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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문 Nov 07. 2019

군개혁 없이 모병제 없다

대대적인 군대개혁 없이 모병제는 시기상조

민주당이 11월 6일 모병제 전환 공약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그러자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다. 당연한 것이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현재의 안보상황을 우려하며 아직 모병제 전환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당에서, 그것도 집권여당에서 그동안 금기처럼 여겨졌던 모병제를 거론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회가 진일보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디지만 한반도의 전쟁의 잔재가 치워지고 있다. 북미정상회담도 꽤나 익숙한 이벤트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모병제를 검토한다는 것은, 한국전쟁을 끝내고 장기적인 평화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구상의 일부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비록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검토 수준에서도 민주당이 모병제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더욱이 당초 예상했던 감군 규모보다 입영 예상자가 더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귀화자 입대도 고려 될 정도로 당국의 고민은 깊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모병제가 고려되고 있는 것은 평화체제의 구상의 종착점 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도 겹쳐있는 것이다. 어떤 제도에 찬성하든 결국 우리는 입영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여러 안 중에서 지금 민주당이 꺼내든 것은 모병제다. 그런데, 모병제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들이 필요하다. 대대적인 감군과 조직 개편 그리고 국방정책의 근본적인 변화 등등. 그런데 우리가 고려해야 할 점은 또 있다. 바로 한국군의 병영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있다. 군대 내의 갑질문제나 가혹행위 개선, 그리고 좀 더 인권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하여 병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모병제로 전환하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현존하고, 오는 사람도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군대 인권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 것이다. 인권 사각지대의 범위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

또한 군대 외부에서의 민주적 통제 문제도 신경써야 한다. 지금까지의 한국군의 문민통제 수준은 처참한 수준이다. 민주화 이후 민간인 국방부 장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현역 군인들이 지명되어, 장관이 되면 전역을 하는 상황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이루어지고 있다. 군부독재 시대는 끝났지만, 문민통제는 아직도 요원한 것이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최근의 계엄령 문건 논란처럼 군대가 다시 국민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기상천외한 일까지 일어나려고 했던 사실을 2019년에 목격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은 충분히 수립할 수 있는 계획이다. 마지막 냉전의 땅에서 완전히 탈출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그걸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떨쳐내야 할 것이 많다. 단순히 모병제로 전환하는 일만 이루어져서는 한국 군대가 진정한 선진병영, 민주국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진지하게 모병제 전환을 고려한다면, 지금 병영문화의 혁신, 군대의 개혁을 강력하게 먼저 추진하는 일이 필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 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군사법원 개혁도 진척된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모병제 전환에 나선다면, 국군의 문제를 키우는 꼴이 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모병제라는 머나 먼 꿈을 꾸기 전에, 눈 앞에 보이는 군대 개혁부터 처리헤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모병제라는 마침표를 제대로 찍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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