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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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마음도 비우기 시작했다.


버릴 것과 계속 사용할 것을 분리하고

주문한 수납함이 오자마자 품목별로 정리하고

라벨링을 했다.


베란다 구석으로 몰아져 있던

묵직한 물품들도 질서 있게 쌓아 두며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베란다를 보고 있노라니

뿌듯해진다.

왜 진작하지 못했을까 잠시 후회도 했지만

뭘, 이제라도 하니 잘했구나 싶다.


아이들에 대해서도 준이 아빠에 대해서도

왜 저렇게 말을 하고 행동을 할까

이해를 못 하고 다투기도 했고, 잔소리를 했다.


그래서 에세이와 산문책에만 국한되어 있던

나의 책 읽기 책 목록에 다른 장르도 끼워 넣었다.


재미없더라도 반은 꼭 읽자라는 소신으로 시작된

기억하기도 힘든 장군 이름, 전쟁 이름이 가득한 역사 소설이나

책 덮고 나면 꿈에나 나올까 읽기 꺼려 했던 스릴러물도

이젠 조금씩 내게 스며 들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했다.


마냥 잔소리쟁이로 남을 것 같던 준이 아빠도

공부하기 싫고 놀고 싶은게 매일이었으면 하는 아이들도

왜 저럴까 싶은 생각들로

미움과 원망의 짐들이 선한 짐들과 함께

내 마음에 뒤엉켜 쌓여있었다.

버릴 것과 저장해 둘 것을 나누고 비우기 시작했다.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참는 게 아니라

준이 아빠와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이해를 해주면 되지라는

생각이다.


요즘 난 득도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응.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는 말들로

내가 아닌 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노력한다.




정리된 베란다의 모습을 본

준이 아빠의 한마디.


"뭘, 정리했다는 거야?"


아놔.

before, after를 찍어놨어야 하는데

무진장 아쉽구나.


뭐. 나만 괜찮으면 되지.

티도 나지 않는 집과 마음의 정리는

내가 편하고자 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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