '피곤해 병'이 발병하면 '귀찮아 병'과 함께 찾아와 나를 멈춰 서게 하는 것 같다. 아니 늘어지게 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자신의 에너지를 감소시키면서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불편한 기색을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하나의 말이 좋지 않은 파동을 일으켜 나의 하루를 붙잡아 버리는 것이다.
여섯 번째 지병의 이름은 '미루기 병'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에서 다루어졌던 것인데 성공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사용하면서 급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한다고 한다. 그렇듯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급하고 중요한 일, 급하지 않으나 중요한 일,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을 맞이한다.
이 네 가지 일을 얼마나 적절하게 배분해서 처리하는가에 따라 삶의 균형과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잘하지 못하는 이면에는 '미루기 병'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 중에 바로 처리하면 좋은 일을 뒤로 미루어 결국에는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창고를 정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급하고 중요한 일도 아니기에 매번 물건을 꺼내며 불편해 정리를 해야지 하면서도 날을 정하고 그날이 되면 이 병이 발병해서 뒤로 미루고 하지 않는다. 그리곤 다시 물건을 찾을 때는 지난번 정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망을 한다. 아내는 이번에도 이러저러한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힘들고 하기 싫다며 다음 주에 할까라고 물었다. 내가 그래라고 대답하면 우리는 이 미루기 병에 빠져 다음 주로 넘기게 되는 것이다.
'미루기 병'은 자신에게 후회라는 아픔을 가지게 만든다. 이 병의 결과가 단순한 후회로 마무리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가끔은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문제가 있다.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은 듣고 배워 알고 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삶의 경험으로 더 잘 안다.
결과를 알지 못하면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니 선 듯 무언가를 미루지 않고 해 놓는다는 것이 보통 의지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 지병이 있는 이유는 준비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만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병이 내게 좋지 않은 습관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나중에 해도 되는 일은 없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을 처리해야 미루어 두었던 일의 포화를 만나지 않는다. 이 지병은 자신도 모르게 다른 지병을 발병하는 도화선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루기 병'은 시나브로 자신을 갉아먹는 병인 것 같다.
살면서 하루 중 많이 쓰던 말들이 부정적이었던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잘 난 것 없고, 잘하는 것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워했고 그런 자신이 싫었다. 그로부터 갖게 된 여러 지병들은 삶을 조금씩 갉아 들어갔던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책을 읽고서인지 그 질병들이 조금씩 치유되고 있는 중이다.
'아는 체, 걱정, 귀찮아, 바쁘다, 피곤해, 미루기 ' 병은 한 줄기에서 시작된다. 나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신감 부족은 모든 병의 근원이었다. 고질병이 되기 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벗어날 방법이 무엇인지 찾는데 오래 걸렸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바른 삶의 토대가 된다.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며 긍정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익숙해져 있던 부정적인 생각은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이따금 치솟아 올라왔다.
미래는 누구에게나 불확실하고 불안한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불안에 떨며 안된다고 생각하기보다 할 수 있으며 된다라고 생각하면 희망이 생겼다. 긍정적인 생각이 흔들릴 때마다 모두 같은 입장이며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고 다독였다.
아직 고질병이 완전히 치유되지는 않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통해 조금씩 치유돼 가는 중이다. 과거의 내 하루 중 많은 말들이 부정적이었다면 지금의 하루는 긍정적인 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것이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